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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인턴기자 redin4u@naver.com
‘재미없는 선거’, 재미없는 선거법 탓

▲2007 대선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UCC 과잉단속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선시민연대 회원들과 네티즌들이 대선 관련 UCC에 대한 선관위와 경찰의 과잉 단속 중단과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최근 특정 후보의 장기 독주로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선과는 달리 ‘선거법’과 관련된 논란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행 선거법이 재미없는 선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선시민연대가 11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주최한 ‘선거법이 인터넷공간을 어떻게 바꿨나’라는 토론회에서다. 이 토론회에는 현직 변호사, 법학자, 정당 법률특보, 블로거, 인터넷언론사 편집국장 등이 참여했다.

현행 선거법은 ‘지나친 선거 엄숙주의’

이날 토론회는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정치적 의사 표출에 대한 과도한 단속’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에 지나친 ‘선거 엄숙주의’가 엿보이고, 이것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과도한 단속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박주민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선거법이 유권자와 후보자 사이의 자유로운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기는 커녕 탈법과 불법의 광범위한 적용으로 정치적 불신만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을 선거법에서만 찾을 순 없겠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엄격한 선거법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직선거법 중 ‘선거운동’과 관련된 60개 조항 내에서 금지ㆍ제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은 절반에 가까운 26개에 달한다. 같은 옷을 입은 3인 이상의 사람이 함께 길을 가는 것도, 후보자를 희화화한 마스코트 및 인형의 사용도 모두 선거법 위반이다. 어깨띠나 벽보, 현수막의 규격은 물론 색깔까지 모두 선거법에서 일일이 규제하고 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지나친 행정적 규제가 정치의 역동성 및 재미를 죽이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선거운동을 축제나 잔치처럼 느끼게 하는 재미를 결코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금권선거ㆍ‘가부장적 국가관’이 원인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런 규제 위주의 선거법이 생긴 원인을 ‘과거 금권선거의 기억’과 ‘가부장적인 국가관’에서 찾았다.

박주민 변호사는 “당선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선거운동을 펼쳐 결국 거대한 돈이 오가는 혼탁한 선거판이 만들어졌던 경험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 조항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의 시각은 선거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 모두가 ‘돈’에 의해 ‘동원’ 됐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경희대 법대 정태호 교수는 ‘가부장적인 국가의 자세’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 교수는 “선거법이 국민을 미숙한 ‘후견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국민이 능동적인 참여자ㆍ주권자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국민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를 국가에서 가려주는’ 현행 선거법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이런 편협한 시각이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막고 선거를 유권자를 제외한, 후보자들만의 행사로 만들어버리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총선 앞두고 계속 문제 제기될 듯

2007년 대선은 1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이 같은 ‘선거법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 이어 총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 93조 1항에 따르면, 총선 180일 전인 지난 10월 13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견을 개진하는 일’은 불법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7일까지는 ‘특별히’ 대선 공식 선거운동기간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사 표명이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블로거 ‘한글로’ 정광현 씨는 “지금 선거법을 그대로 둔다면, 대선이 끝난 다음날부터는 또다시 총선으로 인해 정치적 의사 표현이 막히게 된다”며 “똑같은 정치 관련 글이라도 12월 17일까진 허용되고 18일부터는 다시 불법이라는 기막힌 선거법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이냐”고 반발했다.

한편 선관위에 따르면, 2일 현재 선거법 저촉으로 삭제된 인터넷상의 게시물은 6만5천108건이며, ‘사이버 선거사범’으로 입건된 네티즌의 숫자는 1천312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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