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전체기사
대학가소식
사회·문화
에세이·칼럼
인터뷰
포토&포토
명예기자방
뷰티&패션
캠퍼밴




> 공감2030 > 에세이칼럼 크게  작게  프린트  보내기
김성훈 명예기자 erios@hanmail.net
'커피와 담배' 해로운 것들에 대하여 건배!

▲©www.cyworld.com/erios84

1. 어느날의 커피

문학가로도 유명한 이해인 수녀의 작품 중에 <어느 날의 커피>라는 시가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어느 날 밤, 수녀인 그녀에게도 문득 외로움이 찾아왔다. 개인 수첩을 뒤적여 보니 수십 명의 전화번호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보고 또 봐도 마음 편히 얘기를 나눌 이는 하나도 없다... 아마 이러한 공허함은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휴대폰의 메모리 용량과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여 지인들의 번호를 입력해 놓았건만, 정작 가슴을 열고 대화할 이가 한 명도 없을 때의 심정. 젊어서부터 자신을 한 절대자에게 오롯이 바친 수녀님마저도 외로움에 몸부림치시는 마당에 평범한 우리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커피일까? 정작 위 시에서는 커피에 대한 내용은 한 구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제목에서 그것을 빼고 다른 종류의 차를 집어넣어 보자. 예를 들어 <어느 날의 우롱차>, <어느 날의 둥글레차> 정도로 제목을 붙였다고 치자. 뭔가 어색하다, 아니 어색하다 못해 원인 모를 거부감이 든다. 위 시의 주요 정서인 '고독의 몸부림'은 온데 간데 없고 어쩐지 헛웃음만 나온다. 그만큼 커피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유발하는 기호식품이다. 비가 오거나 어두컴컴한 밤이 찾아오는 그 외로움의 순간에, 커피는 이 모든 고독한 이들에게 위안이 되주었다. 물론 오랫동안 커피가 중요 소재로 쓰인 영화나 문학 작품들의 전통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아마도 커피만이 가진 독특한 맛, 혀에 닿을 때의 달짝지근함과 쓰디씀의 그 미묘한 조화가 사람들을 사로잡는게 아닌가 싶다.

커피와 함께 사람들의 눈물과 회한으로 범벅된 가슴을 부여잡아주는 또 다른 것이 있으니 바로 담배다. 백해무익의 결정체, 정말 이보다 더 해로울 수 없다고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기호식품계의 이단아. 꾸준한 금연 공익광고로 최근에 흡연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흡연 강대국이다. 사람들은 담배가 유해화학 물질의 완전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꾸준히 거금을 주고 담배를 산다. 게다가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 갑에 몇십 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제 담배를 수집하기도 한다. 헌데 이런 흡연자들은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같이 마신다.

게다가 이들은 담배와 가장 어울리는 것을 꼽으라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커피를 내세운다.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들. 인터넷의 수많은 블로그와 까페에는, 커피와 담배를 주제로 끄적여 놓은 글들이 넘쳐난다. 하나 같이 그들은 이별에 아파하고 좌절에 슬퍼한다. 사실, 실없이 웃으며 담배를 피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미간을 찌뿌리고 눈물을 삼키며 태워야만 한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이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며 위로해주는 커피와 담배. 그래서인지 이 둘은 비슷한 점이 많다.

2. 그들의 태생

먼저 커피와 담배는 옛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에서 태어났다. 커피는 처음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빨간 열매'가 사라센 민족을 중심으로 하여, 아라비아, 터키, 인도로 전해졌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후에 터키에서 유럽대륙으로 퍼져나간 커피는 여기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즉, 아라비아 지역에서만 생산되던 커피나무가 세계 각지 특히 식민지였던 남미 국가에 이식되면서 커피 원두의 품종이 다양화되었고, 추출 방법도 개선되어 더욱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슬람 세계에서 전래된 것이라 하여 이교도의 음료로 배척했던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차츰 커피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결국에 커피는 종교의 벽을 뚫고 점차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당시 서구 열강은 이러한 커피의 경쟁력을 미리 알아보고 자국의 식민지를 기반으로 하여 커피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 식민지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그들은 막대한 부를 챙겼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커피 회사들은 오늘날에도 이러한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7,000원씩 받는 커피 한 잔에 드는 일인당 인건비는 고작 70원 정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국제 비정부 조직들이 이에 대해 불매운동 등의 반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소리를 외쳐도 석유 다음으로 거래량이 많다는 커피의 인기는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다. 커피의 동반자인 담배도 그 탄생이 비슷하다.

▲©www.blog.naver.com/unit6060

담배의 역사는 최소한 3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신대륙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담배 피우는 모습을 최초로 목격했다고 하지만, 고대 신전에 새겨진 그림들을 통해 기원전 1000년경에도 중남미 지역 사람들이 이미 담배를 피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5세기 말 유럽에 전해진 담배는 사람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세금을 통해 상당한 수입을 창출하였다. 당시 유럽에서, 담배는 ‘여러 형태로 남용될 수 있는 사악한 습관’, ‘악마의 성찬’이라는 표현부터, ‘신이 내린 풀’ 또는 ‘지상의 즐거움의 극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으로 묘사되었다. 담배는 그 동안 왕가의 비난, 유행의 상징, 의학적 연구, 밀수, 통상 마찰, 사용 금지 등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왔다.

특히 담배는 제조회사들에 대한 소송이 늘어나면서 주요 뉴스거리가 되었다. 미국에서 최초의 주정부 소송이 제기된 지 5년 후, 미국의 주요 담배회사들은 46개 주의 법무 장관들과 '담배판매 기본협약'을 체결한다. 이 협약에 따라, 미 주정부들은 향후 25년에 걸쳐 총 2000억 원 이상을 담배 회사들로부터 받아, 질병에 걸린 흡연자들의 치료를 위한 의료비 청구 소송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 '기본 협약'이 담배회사들에게 안정을 되찾아 주었으며, 이들은 다시 사업 운영에 전념할 수 있었다. 겨우겨우 담배가 살아남은 것이다.

3. 중독 -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유혹

또 다른 공통점은 이 둘이, 다시 언급하는 것이 어리석을 정도로 몸에 해롭다는 것이다. 다만, 하루 다섯 잔 이내의 커피는 오히려 몸에 좋고, 일어나자 마자 마시는 모닝 커피는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동맥경화를 예방한다는 보고가 나온 적은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의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요즘의 웰빙 열풍에 힘입어, 무카페인 커피, 항산화 작용이 뛰어난 폴리페놀의 양을 극대화 시킨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커피의 진화가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반면, 담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우수한 필터가 나와도 분명 니코틴, 타르는 체내에 흡수된다. 오히려 저타르 담배는 흡연가들 사이에서 '맛이 없다'고 외면받기 십상이다.

그리고 흡연자의 수준을 넘어선 '애연가'들은 되려 '시가'와 같은, 담배 100%로의 맛과 향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커피는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지만 담배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모든 관공서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고, 이 움직임은 전국의 다른 건물들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요즘은 술자리 등, 많은 이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마저 예전같이 마음놓고 담배를 피우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왜 사람들은 커피를 마셔대고 욕을 먹으면서까지 끈질기게 담배를 태울까. 그리고 왜 냉정하게 끊지를 못할까. 모두가 아시다시피 이것은 중독이다. 다만 일반 사람들은 커피의 카페인, 담배의 니코틴 때문에 이들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것이 참 곤란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는 그것들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실례가 되는 말이다. 무카페인 커피가 쏟아져 나와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커피를 마신다.

▲©<커피와 담배> 공식 홈페이지

붙이기만 하면 니코틴이 체내에 흡수되어 흡연욕을 줄여준다는 패치형 금연 보조제를 아무리 붙여도 사람들은 결국 담배를 다시 태운다. 한 때 <커피맛 담배>라는 블로그를 운영한 이영식 씨는 이렇게 말한다. "커피는 그 뜨거운 수증기에 베어나오는 진한 향, 뜨거울까 봐 후후 불어가며 자신이 탄 커피의 맛을 기대하는 순간, 그리고 혀에 닿을 때의 그 말할 수 없는 알싸함이 매력이죠" 그렇다.

이건 담배도 마찬가지다. 라이터로 불을 당길 때의 그 '치익'하는 소리, 그 불이 담배에 붙을 때의 감촉, 두 손가락으로 담배개비의 몸통을 부여잡고 입으로 빨아당길 때의 목넘김과 가슴으로 파고드는 담배 연기가 아직 자신의 폐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고 다시 나옴으로써 종결되는 그 수많은 행위의 총체. 이는 단순히 카페인이나 니코틴 같은 화학물질의 단독 범행이 아니다. 단 몇 초도 안 걸리는 이 일련의 과정이 담배 애호가들의 생리적 욕구와 적절히 맞물려 중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서서히 사람들은 그것에 빠진다. 그러다 곁에서 사라지면 미친 듯이 찾게 된다. 이제 그만 끝내야지 하지만 그것은 이미 중독을 넘어선 습관이 되어버려 그것을 잊어버리기란 쉽지 않다. 요즘 남녀 간의 로맨스를 다루는 현대 소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다시피 하는 소재가 바로 커피와 담배다. 아마도 이는 연인간의 '사랑' 또한 이 같은 중독과 마찬가지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

4. 해로운 것들에 대하여 건배

현대 로맨스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이러한 성격을 많이 띠는데, 실제로 제목부터 <커피와 담배>라는 영화가 있다.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유명한 인물들이 자신을 연기하면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총 11개의 시퀀스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영화다. 그러나 연인 간에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다가 결국엔 눈물을 흘리는 그런 류의 영화는 아니다. 영화 속의 그들은 별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누면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며, 카페인 아이스캔디, 엘비스에 대한 음모, 영국 차를 마시는 방법 등 가지 각색의 주제에 대해 토론한다.

하지만 여느 영화처럼 전형적인 기승전결의 과정이나 심각한 주제 같은 것은 없다. 게다가 커피와 담배의 유해함 따위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커피나 담배와 같이 이미 현대인들에게 일상화된 소재를 통해 영화에 출연한 유명인들의 평상시의 생각이나 대화를 잘 이끌어내고 있다. 가끔씩 대화 중에 커피와 담배의 유해함을 말하곤 하지만 영화는 보는 이들에게 그것보다 더한 '유해함'을 역설한다. 그것은 바로 자기만의 방벽을 쌓은 채 외롭고 아무 감흥 없이, 그저 속도와 유행을 따라가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이다.

생각해 보면 커피와 담배를 줄인다 한들 과연 몇 년이나 더 오래 살 것인가. 흡연을 하면 각종 암 발병율이 비흡연자의 그것보다 몇십 배나 더 높다고 하지만 그것을 수치화해보면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더 낮다고 한다. 평소 웰빙 열풍에 힙입어 건강 식단을 챙겨먹고 금연 금주의 습관에다 꾸준히 운동을 한다고 해 봤자 그 날 재수가 없어 큰 사고가 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자기 인생에서 순간을 즐길 만한 것이 없는 한 오래 산다 한들 그게 뭐 그리 좋겠는가. 여기서 커피홀릭과 애연가들은 감히 말한다. 그것들을 무조건적으로 터부시하는 당신네들보다 오히려 자신들이 훨씬 건강하다고.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물론 이것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공감2030>은 우리 사회를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대학생기자들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코너의 성격상 글의 주제나 소재에 있어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제약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편집자 주]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자유게시판 /우수블로그추천 /포토에세이 /UCC마당 /독자여행기 /즐거운 요리 / 라이브폴 / 기사제보
회사소개  |  광고 및 제휴문의  |  개인정보 보호정책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  sitemap
등록번호(등록일) : 서울아00078(2005.10.05) | 발행인 : 유용선 |  Copyrightⓒ뉴스미션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4-8 극동빌딩 4층 TEL: 02-761-7022 / FAX: 02-761-7071 발행일 : 200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