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보편화로 인해 소외받는 것이 있다면, 단연 공중전화를 꼽을 것이다. 동전이나 공중전화 카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공중전화가 우리 주위에서 조금씩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맨처음 빨간색의 배불뚝이통의 모습으로 시작한 공중전화는 세련된 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뒤 한때는 대중의 품에서 호의호식을 누리기도 했다. 동전만 먹던 공중전화는 전화카드까지 먹는 식성을 발휘하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상당한 인기를 누리더니, 후에는 동전이나 전화카드가 없이도 전화를 걸 수 있는 콜렉트콜(요금 수신인 지불전화)이라는 사상초유의 기술을 발휘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경쟁자 앞에 무릎꿇은 한국의 공중전화
그러나 이러한 공중전화의 능력과 인기도 어느날 등장한 강력한 경쟁자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휴대전화다. 일명 ‘삐삐’의 등장은 공중전화 몰락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그 뒤 씨티폰의 등장은 공중전화의 은퇴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경고였고, 휴대전화는 드디어 공중전화의 종말을 가져왔다.
곳곳에 방치된 공중전화는 때론 술에 취한 어르신들의 애꿎은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소외라는 단어만큼 큰 상처가 되지는 않는다. 공중전화가 옆에 떡하니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사람들은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조차 한 손에 꼭 쥐고 있는 핸드폰으로 통화를 한다.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듯이 소외 당하고 있는 공중전화, 공중전화의 진보와 발전은 더 이상 없는 것인가?
도우미가 있어야 하는 미얀마의 공중전화
미얀마의 공항에는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사용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동전이 필요한데, 미얀마에서는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다. 미얀마에서 동전의 사용은 단지 파고다(불탑사원)에 던져지는 용도로써만 쓰이고 있다. 미얀마의 공중전화는 동전에게 소외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7년 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중전화와 공중전화부스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공중전화가 미얀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길거리에 책상과 함께 가정에서 사용할 법한 전화기가 놓여져 있고, 그 앞에는 공책을 펼쳐놓고 전화이용객을 기다리는 사람, 대개 여성이 앉아있다. 이게 과연 공중전화인지 의아해 하겠지만 이것이 바로 일명 미얀마식 공중전화이다.
누군가에게 통화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미얀마식 공중전화기가 비치된 곳으로 가서 전화를 건다. 그러면 그 앞에 앉아있던 사람은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의 통화시간을 공책에 기록한다. 그리고 통화가 끝나면 그 통화시간만큼의 요금을 요구한다. 그러면 통화한 사람은 기록된 시간을 보고 요금을 지불한다.
공중전화가 돈벌이의 수단
미얀마 공중전화의 또 하나 다른 점은 이 공중전화가 대부분 개인 소유라는 것이다. 한국의 공중전화는 공기업인 통신업체에서 일괄 관리하고 있지만, 미얀마의 공중전화는 각각 주인이 다르고, 이익 또한 개인이 갖는다. 개인 전화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를 공중전화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빈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미얀마에서 전화기를 구입하는 것은 중상층 이상의 사람들만이 가능하고, 통신사에서 전화번호를 얻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공중전화를 운영하려고 해도 왠만한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미얀마에도 핸드폰이 많이 보급되고 있지만, 미얀마에서 핸드폰은 초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에 상류층 사람들 아니면 구입할 수가 없다. 핸드폰 단말기의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역시 핸드폰 번호를 얻는 데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만원에 핸드폰을 사고, 번호 등록에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을 내야 한다. 미얀마에서 핸드폰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볼 때, 미얀마식 공중전화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거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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