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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애 교수/ 선거연수원
[미국의 정치문화와 기독교 ②] 아메리카니즘과 시민종교

▲유색인종 특히, 흑인 기독교 지도자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바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출처:online.image.com)

미국의 정치문화의 주요한 기반의 하나가 시민종교이다. 미국의 시민종교는 미국인들의 경험에서 드러나는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종교 현실상의 정치문화적인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캘빈주의가 주조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시민종교는 정치와 종교를 결합시켜 자신들의 애국심에 종교적 신성함을 부여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시민종교로서의 캘빈주의는 국가와 하나님을 결합시켜 종교적 믿음에 전 국가 차원의 정치적인 정통성을 부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상충되는 충성의 열정들을 종교적인 충성심으로 통합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시민종교는 국가의 모든 관습과 애국적 정서와 그 표현, 그리고 국가구조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는 미국 ‘특유의 힘의 원천’이자 ‘미국적 질서’를 형성한다. 요컨대 미국의 시민종교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정부체계가 견지하는 종교적 신념의 토대를 구성하고 있다.

미국 헌법의 초안자들이 구상하고 건립한 정부 형태는 공화정 정부였다. 그들은 공화정이 종교와 도덕성이 충만한 인민들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신념은 그 후 그들의 뒤를 이은 정치 지도자들에게로 전승되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아메리카니즘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이라고 선언한 것은 그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젠하워는 심지어 “하나님이 없다면 미국적 정부의 형태란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적 삶의 방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은 미국의 정부와 사회의 근본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시민종교와 그에 토대를 둔 미국의 정치적 전통은 공화주의 이념 속에 융해되어 보수적 아메리카니즘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일찍이 연방헌법의 제정을 둘러 싼 정황에서 드러나기도 하였다. 미국의 4대 대통령을 역임한 매디슨(J. Madison)은 헌법 제정의 논의가 전개되던 1787년에 공화주의에 근거한 보수적인 미국적 정치 관념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우리가 만들게 될 정부가 공화주의를 근간으로 할 것인지 그렇지 아니한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도래하였다 …… 우리가 만들게 될 정부는 예지를 지닌 인물이 안정적인 장기간의 통치 임기를 통하여 지식과 강건한 의지를 발휘할 기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지가 상원의 임기를 가능한 한 장기간으로 제정하여 일종의 ‘귀족 정치적인 안정적 정치여건’을 조성하는 데에 일조하였다. 미국 초기에 토지에 권력기반을 둔 집단이 통치하는 것을 공화주의적인 견지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간주하였던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였다.

이를테면 영속적 이익인 토지이익이 건재하고 ‘토지소유자들이 통치력을 장악함으로써 부요한 소수가 보호받는 것이 정치적 안정의 초석’이라 보았던 것이다. 바로 그와 같은 통치기능을 감당하는 기구가 상원으로 간주되었으며 동일한 이유에서 상원의 임기가 영구적이며 안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공화주의 사학은 캘빈주의와 결합되어 보수적 아메리카니즘의 틀을 형성하기에 적합하였다. 공화주의적인 윤리의식이 캘빈주의의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과 유사한 요소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화주의 윤리의식은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이 모여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시민적인 덕성을 강조한다.

바로 이러한 공민적인 덕성의 강조가 미국 공화주의 합의 사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공화주의 합의 사학은 공화주의의 미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공화주의적인 덕성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공공선(common good)을 실현할 수 있는 정부란, 공민적인 덕성을 겸비한 시민들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뜻이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화국의 시민적 덕성은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이 훈화하는 신앙적 덕성과 결부되어 미국의 정치문화의 지층의 하나로 퇴적되어왔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취임사에 단적으로 표명되고 있다.

“하나님이 그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간사를 지배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미합중국 국민들보다 더 잘 아는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독립된 나라의 국민의 성품을 소유하기 위해 한 걸음 씩 옮길 때 마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주는 표징을 발견해 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질서와 정의의 영원불변한 법칙을 만홀히 하는 국민은 하늘의 은혜로운 미소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 신성한 자유의 횃불과 공화주의 정부 형태의 모범을 보존하는 것은 본원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인들의 손에 맡겨진 실험에 달려 있습니다.”

이 연설문에서 드러나듯이 공화주의 시민윤리는 미국인에게 정부형태를 논하는 이념일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시대의 영국의 타락상과 결별하여, 도덕적으로 순수한 나라를 건립해야 한다는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티즘에 기반을 둔 미국의 건국이념이 윤리적인 지표로 채택하기에 적합한 정신적인 구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17세기 중반과 후반 영국의 청교도 혁명과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영국의 급진 사상과 연계되었던 캘빈주의가 공화주의와 함께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던 역사적인 배경도 관련이 있다. 캘빈주의는 공화주의 합의 사학과 더불어, 미국의 정치문화 속에서 과도한 자유주의를 경계하는 공화주의적인 일종의 긴장을 형성하고 있다.

캘빈주의와 더불어 보수적 아메리카니즘의 원천의 하나인 공화주의의 평등관은 법적 정치적 기회의 균등을 자유의 조건으로 인식하되 경제적 평등이나 결과의 평등은 오히려 자유의 개념에 상치된다고 믿는 윤리의식을 표방한다. 미국의 정치문화의 공화주의적인 특징을 감안할 때, 그리고 민주주의가 절대적 평등을 구가하는 것이라면, 미국의 정치문화는 민주정치라기보다는 공화정에 더 수렴한다고 볼 수도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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