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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구가 전체인구의 배나 되는 나라
우리나라는 종교박물관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다양한 종교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자생적인 종교는 물론 외부로부터 전래된 수많은 종교단체가 한반도라는 작은 공간 안에 뭉쳐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종교문화의 특징은 종교간 갈등이나 마찰보다는 융화, 통합을 추구하며 내려 왔다는 점이다. 가족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유교가 출가를 당연시하는 불교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강한 상극관계였지만, 오늘날 전통문화라는 틀 속에서 양자는 상생의 파트너가 되었다. 유일신 하나님만을 섬겨야한다며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천주교가 언제부턴가 제사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유교와는 찰떡궁합을 이룬 것도 그 한 예이다. 기독교의 찬송가를 본뜬 불교의 찬불가 역시도 종교간 영향관계의 한 단면이며, 한국 기독교만의 특징이랄 수 있는 새벽예배가 전통적 정안수 신앙과 무관치 않음도 종교간 영향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 종교의 영향관계가 이 정도라면 후발 여타 중소 교단의 모습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양적 유불선(儒佛仙) 삼교를 통합하고 기독교적 관점에서도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 천도교는 한국적 종교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 실례라 할 수 있으며, 기독교의 십자가, 불교의 불상, 도교의 옥황상제를 함께 모신 무속인들의 사당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장면들이다. 이 같은 한국의 종교적 특징은 종교 인구분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2년 각 종단별로 집계한 종교별 교인수는, 불교 3천7백5십만명, 기독교 1천8백7십만명, 천주교 4백2십만명, 유교 6백만명, 천도교 1백만명, 원불교 1백3십만명, 기타종교 1천3백만명으로 모두 합하면 약 8천2백만명이라는 숫자가 된다. 비록 3년의 오차는 있다하더라도 2005년 통계청 인구센서스에 의한 전체인구가 4천7백만명이고, 종교인구가 2천5백만명인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가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구체적으로 통계청 집계 종교 인구는 불교 1천만명, 기독교 8백6십만명, 천주교 5백십만명, 유교 십만명이다. 그렇다면 교단집계 종교 인구는 전체인구수보다 1.8배 많고 종교인은 실제보다 3.3배나 많은 셈이다. 편차가 유난히 심하거나 많은 교인수를 거느린 교단만을 환산하면 불교는 3.75배, 기독교는 2.2배, 유교는 60배나 되는 오차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직해야할 종단의 발표가 과연 허구인가 사실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이것은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통합적·융화적·포용적 성향을 두고 판단한다면 어렵지 않게 풀릴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종교적 성향과 종교인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감안한다면 종단의 발표가 결코 허구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오차가 심한 불교, 기독교, 유교의 예만을 살펴보자. 사찰을 찾는 불교인은 실제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사찰을 찾는 이는 비록 혼자라도 온가족의 염원을 안고 찾아간다. 가족가운데는 불교 아닌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절을 찾는 이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에 의해 온 가족 전체가 불교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그것도 한 사찰에만 적을 둔다면 오차는 그나마 줄일 수 있겠지만 머무는 사찰마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차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기독교인이라 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1년 52주 가운데 몇 번 교회 출석을 해야만 교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딱 한번 출석하여 적을 두었다면 비록 그 후로 다니지 않는다 해도 당연히 기독교인 것이다. 또 그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다. 이곳저곳 전전하며 여러 교회에 적을 두었다가 지금 다른 종교를 갖고 있어도 생명책의 기록을 함부로 지울 수 없다는 신념과 신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수가 실제보다 2.2배 많은 것도 결코 허구이거나 문제일 수 없다는 것이다. 60배나 차이나는 유교인구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십만명 정도이지만, 종단에서 6백만(어느 경우에는 1천만)이라 한다면 거기에도 분명 사연이 있을 것이다. 유교를 종교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따르긴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유교를 가족주의와 제사봉행의 관점에서 본다면 6백만도 결코 많은 수는 아닐 것이다. 명절 때만 되면 방송과 언론매체에서 민족대이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데, 민족대이동의 근본적 인자가 부모와 조상, 일가친척을 중시하는 가족주의에 있고, 또 그것을 넓은 의미에서 유교문화의 영향이라 한다면 유교인구를 이렇게 환산한 것도 이해할만하다. 종교인구의 절대다수가 기독교, 불교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를 여전히 유교사회라고 말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전체인구 4천7백만에 종교 인구 8천2백만을 갖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종교적 다문화의 틀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한국적 현상인 것이다. 적어도 한국인의 종교적 성향은 본인의 인정여하를 막론하고 1인 다역이라 할 수 있다. 본인과는 상관없이 주변의 뜻에 따라 종교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으니, 종교간 벽이 분명하고 철저히 종파를 따지며 나누는 지역의 사람들이 본다면 매우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것은 자연스런 일이고 관용적으로 처리해 왔다.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상생 공존의 종교적 미덕을 늘 일상생활에서 펼쳐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 정부들어 종교간 화해 상생의 무드가 조금씩 금가는 듯한 인상이다. 우리의 오랜 상생 공존의 종교적 미덕이 한순간에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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