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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뢰지케의 쌍둥이 '하나님의 품 안으로'
브란덴부르크 쌍둥이 추모석을 찾아서
브란덴부르크 알트슈타트(Altstadt)에 자리하고 있는 성당의 교회당 남쪽 측랑 벽면엔 여러 개의 추모석이 붙어있다. 그리고 특히 그 중 한 개에 자꾸만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아름다운 레이스로 치장된 베개 위에 끝이 뾰족한 모자를 똑같이 쓰고 누운 볼이 통통한 귀여운 아기들의 모습 때문인데 불행히도 이 아기들은 죽은 채 세상에 태어났다. ‘브뢰지케의 쌍둥이’라고 불리는 이 남녀 쌍둥이 아기들의 이야기가 이 달 초쯤 메르키쉐 알게마이네(Maerkische Allgemeine : 브란덴부르크 주와 포츠담으로 배포되는 일간신문임) 지역 소식란(Brandenburger Stadtkurier)에 실려 유명해졌다. 기사를 읽고 나서부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쌍둥이들의 추모석을 실제로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터라 어느 햇살 좋은 오후, 나는 무작정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브란덴부르크 성당을 향해 집을 나섰다. 내가 성당을 찾은 날은 마침 전쟁사진 전시회와 후원금 모금활동이 동시에 있던 날이라 성당 내부가 적잖은 소음과 인파에 시달림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예정에도 없던 어느 친절한 성당 관리자의 안내까지 받으며 브뢰지케의 쌍둥이들의 추모석을 사진기에 담아올 수 있었다.
원래는 새하얀 색을 띄고 있을 추모석인데 기나긴 세월의 흔적을 뒤로한 터라 지금은 밝은 회색빛 옷을 입고 있었고 아기들의 얼굴에서 볼록 튀어나온 코랑 볼 주변은 까맣게 때가 묻어있었다. 아기들이 사이좋게 나란히 덮고 있는 이불위엔 비문이자 아기들의 일생의 기록이 새겨져 있는데 만약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비석인지도 알아채지 못한 채 그저 오래되고 아름다운 섬세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남녀 쌍둥이 아기들은 1623년 4월 3일, 아버지 디트리히 폰 브뢰리지케와 어머니 아그네스 폰 슐리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불행하게도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이미 숨을 거둔 채였다고 하며 아기들의 죽음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원래 중세시대와 근대까지도 죽은 채 세상에 태어난 아기들은 원죄의 언질을 받아 영생의 기회마저도 박탈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쌍둥이 아기들의 추모석은 이런 사생아들이 사회적으로 혹은 종교적으로 어떠한 대우를 받았는지 조용히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로 사료되어 그 보존가치 또한 높다. 이미 날 때부터 영생과는 거리가 멀고 원죄까지 지니고 태어났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런 사생아들의 부모는 아기의 시신을 사람들의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에 몰래 매장하거나 교회의 담장 바깥쪽으로 신성한 곳과는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묻어버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역사적 기록에 대한 반론일까? 최근 고고학적 발굴 작업 시 발견되는 그 옛날 사생아들의 무덤은 그런 엄격한 원칙(?)에도불구하고 아마 아기들이었기 때문에 매정한 원칙을 고수하는데도 예외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생아나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아이들의 무덤이 교회 안 공동묘지의 구석진 곳이나 빗물이 떨어지는 교회지붕의 처마 밑 등에서 자주 발견된다 한다. 마치 세례를 받을 때처럼 교회의 지붕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에 아기들이 갖고 태어났다고 하는 원죄를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부모의 간절하고 애절하기까지한 소망이 반영된 예이고 누군가가 묵인해 주었다는 흔적의 표현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사생아들의 부모는 영생에 대한 마지막 기회로 죽은 아기를 세례받기도 했다는데 죽은 지 3일이 지나 육체를 떠난다는 영혼을 상대로 세례를 받게 해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차차 사기극이나 음모로 밝혀지게 되었고 점차 교회에 의해 금지당하게 되었다. 오늘 날에는 다행히 사생아나 세례를 받지 않은 아기도 부모가 원할 경우 별다른 문제없이 기독교적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으며 누구나 예외 없이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품에 맡겨질 수 있다고 한다. 쌍둥이들의 비문에 새겨진 마태복음의 한 구절이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라도 잃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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