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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목사/ 인천 만수남부교회
[시론] 미래관(未來館)엔 미래가 없었다

▲안면도꽃박람회장 모습©뉴스미션

지금 태안에서는 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기름 유출사고 이후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태안이기에, 또한 평소에 좋아하던 곳이기에 교우들과 함께 관람을 계획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 길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일찍 서둘렀다. 하지만 서두른 보람도 없이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북새통이었다. 우리 일행보다도 일찍 길을 나선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도 부지런을 떤 만큼 안면도까지는 수월하게 도착했다.

그러나 행사장을 불과 10여 킬로미터를 남겨놓고 정체가 되었다. 불과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이나 걸려서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1.5킬로미터 가량을 걸어서야 박람회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입장을 해서 박람회장의 상황을 살펴보니 단체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을 직감하고 일행은 흩어지기로 했다. 다시 만날 시간만 약속을 하고 자유롭게 관람을 하게 했다.

일행과 흩어진 나는 테마 전시관을 찾아볼 양으로 <꽃의 미래관>을 선택했다. 하지만 관람을 결정하고 그곳을 찾은 나는 기다리는 행렬을 보고 지레 지쳐버리고 말았다. 안내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초여름을 느끼게 하는 더위와 땡볕에 기다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박람회를 왔으니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기다리기로 했다.

한데 기다리는 줄이 길다보니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은 정말 녹록치 않은 기다림이었다.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들이 이어졌다. 소위 새치기가 빈번히 시도되었고, 그로 인해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언성을 높이며 급기야는 통제요원들과의 마찰까지 생겼다. 멱살을 잡고 잡히는 일들은 긴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에게 볼거리로 비쳐졌는지 모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한 시간여 겨우 <꽃의 미래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기다림에 지쳤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곳엔 “국내 화훼산업 발전과 전국의 다양한 신품종 꽃”을 전시하는 곳이라는 설명이었지만, 관람자들에게 과연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37개 시도가 자치단체를 홍보도 하고 박람회에 출품(참가)하는 형식의 테마 전시관이었지만, 과연 관람객들이 우리 화훼산업의 미래를 거기서 확인할 수 있었을지 묻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다음, 또 다음 다른 전시관을 찾았다. 역시 긴 기다림은 마찬가지로 필요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그래도 뭔가 기다림의 보상이 될 만한 것을 만날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하나씩 찾아들었지만, 결과는 <꽃의 미래관>에서 느꼈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의 전시관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정작 전시관에 들어가서 둘러보는 것은 불과 5분, 10분이면 충분했다.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것조차 없다는 허탈감을 안고 나오면서 다음 전시장을 들어갈 것인가 하는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억만 남겨졌다.

꼭 20년 전이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을 때, 오사카 근교에서 있었던 꽃박람회를 찾았던 기억이 새삼 생각이 났다. 당시 정말 엄청나게 많은 관람객들이 밀려갔던 기억이다. 하지만 전시장 안에서는 그렇게 혼잡했던 기억이 없다. 또한 지금도 당시에 관람했던 것들이 생각날 만큼 인상적인 전시였고, 지구의 미래와 인간의 삶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기획과 전시품들이 많았다는 기억이다.

긴 기다림의 과정을 통과해서 겨우 들어갔을 때 볼 수 있었던 것들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꽃박람회를 하고, 그것을 보기 위해서 인산인해의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나라가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 없다. “국제꽃박람회”라는 행사에 걸맞은 준비와 그러한 박람회를 즐길 수 있는 의식수준이 더 요구되는 자화상을 보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박람회를 준비한 지자체는 선진국의 꽃박람회를 좀 더 벤치마킹을 하든지 아니면, 독자적인 기획력을 갖추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일반 입장료가 15000원이나 하는 행사인데, 들어가서 미래를 보지 못하더라도 정말 꽃박람회에 다녀왔다는 인상은 가지고 돌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일반 수목원보다 낫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음은 많은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리라.

이번 행사에 관람객 200만 명이 불과 27일 이라는 행사기간에 다녀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최 측의 목표라고 한다. 그러면 하루에 거의 10만 명 가량의 사람들이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행사장 규모가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을 때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획을 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다. 좁은 공간에 그렇게 많은 무리가 입장한다면 과연 꽃을 감상하고, 꽃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필자 자신도 인파에 밀려다니다 나왔다는 느낌밖에는 없다.

수익만 생각한다든지, 아니면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서 지자체장의 목적만 충족시켜주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도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비록 부족하더라도 뭔가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국제꽃박람회>로 준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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