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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명예기자 shiny_signal@hanmail.net
“얼굴흉터, 마음흉터 모두 치료해줄게”
하얀사랑 파란희망 캠페인, 그 여섯번째 이야기

▲오동희 원장은 미정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미정이의 흉터를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안도현 시인은 말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열일곱이나 열여덟 살쯤에 발생한다”고. 그만큼 열일곱,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고, 그 자체로도 순수하게 빛나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미정이가 ‘희망’을 본 날

미정(17. 가명)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열일곱 살의 꿈 많은 소녀다. 그런데 미정이에게는 마음의 짐이 하나 있다. 작년, 예기지 못한 사고로 생긴 얼굴의 큰 상처가 그것이다.

이 상처는 워낙 깊고 큰 탓에 성형수술로만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미정이는 정부 보조금과 그 외의 후원금으로 남동생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소녀가장이다. 때문에 수술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화목한 가정의 평범한 소녀였던 미정이가 소녀가장이 된것은, 지난 2002년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에 가세가 자꾸만 기울자 생활고에 지친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연락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소녀가장이 된 미정이는 현재 남동생과 함께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생은 어머니에 대한 상처가 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내곤 한다. 하지만 미정이는 “어머니의 상황을 이해한다”며, 수용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늘 밝게 지내는 미정이지만,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에 늘 붕대를 잘라 붙여 가리고 다녀야 하는 얼굴의 상처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 점점 상처를 의식해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게 되고, 결국은 자신감마저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오늘은 미정이가 ‘얼굴의 상처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의 상처까지도 깨끗이 아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본 날이다. ‘하얀사랑 파란희망 캠페인’(이하 하파캠)에 참여하고 있는 연세엘레핀클리닉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정이는 고민 끝에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미정이의 흉터는 작년 사고 후 봉합한 수술부위의 상처가 비후성 반응으로 인해 아물지 못하고 피부 조직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치료를 받기 위해 마취하고 있는 미정이)
“요즘은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큰 질병을 앓는 아이들만 지원해 주는 제도가 대부분 이예요. 그래서 미정이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늘 걱정이었는데, 하파캠에서 이렇게 도와주시니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하파캠에 미정이를 추천한 윤일지 사회복지사는 진료를 기다리면서 다행스럽다는 듯 한숨을 돌렸다.

미정이의 치료는 연세엘레핀클리닉 오동희 원장이 맡아 주었다. 오 원장은 미정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미정이의 흉터를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오 원장은 “피부가 정말 좋은 미정이가 이렇게 큰 흉터 때문에 얼굴을 반이나 가리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미정이가 내 조카와 닮아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진료 결과 미정이 얼굴의 흉터는, 작년 사고 후 봉합한 수술부위의 상처가 비후성 반응으로 인해 아물지 못하고 피부 조직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이 흉터를 없애기 위해서는 프락셀레이저 시술을 주로 해서, 4주 간격으로 3~5회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차후 진행과정을 봐 가며 피부이식을 비롯한 다른 시술방법을 병행할 수도 있다.

오 원장은 시술과정과 치료효과에 대해서 미정이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자상함을 보였다. 오 원장의 설명을 듣고 나자, 내심 걱정스런 기색이었던 미정이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원래 오늘은 진료만 하기로 했었지만, 오 원장이 시술을 한 번 해보자고 권했다. 치료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탓에, 미정이는 놀라며 다음으로 미루겠다고 손사레를 쳤다.

그러자 오 원장은 “아픈 것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만 잘 참으면 고통보다 얻는 것이 더 크다”며 미정이를 설득시켰고, 미정이는 고민 끝에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시술하는 동안 맞잡은 손에 땀이 흥건히 배

마취제를 얼굴에 바르고 약 40분을 기다린 후, 레이저가 시술할 부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염색약을 바르고 치료대 위에 누운 미정이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시술이 시작되었다. 레이저 시술은 약 10분 정도 걸렸다. 미정이가 너무 떨어 손을 잡아주었는데, 시술하는 동안 맞잡은 손에 땀이 흥건히 배어났다.

네 번 정도 반복해서 레이저 시술을 하는 동안, 회가 거듭할수록 고통이 더했는지 미정이는 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러나 미정이는 몇 차례 ‘아프다’고 말한 것 말고는, 괴로웠을 시술시간을 잘 버텨냈다.

시술을 모두 마치고, 시술 부위의 통증과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얼음 팩을 얼굴에 얹었다. ‘아프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하나도 안 아프던걸요”라고 웃으며, 미정이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이 시술을 받을 때는 남자들도 너무 아프다고 해 쉬었다가 하는 일이 많은데, 미정이가 정말 잘 참아주었다”며 시술을 보조한 간호사는 미정이를 대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4번 정도 반복해서 레이저 시술을 하는 동안, 회가 거듭할수록 고통이 더했는지 미정이는 몸을 심하게 떨었다.

얼굴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해주고픈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하파캠에 참여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감을 느낀다는 오동희 원장.

그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미정이가 남들 앞에서 위축될까 걱정이 되지만, 미정이가 밝고 명랑해서 다행”이라며 “대화를 통해 미정이에게 희망을 주고, 삶에 대한 의지를 키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정이 얼굴의 흉터가 지워지면서, 얼굴 흉터 때문에 생겼던 마음의 흉터까지도 말끔히 사라지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정이의 얼굴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해주고픈 그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얼굴은 ‘얼(정신)’을 드러내주는 ‘굴’이라고도 한다. 꾸준한 치료를 통해 깨끗해질 얼굴만큼, 미정이의 마음 역시도 티 없이 맑아지길 기대한다.

또, 하파캠을 통해 아픈 곳이 치료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많은 이들의 사랑이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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