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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봄비가 촉촉히 내리던 날
경북 문경 신망애육원을 찾아간 박수홍씨
5월 12일, 부슬부슬 기분좋은 봄비가 내리는 주말의 이른 오후, 경북 문경시 신망애육원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박수홍씨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하파캠 관계자 모두 찾아가는 길 내내 '하얀사랑 파란희망 캠페인'을 통해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수개월 동안 치료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한 마음뿐이다. 우리의 설레이는 마음을 알기나 하듯 신망애 친구들은 모두 나와 우리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박수홍 형아 실제로 보니까 좋지” 사무엘반 어린이 상범이(9)는 점심시간에 나온 불고기를 자기가 먹지도 못할 만큼 듬뿍 덜어 엄마를 갖다 준다. “왜 넌 먹지도 않고 엄마 갖다 드려?” 라는 질문에 “이거 엄마 갖다 줄거야” 라는 대답으로 일관한다. 상범이가 열심히 챙기는 엄마는 바로 사무엘반 담당 선생님. 신망애육원 친구들은 모두 자기반 담당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상범이의 유별난 엄마사랑은 소문이 자자하다. 모두가 과자를 하나씩 고를 때, 엄마를 위해 먹어본 적도 없는 육포를 골라오던 아이다. 상범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이처럼 절대적이다. 그런 상범이에게 이번에 받은 피부 치료는 바로 삶에 대한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전부터 상범이는 얼굴에 난 상처 때문에 얼굴이 예쁘지 않아서 (친)엄마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래서 친구들도 만나기 싫었고, 상처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에도 대답하기 싫었다. 본인의 미운 얼굴과,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마음 속 상처만큼 밉고 싫었다. 자연히 말수도 적어지고 소극적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만나본 상범이는 아주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조금 말을 붙여봤더니 금새 손을 잡아끌며 풀밭에 핀 풀꽃으로 꽃반지며, 꽃팔찌를 만들어준다. 오늘은 상범이가 그토록 기다렸던 박수홍 형아의 방문으로 한층 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에게 줄 풀팔찌를 만들면서, 친구 한솔이에게 넌지시 건네는 말, “박수홍 형아 실제로 보니까 좋지?” 박수홍씨의 따뜻한 사랑을 느낀 상범이는 얼굴뿐 아니라 마음의 흉터도 곧 사라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상범이가 아니다. 커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상범이, 그 작은 청모자 아래 밝은 미소 속에서 파란희망이 엿보인다.
“축구할 때 훨씬 당당해졌어요” 동욱이(18)는 이날 누구보다 더 박수홍 형을 기다렸다. 문경시 대표 축구선수인 동욱이에게 박수홍 형의 방문은 오늘 있는 포항시와의 축구 시합만큼 소중한 것인가 보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어지는 박수홍 형을 볼 수 있을지 안절부절이었다고 한다. 결국 시합 마치고 돌아오면 볼 수 있을 거란 원장님의 약속 아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동욱이는 지난 1월 처음 박수홍 형을 보았다. 이마의 깊은 흉터는 늘 동욱이로 하여금 흉터뿐 아니라 자신 전체를 가리고 싶게 만들던 것이었다. 성형수술 이후 동욱이는 조금씩 자신을 되찾아 갔다. 치료가 힘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묵묵히 고개를 가로저었고, 수술받은 후에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다 “축구할 때 훨씬 당당해졌어요”라고 답했다. 짧은 대답과 수줍은 미소. 5월의 봄비와 함께 오랫동안 닫혀있던 동욱이의 마음이 세상을 향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하파캠과 늘 함께한 박수홍씨도 오늘은 특별히 마음이 더 흐뭇했다. 하파캠을 통해 치료받은 친구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박수홍씨를 기쁘게 맞이했기 때문이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치료를 받은 아이는 상범이와 동욱이, 치과 치료는 지연, 지은, 둔연, 의철, 영규, 호원, 홍갑이 등 총 9명이었다. 모두 치료가 꼭 필요했으나 애육원의 재정부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다보니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다. 하지만 하파캠을 통해 지난 1월부터 치료가 시작되어 이날 박수홍씨를 다시 만날 때는 거의 치료가 완료된 상태였다. 박수홍씨는 치료 후의 밝고 예쁜 모습이 참 기쁘지만, 내심 아이들을 보러 급하게 내려오는 바람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준비해 오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하파캠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병원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이어줄 수 있는 것이 뿌듯하다는 그의 바람은 ‘나눔의 사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더 넓은 곳으로, 더 많은 아이들에게 따뜻산 사랑의 손길이 닿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복이 있다 한때 주목받던 광산촌이었던 문경. 폐광이 되고나서부터 인구의 절반 이상이 떠나고 곧 이어 경기침체가 찾아 왔다. 지역적으로 불경기이다 보니 신망애육원 아이들을 돌아볼 사람들이 줄어든 데다가, 아이들이 질병으로 고통을 당해도 마땅히 치료받을 만한 병원 상황도 좋지 않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로는 아이들도 마음대로 데려다 보살필 수가 없다. 지원금도 전보다 훨씬 줄어줄었다고 신망애육원 황영숙 원장은 안타까워했다. 신망애육원 초대 설립의 이념은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이다. 황 원장님의 부친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란다. 지역 상황도 좋지 않고,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늘 어려웠던 차에, ‘하얀사랑 파란희망 캠페인’은 황 원장에게도 희망이 되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해서 마음아파 했던 그에게 고통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밝은 모습은 그가 살아가는 힘이요, 희망이다. 박수홍씨와의 오늘 만남을 위해 아이들은 어머니인 원장님과 함께 기쁘게 율동을 준비하고, 작은 오케스트라를 마련했으며, 열심히 성경구절을 암송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은 모습으로 바뀌는 사랑이야말로 죽은 사람도 살릴 만한 힘임을 느끼게 한다. 하파캠은 작은 사랑의 손길로 아이들을 살리고자 한다. 사랑, 작지만 따뜻한 그 힘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오늘의 봄비같이 내려 흠뻑 적시게 되길 기대해 본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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