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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인턴기자 redin4u@naver.com
“멀쩡한 ‘동사무소’는 왜 바꾸나요?”

▲1일부터 동사무소의 명칭이 '동 주민센터'로 바뀐다. 현행 '주민자치센터'들은 '주민자치방' 등 주민센터와 헷갈리지 않는 이름으로 교체된다©연합

“동사무소가 ‘동 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꾼답니다. 국민 의견을 묻지도 않고 멋대로 결정하네요. 동사무소란 명칭이 어디가 어떻기에 굳이 바꾸려 하나요?”

이달 1일부터 전국의 모든 동사무소의 명칭이 ‘동 주민센터’로 바뀌었다. 정부는 동사무소의 역할이 사무 위주에서 주민복지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명칭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명칭 변경은 주민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인 몰아붙이기라는 여론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영어이름ㆍ벼락치기 결정ㆍ수십억대 비용..‘문제있다’

이번 동사무소 명칭 변경에 일부 네티즌들은 ‘변경 반대 운동’으로 정부에 맞서고 있다. 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1955년부터 사용돼 온 친숙한 명칭을 마음대로 바꿨다는 것이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사무소 명칭 변경 반대’ 서명운동은 4일 만에 2천여 명이 서명하며 사이버 세상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네티즌들이 명칭 변경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공공기관 명칭에 ‘센터’라는 영어가 들어간다는 것 △현판 및 이정표 교체에 수십억대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서명운동을 제기한 네티즌 ‘해무리’는 “최소한 공공기관 명칭은 우리말을 써야하지 않겠냐”며 “이름을 영어로 바꾸면 뭐가 달라지는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체육부’도 ‘스포츠부’로 바뀌겠다”며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번 명칭 변경에 들어가는 수십억 원대의 비용도 반대 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경기도청 공보관실 측에서 밝힌 1개 동당 현판 및 이정표 변경 비용은 약 160~170만원선. 계산을 해보면 전국 145개 시ㆍ도 2,166개동을 모두 바꾸는 데 최소한 3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벼락치기식 행정편의’, ‘주민 무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동사무소 명칭변경 추진 계획이 발표된 것은 불과 석 달 전인 지난 6월 7일로, 계획을 발표한 지 단 2달 만인 8월 10일 ‘주민센터’라는 명칭이 확정됐으며, 그로부터 1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행정자치부 측에서는 7월 중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민ㆍ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여론수렴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설문지는 ‘동사무소 명칭 변경이 합당한가’에 대해서가 아니라, 명칭 변경을 전제 조건으로 ‘어떤 명칭이 가장 어울리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밝혀졌다.

한 네티즌은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마친 것이 맞는지 정말 의심스럽기만 하다”며 “그런 곳에 쓸 세금이 있다면 불우한 아이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더 먹여라”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부, “주민 생활환경 밀접 서비스 알리기 위해 이름 변경”

▲주민센터 예시©행정자치부
이런 반응에 대해 정부는 동사무소가 단순한 ‘사무’ 위주의 역할에서 벗어나 주민 복지, 문화, 생활체육 등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한 통합 서비스 기관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에 이런 기능에 어울리는 ‘주민센터’로 명칭을 변경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자치부 지방행정혁신팀 공재광 사무관은 “지난해부터 행정자치부에서 추진해 온 ‘주민생활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작업이 올 7월 완료돼 동사무소가 주민생활 서비스를 주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통합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동사무소는 단순한 사무행정 처리기관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인 만큼 ‘사무’라는 특정분야에 한정되지 않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의 반발이 있다 해도 명칭 변경을 통해 동사무소의 기능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통합서비스에 주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게 함으로써 주민들이 더 많은 복지혜택을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센터’라는 명칭에 대한 비판에도 공 사무관은 “주민센터라는 명칭은 복지부 관계자, 대학 교수, 한글학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동사무소 명칭변경 자문위원회’에서 추천한 것”이라며 “쉽고 간결하게, 동사무소의 바뀐 역할을 주민들에게 인지시킬 수 있는 가장 합당한 명칭”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이번 명칭 변경을 바탕으로 좀 더 주민생활 복지 업무 기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아직 ‘주민생활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사업이 완료돼지 않아 이번 명칭 변경에서 제외된 읍ㆍ면사무소의 명칭도 조만간 ‘주민센터’로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제 명칭 변경으로 전국의 동사무소들은 1일 부로 명칭 변경 및 현판, 유도간판 교체 작업에 들어갔으며, 대부분 이달 내 교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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