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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명예기자 shiny_signal@hanmail.net
이 소녀가 얼굴흉터 지우고, 예쁜 마음 가질 수 있길
[하파캠] '하얀사랑 파란희망' 통해 얼굴 흉터 치료받게 된 11살 소녀

정희(가명. 11. 경기도 양주시)는 누구보다도 눈이 맑은 아이다. 그러나 그 크고 동그란 눈에 고인 것은 어린아이의 해맑은 동심(童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었다. 정희의 왼쪽 눈 밑의 뺨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흉터는, 마치 정희의 마음 속에 그어진 상처처럼 보였다.

늘 술에 취해 있는 부모 … “창문으로 던지지만 마세요”

정희의 어머니 이 모씨(40)는 지난 2004년, 사고로 난간에서 떨어져 지체 1급 장애를 갖게 되었다. 그 후로 이씨는 자신의 처지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원래 술을 좋아했다던 정희의 아버지 오 모씨(40) 역시 아내의 사고를 계기로 더욱 술에 의존하게 되었다. 오씨의 알코올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져, 돈이 없으면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가져다가 술을 사먹는 정도가 되었다.

오씨는 술만 마시면 아이들과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곤 한다. 그런 날이면, 정희는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무서움을 호소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무서운 모습에 겁에 질리는 일이 계속되었기 때문일까. 어느 날 선생님이 정희를 데리고 상담을 하려고 하자 “창문으로 던지지만 마세요”라며 떨고 있어 선생님을 당황케 하기도 했단다.

▲정희는 부모의 잦은 음주에 따른 폭력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자라고 있는 정희는 학교에서의 생활도 원만하지 못한 상태다. 정희의 학습수준은 지체 정도가 심한 편. 장애로 판정될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 5학년인 정희는 국어가 3학년 수준, 수학은 1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어, 현재 국·영·수 과목에 한해 학교 내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특수학급에서의 수업이 잦다 보니, 정희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공격적인 성격 때문에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기도 한다.

또 하나의 상처 ‘얼굴 흉터’, 하파캠 통해 치료하게 돼

정희 얼굴에 있는 상처는, 정희를 친구들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작년 여름방학 때였다. 정희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는데, 얼굴의 피부가 찢어져 병원에 가 열세 바늘을 꿰맸다. 그 후 한 달 정도는 물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수영장에 갈 일이 있어 다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물에 들어가 큰 흉터가 남게 되었다.

▲정희 얼굴에 있는 큰 상처는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어왔다.

이에 대해, 정희를 돌보고 있는 방진희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이 정희의 흉터를 보고 ‘조폭 같다, 깡패 같다’라며 놀리고 따돌리는 일이 많아, 정희도 흉터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며 "흉터로 인해 놀림을 당하는 일이 잦아질수록 정희의 성격도 더욱 공격적이 돼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은 정희의 마음에 또 하나의 상처가 되었던 얼굴의 흉터를 지울 수 있게 된 날이었다. 바로 ‘하얀사랑 파란희망 캠페인’(이하 하파캠)에 참여하고 있는 연세엘레핀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흉터가 사라진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들떠있었다는 정희. 레이저 시술을 받기 전, 흉터 부위에 마취약을 바르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언제 치료 받아요?”라고 물으며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치료를 받을 시간. 그러나 정희는 ‘수술실’이라는 글씨와 거대해 보이는 기계를 보자 겁을 집어먹고 금세 울먹이기 시작했다. 작년, 상처를 수술할 때의 무섭고 아팠던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렇게 수술실에 들어가길 망설이던 정희는, 간호사 언니들과 복지사 선생님이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시술을 받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연세엘레핀클리닉의 이복기 원장이 정희의 흉터를 살펴보고 있다.

정희가 받을 시술은 매우 짧고 간단했다. 그렇지만 이미 잔뜩 겁에 질린 정희는 수술실의 문도 닫지 못하게 한 채 레이저시술을 하는 동안 “아파, 아파”하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 자꾸만 움직이려고 하는 정희를 잡고 있느라 몇 사람이 진땀을 빼고 나서야 시술을 끝낼 수 있었다.

시술 소요시간은 이십분 정도. 시술 받은 부위에 차가운 거즈를 얹어 놓고 통증과 열기를 가라앉히는 것으로 시술은 끝났다. 정희의 시술을 맡은 연세엘레핀클리닉 이복기 원장은 “한번 생긴 흉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정희의 경우, 흉터가 아주 진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한 달 간격으로 4~5회 정도 시술을 받으면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흉터가 남아있으면, 없어질 때까지 해 보죠 뭐”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상처 모두 지우고, 예쁜 마음 가질 수 있길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정희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그리고, 처음엔 말을 걸어도 잘 대꾸하지 않던 정희가 “선생님이랑 같이 갈래요”라며 본 기자의 손을 꼭 잡고, ‘잘 치료 받았다’며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정희가 표정도 밝아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보았다.

몇 차례 시술을 더 받음으로써 얼굴의 흉터를 말끔히 지우게 될 정희. 깨끗해질 얼굴만큼이나 마음에 남아있는 상처도 어서 아물고, 정희가 더욱 예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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