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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atcenjin@newsmission.com
‘문둥병’ 대신 ‘한센병’ 용어 쓰되 가능하면 자제하자

최근 한 교단에서 ‘목회자들이 설교 시 한센병 인용을 자제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문둥병, 나병, 한센병’ 용어 사용과 관련 해당 교단의 입장은 무엇이고, 목회자들과 학자들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에 실린 글©뉴스미션

‘문둥병, 나병, 한센병’ 사용 자제하고, 부득이한 경우엔 ‘한센병’으로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 사회부(부장 유도조 장로)는 각 교회에 ‘한센병에 대한 용어 변경 및 설교 자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목회자들은 설교 시에 ‘문둥이, 문둥병, 나병, 나환자’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부득이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한센병, 한센인’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예장합동 측은 1997년 82회 총회 때 ‘문둥이, 문둥병, 나병, 나환자’ 등의 용어를 ‘한센병, 한센인’으로 변경하기로 결의한 이후 △개 교회에 공문을 발송하고, △각 교단 총회에 협조를 구하는 한편, △성서공회에 용어 수정을 요청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이번에 열린 임원회에서 한빛복지협회가 발의한 '한센병 인용 설교 자제 호소문'을 받아들여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개 교회의 협조를 요청하게 된 것이다.

정상권 장로(예장합동 사회부 서기)는 “아직도 적잖은 목회자들이 설교 시간에 이 용어를 무의식중에 사용해 전국의 한센인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센병은 하나님께 저주받은 자에게 내려지는 천형도 아니며, 전염성이 극히 미약한 피부병으로 현대의학으로 단기간 내에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1만 6천여명 정도의 한센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투병 중인 사람은 300여명뿐이고, 발병 환자도 1년에 1~2명꼴이라고 한다.

이어서 그는 “1999년 국회에서도 ‘나병’이란 용어 대신 인권 친화적인 용어인 ‘한센병’으로 개칭됐다”며 “이 용어 역시 의학적ㆍ학술적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 장로는 “전국 한센인 및 가족들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며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교회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센병’이라는 용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보편화가 선행돼야

한센병 용어 수정 및 자제를 요청하는 교계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목회자들을 비롯한 학자들은 ‘한센병이라는 용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보편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반응이다.

조경철 교수(감신대 신약학)는 “‘문둥병’이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이라는 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나병’이란 표현도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성서학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이들 용어에 대한 뚜렷한 개념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나병이란 용어가 왜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지, △한센병이란 용어는 왜 의학적ㆍ학술적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건지 등등 ‘용어 수정 및 자제 이유’에 대해 의학 분야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검증된 답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언중(言衆)의 이해와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또 “전문가들에 의해 나병과 한센병의 명확한 의미 구분이 공식적으로 이뤄진다면, 교계에서도 이를 수렴해 점진적으로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수 교수(평택대 신약학)도 “바람직한 방향 제시는 필요하지만, 그보다 한센병이라는 용어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보편화돼야 할 것”이라며 조 교수와 견해를 같이했다.

한국교회 안에서만 보더라도, 용어 수정 및 자제 이유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목회자들보다는 모르기 때문에 별다른 의도 없이 ‘문둥병’이나 ‘나병’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목회자들이 더 많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아직은 한국교회에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적 토양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문둥병이나 나병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목회자들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용어 수정 및 자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필요

목회자들도 용어 수정 및 자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의 L목사는 “지금껏 설교하면서 이러한 용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앞으로는 설교할 때 용어 사용에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한센병이라는 용어 자체도 아직은 생소한데다가, 나병이란 표현이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동의 J목사는 “한센병이라는 말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왜 이 말을 써야 하고 또 자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일반 사회에서 이 용어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져야 목회자들도 차츰 고쳐 나가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한편 이와 관련 성서공회의 한 관계자는 “개역개정판 작업 당시 용어 수정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며 “그때 성경 번역을 담당했던 분들이 그 의견을 수렴해 개역개정판에는 ‘문둥병’을 ‘나병’이란 표현으로 고쳤다”고 밝혔다.

성경에서의 용어 수정은 △한센병이라는 용어를 언중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용어 수정 및 자제에 대한 언중의 동의가 선행된 이후에 논할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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