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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대학생 부재자투표, ‘이유’가 뭐지?
기숙사 생활 중인 경희대 3학년 박모씨(23)에게 이번 17대 대선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선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만 굴뚝같을 뿐 투표를 하러 갈 수가 없다. 지난달 25일까지였던 부재자투표 신고를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25일 오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부재자투표 신청마감일이 그날인 것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었다. 기말고사 기간인 데다 주민등록지인 부산까지 내려가 부재자투표를 신청한다는 것은 박씨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때엔 학교에서 부재자투표 신청을 받았는데 이번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대학생 부재자투표 참가율 ‘급감’ 이번 17대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대학생 부재자투표 참가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부재자투표 신청자 수가 별도의 투표소 설치 기준인 2천명을 넘는 대학은 서울대 등 5개 대학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부재자투표 신청자 수도 과거 대선이나 총선 때보다 현저히 줄어든 1만 5천명 내외로 추산된다. 지난 16대 대선 때 전국 39개 대학에서 모두 3만 7천여 명의 대학생들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무려 70개 대학에서 6만 5천여 명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해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가 12군데나 설치됐던 2004년 17대 총선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에서 부재자투표 독려 캠페인이 벌어졌던 지난 대선 및 총선과는 달리 올해엔 서울대, 외대 등 극히 일부 대학에서만 투표 독려 캠페인을 볼 수 있었다. 각 대학에서 부재자투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움직임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유권자 수가 265만 명 가량 증가하고, 대부분 대학교 1학년인 19세 유권자 수가 62만 명이나 새로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2001년 기준 대학진학률 71%를 감안하면 ‘대학생인 19세 유권자’는 약 44만 명으로 추산된다) 대학생 부재자투표 신청률이 떨어진 것은 더욱 눈에 띈다. ‘선도하는 대학생 단체’가 없다 이처럼 대학생 부재자투표 참가율이 낮아진 것은 단순히 ‘20대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박씨의 경우처럼 투표를 할 의사가 있는데도 충분한 홍보가 되지 않아 부재자투표 신청을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6대 대선, 17대 총선, 2006 지방선거 때 같이 ‘대학생 부재자투표 독려 운동’을 벌이는 ‘선도단체’가 부재한 탓이다. 지난 16대 대선에서는 2030 유권자운동 등 학생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대학생 부재자투표 신청 및 대학 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을 벌였다. 17대 총선에서는 아예 80개 대학 총학생회와 YWCA 등 시민단체들이 결합해 ‘대학 부재자투표 운동본부’를 결성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이러한 대학생 부재자투표 독려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학생정치참여운동본부’와 ‘대학생유권자행동’ 등의 단체가 대학생 투표 독려를 위한 활동을 펼쳤지만 그 영향은 미미했다. ‘대학생정치참여운동본부’는 한총련ㆍ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 진보계열 단체만이 참가해 부재자투표 독려보다는 공약점검과 특정후보 검증에 매달렸다. ‘대학생유권자행동’ 역시 직접적인 부재자투표 신고 독려보다는 부재자투표 문의에 대한 답변과 자문역할 정도에 그쳤다. 게다가 지난 17대 총선에서 큰 활약을 했던 ‘대학 부재자투표 운동본부’는 각 대학 총학생회가 바뀌면서 지난해 자연 소멸된 상태다. 대학생유권자행동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부재자투표 독려 활동보다는 단체로 부재자투표 신청을 하려는 총학생회에 기본 방침과 자문 역할을 해주는 정도였는데, 그나마도 관심을 갖는 총학생회가 별로 없었다”며 “아무래도 각 대학이 총학생회 선거 시즌이기도 하고, 선거에 대한 대학생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나름의 진단을 했다. ‘부재자 신고 기간’ 홍보에도 문제 ‘선도단체의 부재’ 외에 선관위의 부재자 신고기간 홍보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언제 신청을 해야 하는지 유권자들이 잘 알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신청 기간에 주말이 포함돼 실제 신청 가능 기간이 훨씬 짧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번 부재자투표 신청기간은 지난 11월 21일 수요일부터 25일 일요일까지였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부재자투표 신청을 진행한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부재자투표 신청 기간과 신청 방법을 사전에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게다가 신청기간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끼어 있어 신청 접수가 급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 부재자투표 신청과 관련해 선관위 및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홍보는 △언론사에 보도자료 배포 △신청일 전날 이틀간(19, 20일) 신문에 지면광고 실시 △대학과 관련, 교육부에 협조 공문 송부 등에 그쳤다. 부재자투표 대상인 대학생들에게 직접 어필할 수 있는 홍보는 없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토ㆍ일요일은 우편이 배달되지 않기 때문에 부재자투표 신청자들은 신청 기간 초기에 재빨리 신청서를 주민등록상 거주지 주소로 보내야 했다. 선관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조차도 ‘가급적 22일(목)까지는 우편으로 보내야 제 시간에 신청서가 도착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을 정도다. 23일(금)에 신청기간을 알게 된 유권자는 비싼 택배로 신청서를 보내거나 주민등록지 직접 방문을 통해서만 부재자투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15대 대선 투표율 80.7%, 16대 대선 투표율 70.8%, 17대 총선 투표율 60.6% 등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50%에도 못 미치는 20대ㆍ대학생 투표율 제고를 위해 주민등록지를 떠나 타지에 나와 있는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부재자투표에 선거관계자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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