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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건국대 경상학부 교수)
‘유동성’ 세계경제의 종언?

저금리에 기초한 유동성 경기

올해의 경기 전망에 대한 변동성이 증대하는 미국경제를 비롯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크게 심화되고 있다. 사실 2003년 하반기 이후 안정적 성장을 보인 미국 및 세계 경제는 초저금리에 기초한 ‘유동성 경제’였다. 경기회복을 위한 선택으로서 부시행정부는 2001년부터 감세와 금리인하를 단행하였다. 미국의 연준은 2001년에만 11차례 인하하여 2001년 1월 2일까지 6.5%에 있던 기준금리를 1.75%까지 인하했고, 2002년과 2003년에 다시 추가로 인하여 2003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1%라는 초저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와 같은 미국 연준의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2004년 세계에 공급된 달러 규모는 2003년보다 25%나 급증했는데 이는 지난 30년래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팽창적 통화정책의 결과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통화팽창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적었다. 이는 90년대 중반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 및 세계화의 심화 등과 관련이 있다. 즉 한편에서는 IT 등 지식집약적 산업이 갖는 수확체증적 성격으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 및 제조업의 과잉 공급과 경쟁 격화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2004년 이후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저금리 기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후반과 같은 실질적인 투자의 증대는 수반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의 노동시장의 회복은 지난 50년 중 가장 취약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총실질임금은 과거 회복시의 10% 이상에 비교해 3% 상승에 불과하였다. 반면, 기업의 현금보유율이 지난 195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현금이 많아도 기업들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2003년 이후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은 저금리에 기초한 유동성 경기였다.

저금리 시대의 종결과 유동성 경기의 한계

낮은 인플레이션의 압력 덕택으로 저금리 시대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금리에 따른 통화 팽창은 주택시장 버블 등 글로벌 버블을 일정하게 수반하였고, 여기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 압력을 증대시켰다. 그 결과 초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리고 금리는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주지하듯이 미국의 지난 2004년 6월 말이래 1년 6개월 동안 14 차례에 걸쳐 0.25%씩 인상된 결과 4.5% 수준에 이르렀다. 단기 금리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기타 지역의 금리 차이와 이에 따른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투자의 증대로 장기금리는 오르지 않고 있지만 단기 금리 인상은 경기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예비 집계한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1%로 잠재성장률 수준 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것조차 재고의 대폭 증가에 따른 것으로 재고증가가 없었다면 4분기 성장률은 -0.3%를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모기지 금리의 상승, 그에 따른 기존 대출자의 상환부담의 증가와 신규대출의 압박으로 주택시장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고, 채권 가격의 하락과 주식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몇 년의 전 세계 경제 활동은 여러 가지 형태의 자산을 통해 얻어진 자본 이익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기에 자산 가치 하락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소비지출 증가율이 1.1%로 떨어졌는데 이는 경기가 침체되었던 지난 2001년 2분기 이후 4년 반 만에 최저치다. 특히 자동차 판매의 급감을 비롯해 내구재 판매가 17.5%나 줄어들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악화됐다. 통화정책의 참고지표가 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PCE) 상승률은 지난 4분기 2.2%로 크게 올랐다. 그 결과 기업투자도 2.8% 증가에 불과해 지난 3분기의 8.5%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국제 투자자금의 위험도 급증

자산가치의 하락 우려와 경기 둔화에 따라 국제자금들은 수익률이 높은, 즉 위험도가 높은 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부분적으로 원유나 금 등에 손을 댔던 국제투기자금들이 예술품 및 골동품 시장에 몰리고 있고, 개도국 통화를 매입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970년대 중반 이후 거래가 거의 끊겼던 북한 채권을 매입하는 국제투기자금과 금융기관들이 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국제 투자자금들의 위험도의 증가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둔화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의 증가로부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의 증대에 따른 위험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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