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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역대 대선 드라마, 무슨 일들이 있었나
17대 대선 투표일이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각당의 대선주자들은 대세 굳히기 또는 막판 뒤집기를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예기치 않았던 이회창 후보의 무소속 출마,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 수사결과 발표, 반(反)이명박 진영의 좌충우돌식 후보 단일화 노력 불발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대선 판도는, 투표일을 불과 3일 앞두고 터진 BBK 동영상 파문과 BBK 특검법 국회 통과로 인해 다시금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매번 대선 때마다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곤 했다. 각종 비리 사건들로 인해 앞서가던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가 하면 반대로 어느 한쪽 후보로 지지율이 몰리는 등 대선을 바로 앞둔 며칠 동안 선거를 좌지우지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17대 대선 드라마의 마지막 결론을 보기 전에 역대 대선에서는 어떤 사건들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되짚어 보았다. ◇ 14대 대선 ‘비자금 유입사건과 초원복국집 사건’ 1992년 14대 대선에서 승부의 향방을 결정지은 2대 변수는 현대그룹의 국민당 비자금 유입사건과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이었다. 두 사건 모두 우연찮게도 국민당과 연관된 사건이었다. 현대 비자금 사건은 상승가도를 타고 있던 정주영 국민당 후보의 기세를 꺾는 역할을 했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민당에서 터뜨린 부산복국집 사건은 역으로 경상도에서 반DJ 정서를 자극해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 비자금의 국민당 유입과 정부의 수사착수는 기업의 정치참여 문제와 관련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한 여경리사원의 양심선언에서 시작됐다. 언론사 편집국에 전화하여 회사의 비자금을 폭로한 것이다. 그래서 수사가 본격화되자 현대그룹에서 국민당 대선자금으로 빠져나간 자금내역이 속속 드러났다. 국민당은 결정적인 물증 앞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역공카드로 준비했던 것이 ‘초원복국집’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발표한 사람은 국민당의 김동길 선대위원장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산지역 주요 기관장들이 김기춘 전법무장관 주재로 12월 11일 오전 7시 부산 남구 대연동 소재 초원복국집에서 만나 지역감정을 유발시켜 김영상 후보를 당선시키자는 모의를 했다’고 폭로하고 증거물로 녹취대화록과 사진을 공개했다. ‘권력은 복국집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국민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복국집사건은 오히려 경상도를 단결시키는 결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선거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15대 대선 ‘유례없는 두 야당의 후보 단일화와 끊임없는 병역공방사건’ 1997년 15대 대선 과정에서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두 야당간 단일 대통령후보를 탄생시킨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간의 DJP연합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후보단일화 합의문에 대해 내부 승인절차를 마친 뒤 당사자인 김대중․김종필 총재가 한자리에 모여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후보단일화를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불가능한 조합’이라며 백안시하던 일반적인 평가를 뿌리치고 출범에 성공한 DJP연합은 소수파의 내각제 개헌시도, 서로 이질적인 성격인 두 정당의 연립정권 구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는,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을 벌이고 있었다. 연합 후, 강령개정안을 살펴보면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 대통령 직선제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성취하며 참여정치의 결실을 굳건히 할 것이다’라는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우리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반드시 성취한다’로 바꿨고, ‘우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내각책임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DJP연합의 영향은 예상 이상으로 크게 나타나 대전, 충남, 충북 지역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고 김대중 후보가 당선하는 데 결정적인 견인차가 됐다. 이 당시 또 하나의 빠질 수 없는 사건은 병역공방이다. 김대중․이인제 후보 진영이 이회창 후보를 공격할 때마다 즐겨 사용한 소재가 바로 병역문제였다.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은 것에 대한 논란에 이어 이인제 후보의 입영기피 문제가 불거졌었다. 병무청직원 이재왕 씨는 기자의견에서 “90년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와 체중감량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회창 후보 측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차남 수연씨를 급히 귀국시켜 공개적으로 키를 확인, ‘키 조작설’을 반박했다. 이회창 후보 측은 이어 “이인제 후보가 대학 졸업 후 한동안 군입대 통지서를 받고도 고시문제를 이유로 입영기피했다”, “김대중 후보는 6․25전쟁 당시 군소집에 응하지 않았다”며 반격을 펴기도 했다. ◇ 16대 대선 ‘투표 7시간 전, 가장 길고 고통스러웠던 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와 정동영 후보를 역전승으로 누르고 승리한 뒤 우여곡절 끝에 11월 25일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 후보단일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두 후보는 애초 노 후보가 당선될 경우 5년간 국정을 함께 책임지는 ‘국정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부와 민주당, 국민통합21이 함께 참여하는 당정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으며, 대선 과정에서 두 당의 공약 일부를 절충해 정책 합의서 형태로 국민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노무현 당선자와 정몽준 대표는 대선이 끝나는 대로 정 대표를 당선자 특사 자격으로 미국․중국․북한에 보내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새 정부 조각 등에서 어떤 형태로든 국민통합21 인사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투표 개시 7시간 전인 18일 밤 정몽준 대표는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18일 노 후보가 마지막 유세 과정에서 정 대표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련의 일들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이날 오후 6시30분 명동유세 끝자락에서 노 후보는 “제가 당선되면 재벌개혁을 할건데 도와주실 거죠”라고 말해 정 대표를 불편하게 했다. 또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란 피켓을 보고 “속도위반”이라고 지적한 뒤 정동영 고문과 추미애 최고위원 등을 경쟁자로 거론하면서 “몇 사람 더 있다”는 말까지 덧붙었다. 결국 그날 밤 10시30분 국민통합21 김행 대변인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대표는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철회의 이유로 김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노 후보의 종로 유세 발언이 양당간의 정책공조 정신을 위배했다는 점을 들었다. 정몽준 대표의 폭탄선언은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충격을 주었다. 민주당과 국민통합21 관계자들에게 18일 저녁부터 19일 새벽까지는 ‘가장 길고 고통스러운 밤’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 대표의 지지철회는 오히려 노 후보의 당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노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막판 ‘철새 정치인’들의 한나라당 입당과 정 대표의 ‘지지철회’ 선언 등을 극복하고 끝내 대권을 거머쥐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 17대 대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드라마...’ 2007년 제17대 대선을 주제로 한 드라마는 지금까지 언론과 검찰이 주도해 왔다. BBK 주가조작 사건이라는 2007 대선의 최대 주요 사건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이명박 후보의 무혐의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다른 후보들 진영에서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고 주장하며 BBK 수사 담당검사 탄핵소추안을 제기했으나 이 역시 유야무야로 끝나버려 이대로 드라마는 끝을 맺는가 싶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아직 마지막 큰 거 한 방이 남아 있다’던 여권의 입소문대로 선거일을 불과 3일 앞둔 16일,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직접 언급한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에서의 강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17대 대선 드라마는 마지막 열기를 내뿜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 BBK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하는가 하면, 이명박 후보는 결백함을 자신하면서 모든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BBK 특검법 수용을 전격 발표했다. 특검 결과에 따라서 어쩌면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무효가 되는 초유의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특검을 주장한 쪽이 내년 총선에서마저 비참한 패배를 맛보게 될 수도 있다. 이제 17대 대선 드라마의 결론 부분은 내일 국민들의 손에 의해 쓰여질 것이다. 과연 국민들은 손에 땀이 흐를 정도로 마지막 순간까지 긴박감을 전해주고 있는 17대 대선 드라마의 최종 승자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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