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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인턴기자 redin4u@naver.com
‘소말리아 선원 돕자’, 기독교 ‘생색내기’로 비쳐져
교계의 모금활동, 안티기독적 시각으로 동기의 순수성 의심

▲16일 부산 거리에서 열린 선원 구출 서명과 모금 캠페인©연합

“마지못해 눈치 보며 모금해놓고 나중에 또 얼마나 생색을 내려고 그러나…” (소말리아 선원 구출운동을 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일부)

소말리아 선원 피랍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계도 선원 구출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무사 생환을 위한 기도회 및 모금운동을 통해 구출 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피랍선원 구출 운동을 전개해 온 비기독교계 시민단체들이 기독교계의 선원 돕기 움직임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그리 우호적이지 못하다. ‘다 늦게 뛰어들어 생색만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기독교계가 뭘 하든지 어떤 노력을 하든지 안티기독적 시각으로 여전히 그 동기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계, ‘강도 만나 죽어가는 사람들 살리자’

기독교계의 선원 구출운동 움직임은 지난 19일 부산지역 기독교인들의 전도축제인 ‘부산 그래함 페스티벌’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지역 특성상 선원의 비율이 높은 부산지역에서 ‘선원 피랍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집회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에서 1억5천여만원의 성금을 모은 것이다.

이에 자극을 받은 기독교계 ‘동서대학’의 학생들이 가을 축제 준비금의 일부와 자발적 모금액을 합해 5천만원을 내놓았고, 동서대학 재단도 여기에 1억원을 보탰다.

일이 이렇게 되자 부산기독교총연합회(이하 부기총, 회장 송성구 목사)도 ‘기독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구출 운동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부기총은 지난 24일 저녁 사직동교회에서 ‘마부노호 선원 구출을 위한 연합기도회’를 열고 기도와 함께 몸값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부기총 측은 이날 기도회를 통해 ‘3억여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부기총 공동회장 남태복 목사(은광침례교회)는 “강도 만난 이웃을 어떻게 그냥 두고만 볼 수 있겠느냐”며 “적은 힘이지만 힘껏 보태 그 분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에서 구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와 피랍선원 가족들에게도 기독교의 손길이 미쳤다. 순복음인천교회 최성규 목사는 지난 20일 길거리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피랍선원 가족들을 방문해 성금 7천만원을 전달했다. 아프간 피랍사태의 당사자였던 분당 샘물교회 측도 성금 모금에 앞장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계가 이렇게 지난 일주일간 모은 성금은 모두 5억여원이다. 지난달 24일 발족한 ‘소말리아 피랍 선원을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한 달간 모금한 금액의 5배에 이른다.

시민모임, ‘박힌 돌 빼내는 기독교의 생색내기’ 주장
▲소말리아 피랍선원 가족들이 15일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해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뉴스미션

하지만 이런 기독교계를 바라보는 시민모임의 눈길은 부드럽지 않다. 한마디로 기독교계의 이런 움직임이 자꾸 ‘생색내기’로 비친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아프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자세와 해결 과정을 대비시키며 ‘국민차별 금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발족한 시민모임에는 종교비판자유연대(종비련), 샘물교회자성촉구를위한시민운동 등 기독교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종비련 신용국 기획실장은 “기독교계가 선원들의 구출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대단히 환영하고 감사할 일”이라면서도 “일부 교회에서 ‘선원 구출 운동을 통해 기독교의 위상을 회복하자’는 구호가 들리는 등 구출 운동을 하나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모습이 보여 걱정”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기독교계에서 ‘그래도 기독교가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모았겠느냐’라는 발언을 직접 해와 마음에 굉장히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져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부기총의 과잉 대응도 또 다른 마찰을 빚고 있다. 지금까지 수고해 온 시민단체들을 무시하고 ‘기독교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교와는 무관한 해상노련측도 기독교계의 도움에 대해 고마움 보다는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상노련 안대선 본부장은 “언론에 보도된 모금액수(5억여원)와 실 모금액수(1.3억원)의 차이는 기독교계의 모금액이 아직 이쪽 통장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부기총 측이 시민단체의 모금액을 자기네 쪽으로 돌리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본부장은 “도저히 기독교인들의 생각을 모르겠다”면서 “이제 와서 자기들 위주로 하자는 것이 생색내기가 아니면 뭐겠느냐”며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해상노련 측은 이미 기부금법과 관련해 10억원의 모금 허가를 부산시로부터 받은 상태다.

시민모임의 한 회원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이젠 기독교는 뭘 해도 예뻐 보이지 않는다”며 “예수의 말을 따른다는 사람들이 왜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따르지 않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이런 비판에 대해 부기총의 남태복 목사는 “기독교가 선한 일을 하고자 해도 이를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세상의 비판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럴수록 우리가 좀 더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오직 선원들이 돌아오길 바라며 사랑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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