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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개가 짖어도 닭이 울어도 예배는 계속된다
[박정규의 자전거 세계교회탐방기-11] 칠레 Coquimbo-예수강림교회

11시15분에 교회에 도착했다. Juana가 10시라고 하더니 10시 30분이 다 되어서 집을 나섰다.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을 말한 건가?

‘교회 다녀요?’라는 질문에 머리 양쪽에 검지를 올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Juana가 다른 지역에서 만나서 날 소개해준 그녀의 동생 Lucas에게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나 때문에 특별히 교회를 가느라 늦장을 부린 걸까?

조금은 어두워 보이고 조용한 동네 같은 골목에 여느 집과 나란히 어깨를 하고 있는 1층짜리 건물이 바로 ‘교회’였다.

▲광고 중인 청년과 아주머니©뉴스미션

늦었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대부분이 사람들은 나무 장 의자에 앉아서 앞쪽에 두 눈과 두 귀를 집중하고 있다. 조금은 덥수룩한 머리에 넥타이를 맨 청년이 무슨 노트를 들고 읽고 있고, 검은 색 코트를 입은 아주머니가 보충 설명을 하고 있다. 아! 무슨 광고 중인가 보다. 설교 전에 도착한 것 같아서 안도의 쉼을 쉬면서 자리에 앉았다.

교회 안을 둘러본다. 오래된 빛깔의 4인용 나무 장의자가 2줄씩 9개가 놓여있고, 그 뒤로 조금 가벼운 사람들만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강의실용 의자와 철 의자가 10개 정도 놓여있다. 왼쪽 앞 벽면만이 흰색 페인트칠이 되어 있고 좌우 벽은 콘크리트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 그대로다. 바닥의 3분의 2정도만 얇은 빨간색과 하늘색 양탄자가 덮여 있다.

툭- 툭- Juana가 옆구리를 친다. 모자를 벗어야 한다는 걸 몸짓으로 알려준다. 아차, 즐겨 쓰던 모자를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다. 조금 늦게 온 가족이 유모차를 운전해서 맨 앞자리로 간다. 아기가 가장 좋은 자리에서 목사님을 바라보게 되었다. 부러운 녀석이다. 예배 준비하는 형제가 와서 이름을 물어본다. ‘정규요, 네? 정과요?’ 그냥 영어로 적어주고 다시 한 번 ‘정규’라고 읽어 줬다.

광고가 끝나자, 검은색 코트 입은 아주머니 혼자서 갑자기 찬양을 부르기 시작하자 성도들도 따라 한다. 어떠한 반주도 없다. 안내위원이 찬송가를 갖다 주며 페이지를 찾아준다. 찬송가 458장 ‘Yo tengo gozo(나는 기쁨이 있다네)를 부르고, 31장 Del Culto el tiempo llega(예배시간이 오고 있다)를 부를 때는 다들 일어선다.

▲인상적인 글귀 ('희망의 주인'이라는 의미)©뉴스미션

찬양이 끝나자 회색, 검은색 양복 입은 사람들과 긴 머리 아주머니가 강대상 뒤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기 시작하자 대부분의 성도들도 자기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로 예배를 준비한다.

오른쪽 맨 앞자리에 앉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친구가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도가 끝나자, 새 신자를 소개하는데 내 이름을 ‘정과’라고 소개하며, 여러 번 ‘발음’을 시도하다가 결국 직접 소개를 부탁한다. 스페인어권의 사람들은 자기네 말에 없는 한국식 발음을 다들 어려워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간단하게 ‘정규입니다. 자전거 여행 중입니다.’라고 소개하자, 다들 손을 흔들며 웃으며 반가워한다. 목례로 답례하며 나도 손을 흔들었다.

▲무릎으로 예배 준비 중인 성도들©뉴스미션

▲무릎으로 예배 준비 중인 아이©뉴스미션

찬양을 부르는 사이 아래가 쳐진 검은 천 바구니를 3명이서 들고 앞에서 뒤로 간다. ‘헌금’시간이구나…. 앞에서 기도 했던 안경 쓴 아주머니가 헌금 기도를 한다. 왼쪽의 회색 양복 아저씨가 말씀을 한 구절 읽고 나서 다시 무릎 꿇고 기도한 후에 검은색 양복 입은 아저씨가 강대상에 올라갔다. 아, 저분이 목사님이구나. 그 사이에 꼬마들에게 색칠놀이용 종이를 나눠준다. 따로 아이들을 돌볼 공간이 없나 보다.

▲헌금기도 중인 성도들©뉴스미션

‘마태복음 27장 37절: 그 머리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 예수라 쓴 죄 패를 붙였더라’ 안내하는 젊은 자매가 와서 구절을 찾아준다. ‘누가복음 23장 42절: 이르되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하니’.

그 순간 멍- 멍-, 헉! 옆집 개 짖는 소리가 다 들린다. 1분가량 짖다가 그친다. 다행이다. 아! 또, 1분 정도 짖다가 그친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기계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색칠 놀이가 싫증났는지,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엄마의 손을 잡아끌기도 한다. 꼬-끼오-오, 닭 울음소리까지 들린다. 조용한 동네가 아니었구나….

갑자기 앞 쪽의 여자아이의 응석을 받아주고 있는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건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예배 중간에 부리는 응석을 다 받아주고 목사님이 아닌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목사님의 말씀이 아닌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이렇게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처음이다.

▲응석을 받아 주고 있는 성도©뉴스미션

목사님은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나긋나긋하고 조용하게 부드럽게 말씀한다. 덕분에 주위의 ‘소음’ 덕분에 집중하기가 싶지 않다. 집중이 안 되어서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필자가 출국 전에 다니던 교회는 지역 교회에서는 큰 편이었고, 교파의 특성상 조용한 분위기였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예배 드렸지만, 기침 한번 하기도 망설여질 만큼 조용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는 덕분이기도 했다. 어디에 앉아 있든지 설교 중에는 목사님 목소리만이 잘 들렸다…….

▲설교 중인 목사님©뉴스미션

아! 그래도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영적 전쟁이 바로 이런 걸까?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예배 중에 우리의 눈과, 귀와, 생각을 어지럽히는 모든 것들이 ‘전쟁’의 대상이 아닐까?

지금은 5분에 한번 꼴로 들려오는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엔진 소리, 방금 지나간 가스 판매차량의 경보음 소리가 나의 ‘전쟁대상’이겠지? 그러고 보니 목사님과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위의 어떤 ‘소음’에도 신경 쓰지 않고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나만, 주위의 ‘소음’을 만들어내는 존재들만이 ‘다른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목사님과 그들의 ‘예배는 계속되고 있었다.’ 어떤 환경에도 마음을 뺏기지 않는 연습이 더욱 더 필요한 것 같다. 아직 길 위에서의 시간이 더 남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하루다.

▲교회의 외부 모습©뉴스미션

▲교회가 있는 동네골목©뉴스미션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 임이요(마태복음 5장 8절)’ ‘청결한 마음’은 악한 것이 없는 ‘도덕적으로 깨끗한 마음’이며,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하는 ‘단순한 마음’이다. - 예수님 말씀을 통한 매일 묵상 집에서 -

2008년 8월 25일. 칠레 북부도시 Coquimbo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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