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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구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인터뷰] 소말리아 조선족 피랍선원 가족대표 권영애씨
8월이면 볼 수 있을 거라고 환히 웃던 남편은 10월이 다 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피랍 170일째,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조선족 선원 노성남씨(39)의 아내 권영애씨(37)는 그간의 고통과 울분을 감추지 않았다. 권씨는 14살 된 아들과 연로하신 시부모님을 모시고 중국 요령성 단동에 살고 있다. 단동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맞닿은 곳으로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이다. 단동에서 날품으로 생계를 꾸리던 남편의 소박한 아내였던 권씨는 이번 피랍사태를 계기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조선족 피랍선원 가족대표를 맡으며 ‘남편을 구하기 위한 투사’로 거듭난 것이다. 권씨는 현재 단동성 외사과와 장춘대외경제협력합작회사(인력알선회사, 이하 장춘대리회사)를 오가며 피랍선원 구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피랍선원들의 최근 소식을 다른 조선족 피랍선원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피랍선원 구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단체들과 함께하기 위해 한국행 비자를 현지 한국 영사관측에 요청한 상태다. 현재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마부노호의 선주와 선장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번 소말리아 피랍 사건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씨가 기댈 곳은 한국정부 뿐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중국 국민인 조선족 피랍선원들의 안위를 책임질 이유는 없지만, 선주와 선장이 한국인이므로 이들의 석방을 위해 한국정부가 적극 나설 것이고, 그에 따라 피랍된 한국인 선원이 풀려나면 조선족 선원도 함께 풀려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씨가 보기에는, 한국 정부가 지난 번 아프간 봉사단원 피랍사태 때와는 달리 소말리아 피랍선원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몹시 안타깝기만 하다. 권씨는 이러한 한국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도 ‘소말리아 피랍 선원들이 석방됐다’는 단 한 줄의 소식을 듣기 위해 TV를 한국 뉴스 채널에 고정시켜 놓고 있다는 권영애 씨를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 현재 중국에 있는 가족들의 상태는 어떠합니까? 5개월이 넘게 남편으로부터 수입이 끊겨 친척들과 이웃들로부터 조금씩 양식을 꾸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노환으로 앞을 못 보시는 시부모님께는 차마 피랍 사실을 알리지 못했었는데, 계속 밖에서 작은 인기척만 들려도 “아범이냐?”며 소리치시기에 얼마 전 시어머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더니 바로 혼절하셨습니다. 그러실까봐 말씀을 못 드렸던 것인데…. 지금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시며 가끔 알아들을 수 없는 헛소리도 하십니다. 입술이 다 부르트고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되셔서 병원에 가자고 해도 “아들은 죽을 곳에 있는데 나만 살면 뭐하겠느냐”며 거부하십니다.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아이가 밤에 “아버지 안 와?”라고 물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합니다. 가족 모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밥 또한 잘 먹지 못해 입안이 온통 다 헐었습니다. 조선족 피랍선원 가족 중 신동훈씨(29)의 어머니도 지난 27일 뇌혈전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 피랍사건을 대하는 중국 현지 사정은 어떻습니까? 단동시 외사과와 장춘대리회사는 그저 ‘기다리라’는 말 뿐입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상의 중이고, 상의가 끝나면 해결 방도가 나올 거라는 말만 합니다. 한국 영사관도 똑같이 ‘기다리라’는 말만 합니다. 한국에서 구출 활동을 하시는 시민단체 분들을 만나 뵙고 싶어 한국 비자 신청을 했지만, 불법체류 등의 문제 때문에 중국 법무국에서 공문이 내려오지 않으면 비자를 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지인 중 한 분이 한국 외교부에 직접 연락해 도움을 요청해보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단체가 공익의 목적으로 요청했을 때만 특별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힘없는 피랍자 가족들로선 답답할 뿐입니다. - 한국 정부에는 어떤 점들이 아쉽습니까? 지난 번 아프간 봉사단원 피랍사태를 뉴스로 봤습니다. 물론 처음엔 원망스러웠습니다. 다 같은 국민인데 차별하면…. 국민들은 정부만 믿고 사는데 정부가 국민을 무시한다면 무엇을 믿으라는 것입니까? 기독교인과 선원들을 차별하는 한국 정부도 그렇고, (조선족도 엄연히 중국 국민인데) 다른 나라 일처럼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중국 정부도 그렇습니다. 또, 힘 있는 종교단체가 아니라 힘 없는 선원들이기에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고 울분이 쌓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기독교인들이 5억원 가까운 성금을 모아주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소말리아 피랍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신 기독교 관계자분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 지금 바라는 것이 있으시다면 저의 남편은 없는 살림에서도 힘든 일 궂은 일 가리지 않는 가장이었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지극히 모시는 효자였고, 항상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던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모든 상황이 좋지 않고 힘들지만, 여러 도와주시는 분들의 정성에 힘입어 피랍 선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볼 생각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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