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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인턴기자 redin4u@naver.com
[인터뷰] 초딩밴드 ‘페네키’, UCC날개 달고 날아오르다

▲페네키밴드의 여섯 멤버. 왼쪽부터 임찬석(12), 김준호(11), 박재희(11), 백소명(13), 백원조(11), 박주형(12)©페네키밴드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 나는 언제나 그댈 느낄 수 있어요 / 세상이 끝나는 날 까지 /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2006년 11월 11일 오후, 몇몇 유명 동영상 UCC사이트에 한 아마추어 밴드가 무한궤도의 인기곡 ‘그대에게’를 연주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은 순식간에 ‘화제의 동영상’으로 수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며 웹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고, 수많은 UCC 동영상을 제치고 ‘이 달의 HIT UCC 상’ 등을 받기도 했다.

1988년 당시 신해철이 속한 ‘무한궤도’가 불러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그대에게’가 왜 2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UCC사이트에서 주목받고 있을까. 그것은 이 곡을 연주한 밴드의 구성원이 전원 열 살을 갓 넘긴 초등학생들이기 때문이었다.

사막여우의 학명인 ‘페네쿠스 제르다’(Fennecus zerda)에서 따온 ‘페네키’가 이 초등학생 밴드의 이름이다. 이들은 UCC사이트에서 인기몰이를 하더니 올해 2월 한 공중파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청와대에 초청돼 공연을 하기도 했다.

6명의 멤버, 평균 나이 11.6세, 평균 키 140cm. ‘초딩밴드’로 더 유명한 이들을 만나보았다.

2006년 7월 결성, UCC 통해 ‘스타덤’


“UCC를 만들어 올려보자고 한 건 제 아이디어였죠.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그게 될까’ 라며 냉담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UCC사이트에 동영상을 업로드 했는데, 너무 인기가 폭발적이다 보니 저 자신도 놀랐어요. 인터넷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이야…”

페네키를 만들고, 지도하고 있는 전효경씨는 페네키가 UCC스타로 떠오를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물론 아이들의 음악 실력이 나이에 비해 훌륭한 탓도 있지만, 지난해부터 인터넷 세계의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한 UCC라는 ‘수단’도 현재 페네키의 인기에 뺄 수 없는 요소이다. 2006년 6월부터 두 달간의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6명의 아이가 ‘스타’로 떠오르는 데에 단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UCC라는 툴(tool)에는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페네키의 실체를 동영상으로 한 번에 모두 알려버렸기 때문에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효경)

현재 페네키 공식 팬카페의 회원은 1천여 명. UCC를 보고 모여든 팬들의 숫자만 이 정도다. 전씨가 ‘너무 한꺼번에 알려버렸다’며 아쉬워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실력이 수준급인 것은 물론 얼굴도 너무 귀엽다’며 페네키의 외모에도 열광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누나’ 팬들이 제일 많다. 몇몇 ‘누나’들은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자신의 블로그에 페네키의 UCC영상을 올리며 ‘자발적 홍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공부 안하면 음악 못하게 한다’
▲야외에서 라이브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페네키밴드 멤버들©페네키밴드

페네키의 여섯 아이들은 보통 오후 5시경 서울 양재동의 연습실로 모인다. 학기 중엔 주중 2번과 주말 2번, 방학 중에는 매일 연습실로 나와 연습에 임해야 한다. 연습 시간은 4시간 정도. 함께 하는 연습시간만 해도 이 정도인데, 집에서 각자 하는 개인 연습시간까지 합하면 초등학생치곤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페네키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데, 엄마가 성적이 떨어지면 바로 밴드를 그만두라고 하셔서 조금 무서워요.” (백원조, 11세, 키보드ㆍ보컬)

아이의 성적이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긴 하지만, 페네키 멤버들의 어머니들도 아이들이 가는 길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있다. 멀리는 수원과 평촌에서부터 아이들을 양재동 연습실까지 데려오고, 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귀가한다. 방과 후 자유시간과 주말을 온전히 연습에만 바치는 아이들이 가여운 지 간식도 자주 싸들고 온다.

“간식은 제가 좀 반대하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산만한 아이들인데, 간식 시간에는 더 시끄럽고 혼잡해서 도저히 통제가 안 되거든요.” (전효경)

아무리 수준급 실력을 갖춘 ‘UCC스타’라고 해도 애들은 애들인가 보다. 페네키의 연습 시간은 ‘산만’ 그 자체다. 잠시도 조용히 하질 못하고, 장난도 많이 친다. 심지어는 ‘악보 보면대’(악보를 놓는 보조기구)로 칼싸움과 총싸움을 하기에 이러다가 다칠까 싶어 보면대를 모두 치워버렸을 정도다.

“그렇게 장난을 치다가도 공연 일정이 잡히면 제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연습에 집중이 잘 돼요. 특히 집중이 필요한 라이브 무대를 제일 좋아합니다. 큰 실수를 거의 한 적이 없어요. 저희 밴드 팀워크가 좋은 편이거든요.” (백소명, 리더, 13세 기타ㆍ보컬)

‘어린이 대중가요’ 만들어 건전한 소통의 다리 되고파

“대중가요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어린이들에게 건전한 대중가요를 선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전효경)

페네키의 존재 목적은 오직 하나뿐이다. ‘어린이 대중가요’를 만들고 부른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여과 없이 성인가요를 받아들이는 어린이들에게 ‘동요는 아니지만 어린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 페네키의 바람이다. 시원한 그룹사운드로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향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세대 간의 대화와 이해가 깊어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는 다르게 ‘결국 상업적으로 변질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이런 목소리에 대해 전효경씨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 점에 있어서 저는 매우 냉정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다울 때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이 아닐까요? 유명해졌다고 일부 연예인들처럼 되바라진 행동을 하면 밴드에서 바로 빼버리겠다고 평소에 아이들에게 ‘협박’을 하고 있어요.”

페네키는 ‘뮤지션의 꿈을 키우고 싶은 모든 어린이들의 커뮤니티’여야 하고, ‘연예인이 아닌 뮤지션 그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씨만이 아닌, 페네키 멤버 6명 모두의 목표이기도 하다.

“흔한 말이지만, 정말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제 인생을 음악에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박재희, 11세, 기타)

“대한민국 최강 초등학생 드러머가 되고 싶습니다. 아니,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강이요.” (김준호, 11세, 드럼)

오는 23일, 1년 여를 준비해 온 페네키의 첫 앨범이 디지털음원으로 공개된다. 24일부터는 케이블채널을 통해 뮤직비디오도 공개된다. UCC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초딩밴드’의 고공비행이 어디까지 계속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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