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전체기사
시론&논단
칼럼
연재
특집기획
테마리포트
기자수첩



> 오피니언 > 림일 연재 크게  작게  프린트  보내기
림 일
다 있는데 하나가 없다?
[림일의 북한동무 남한친구] 송년 TV프로그램

우리집 TV에는 아직도 ‘케이블 유선채널’이 없다. 언젠가 동사무소에서 ‘특별생활보호대상’이라며 무료로 설치해 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정중히 사양했었다. 물론,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개의 공중파 방송에서 보통 1주일에 진행하는 50개 안팎의 프로그램에서, 내가 보는 거라고는 음악 콘서트, 코미디, 뉴스 프로그램이 전부이다. ‘콘서트’는 심심할 때 가끔 보고, ‘코미디’는 답답할 때 드문드문 보고, ‘뉴스’는 만사를 제쳐놓고 보는데, 그것도 공중파 3사의 뉴스를 아침이건 밤이건 몽땅 챙겨본다. 혹시 미친놈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내게는 5개 채널의 공중파 방송도 너무나 많다. 이는 3개 채널밖에 없는 북측의 TV에 비교하자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 것이다. 참고로 한국보다 6년 먼저 컬러TV 방송을 개시한 북녘의 TV 채널은 조선중앙, 교육문화, 만수대 이렇게 3개의 공중파 채널이 있을 뿐 다른 지역방송과 케이블 채널은 전혀 없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던 어느 해 송년의 날 저녁, 아내는 신문에서 송년특집 TV 프로그램 편성표를 찾아놓고는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부부는 상대적이라 했던가? 아내는 신통히도 나와 반대다. 드라마·쇼·연예오락프로 등 내 보기에는 별로 인생살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서 각 방송국의 시상식 중에 어떤 걸 봐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 채널이 50개도 넘는 케이블 TV를 안 놓았기에 다행이지, 그것까지 있었더라면. 쯧쯧!

여기서 잠깐! 북측 TV 송년 프로그램 중 어느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북녘은 ‘구정(음력설)’을 기본으로 쇠는 한국과 달리 ‘신정(1월 1일)’을 기본으로 쇠기에 매해 12월말과 새해 첫날은 우리의 음력설과 같은 분위기인데, 이때 방송하는 송년특집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평양학생소년들의 설맞이 공연!’

매해 송년특집으로 방송되는 이 특별 이벤트에는 김일성 주석이 참가하여 공연을 관람하고 어린이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펴보자면, 사회의 훌륭한 미래인 어린이들의 재롱을 보면서 희망찬 새해를 확신하고 사회의 발전과 번영·인민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한 해를 정리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송년 프로그램으론 딱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시청률 100%라 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북녘의 TV 프로그램 사상 가장 오래된 대중적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가만, 12월 31일에 공중파 3사 모두가 송년 특집으로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을 한다구? 그것도 시청률이 높은 황금시간대에, 거의 비슷한 행사를, 제각각? 자랑찬 한해가 저물어가고 희망찬 새해가 시작되려는 역사적인 순간에, 한 해 연예계 최고 스타를 선정하여 상을 주는 것이 과연 한 해를 잘 마감하는 것일까? 보다 새롭고 신선하고 멋진,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을까?

오늘 우리에게는 귀감이 될 만한 훌륭한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당신의 자식을 잃고도 남의 아이를 구해준 훌륭한 아버지도 있고, 수십 년 장터생활로 모은 쌈짓돈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할머니, 자신의 희생으로 어린이를 구한 아름다운 철도원도 있다.

소중한 신체의 일부를 아낌없이 바쳐 꺼져가는 새생명을 살린 아름다운 사람들과 구세군 자선냄비에 소리 없이 수천만 원을 넣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들. 이토록 아름답고 훌륭하신 분들이 바로 우리의 최고 스타가 아닐까? 천사 같은 이분들이 바로 우리의 희망인 것이다. 송년의 밤에 우리 모두의 아낌없는 갈채를 받아야 할 분들은 바로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지켜나가고 있는 이분들인 것이다.

매해 12월 31일이면 연기대상·가요대상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상 시상식’을 하는 것도 좋겠다. 우리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고귀한 희생과 봉사, 깨끗한 양심과 선행, 아름다운 효성과 기부 등으로 한해를 보낸 귀한 분들을 높이 평가하는 최고의 시상식을 여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사랑과 희망이 되었던 훌륭한 분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큰상을 주고, 그 시상 진행은 대통령님과 영부인께서 친히 해주시는 것이다. 왜 온갖 요란한 시상식은 다 하면서 이런 부문에 있어서는 작게 치러지거나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정말 송년에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떠들썩한 모임보다도, 요란 벅적한 연예 프로그램보다도 그런 분들을 거울삼아 우리의 과오를 살펴보고 훈훈하게 덥혀진 마음으로 보신각 타종소리와 함께 새로운 한해를 여는 것.

‘뭐, 이런 것도 있어야 새해 맛도 나는 거지, 안 그래?’


[림 일의 북한동무 남한친구]
평양 대동강남자고등중학교 졸업
서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순천향정보전문학교 졸업
북한 '사회안전부', '대외경제위원회' 근무
쿠웨이트 주재 '조선광복건설회사' 근무
1997년 3월 한국 귀순
現 CI제작 프리랜서 활동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더보기
피지 선교지에서...
해맑은 남매
더보기
(행사)13기지오프론티어스쿨 ...
[아시아] "동 아시아에 ...
[브라질] 축구학교 수련회 (...
[태국] 부흥을 갈망하는 땅...
[페루] 지진으로 인한 이재...
자유게시판 /우수블로그추천 /포토에세이 /UCC마당 /독자여행기 /즐거운 요리 / 라이브폴 / 기사제보
회사소개  |  광고 및 제휴문의  |  개인정보 보호정책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  sitemap
등록번호(등록일) : 서울아00078(2005.10.05) | 발행인 : 유용선 |  Copyrightⓒ뉴스미션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4-8 극동빌딩 4층 TEL: 02-761-7022 / FAX: 02-761-7071 발행일 : 200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