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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근영 명예기자
학내 소통 아닌 학내 소동 부르는 위기의 대학언론

편파보도, 취재원조작, 왜곡보도…. 이것은 종종 기성언론의 잘못된 보도관행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동시에 놀랍게도 대학언론이 직면해 있는 문제이기도하다. 기성언론에 대한 '대안언론'을 표방하며 나섰던 대학언론이 잘못된 전철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학사회에서 학보라는 그 무거운 이름에 비해 가벼워만 지는 위상을 짚어보자.

대학언론, 기성언론의 축소판

▲이화여대 인문대 학생회가 게재한 대자보©뉴스미션
이화여대의 이화학보는 지난 3월 23일자에 “단대 학생회비 예·결산 공개 미흡”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단대 학생회비의 사용 내역 문건이 없거나 분실되었고. 지출 내역 문건은 있지만 공개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중에는 각 단대 대표의 발언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 인터뷰가 문제가 되었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5개 단대가 정문을 비롯한 캠퍼스 곳곳에 대자보를 붙여 학보의 취재 방식과 취재원 조작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이화여대 예술대학이 게재한 대자보에 따르면 “기사의 취지나 방향에 관해 한마디 말도 없이 받자마자 질문만 퍼붓는 인터뷰”였으며 “몇몇 단대에서는 인터뷰를 한 적도 없거니와 어떤 사실을 알려준 적도 없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대학신문도 작년 9월 22일자 기사에 허위 인터뷰를 실어 파장이 컸다. 기사는 학교로 복귀한 김도연․류우익 교수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류 교수의 복귀를 옹호하는 내용의 학생 발언이었다. 이 학생은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고 항의했고, 대학신문은 다음 자 학보에 ‘바로잡습니다’란을 통해 다른 학생의 인터뷰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원 발언자로 밝힌 학생도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대학신문 기자가 친구의 이름을 도용해 허위로 인터뷰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가 아닌 허위보도로 밝혀지면서 주요 일간지에도 보도될 만큼 심각성이 제기되었다.

“학보사 기자를 모집합니다.”, 연간 수차례 모집공고

▲지난 9월 22일자 서울대 대학신문©뉴스미션
최근 크게 회자되었던 위의 두 사건을 통해 대학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학내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학보사는 나름의 고충을 호소하고 나섰다. 한양대학교 한양대학보 편집국장 심재환씨는 “최근 3년 간의 지원율은 10년 전의 지원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성대신문의 한 학생기자는 “취재부를 따로 두어 기초적인 취재의 경우 취재부가 전담해서 충분한 취재가 이루어져야 생각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그럴 여건이 못 된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중앙대학교 중앙대학보의 편집부국장 전종윤씨 또한 “지원율이 낮아져 일단 뽑고 본다. 일주일에 한 기자당 2~3개의 기사가 배당되는데 마감시간에 쫒기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많지 않아 오보가 종종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원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커지면서 사실 확인이 미흡한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향후 문제가 계속되면 신뢰성에 타격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딱히 대안을 찾기는 힘든 모습이었다.

‘학생’이란 이름 뒤로 숨은 학생기자

취재원 조작이나 왜곡보도는 단순히 사실관계를 잘못 기재한 오보와는 또 다르다. 인력난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로 지적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매주 학보에 명기된 학보사 윤리강령, 이 중요성을 제대로 자각하고 있는 것일까. 실상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성대신문의 한 학생기자는 “최근 학보사 기자의 도덕적 해이는 부실한 사전 교육의 결과라고 본다.

신문사 현직 기자의 일회성 강연이나 선배 기자의 도움이 전부이고, 기사 작성 교육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전해왔다. 전 편집부국장 또한 취재원 조작과 관해 “인력난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아무래도 아마추어 기자의 한계인 것 같다. 실수가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고대신문이 작년 10월 진행한 학내 매체 좌담에서 고대신문은 “현 언론사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부실이라고 생각한다. 기자교육의 중요성은 매우 크지만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외부 선배들을 모시는 것도 일회성에 그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자성했다.

위기 속의 대학언론

대학사회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운동권이 강하게 자리 잡았던 20여 년 전의 대학언론은 언론 탄압 아래 대안적인 정론지의 역할을 함으로써 학내에서 그 영향력이 상당했다. 2009년 현재, 최근 학보가 겪는 인력난은 그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4학년 박윤희(24)씨는 불과 4, 5년 전과 비교해도 학보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된 것을 느낀다며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다시 읽는 것 같다. 과거와 달리 학생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붉어진 왜곡보도와 관련해 “주간신문이라 정정기사가 나더라도 확인할 수 없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오보나 왜곡보도가 계속된다면 신뢰성 자체가 의문”이라며 우려했다. 3학년 석승운(22)씨는 “주로 다뤄지는 취업 관련 정보도 내실이 없다.

학보가 다루는 아이템에 제약이 많은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또 “새롭지 않은 것이 문제다. 학내 논의가 필요한 이슈를 짚어주거나 기존 이슈에 관한 보도라도 학교 또는 학생들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매체의 홍수 속에서 학보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이에 따른 인력난과 전문성의 결여가 더욱 학보의 입지를 좁히는 형국이다.

‘학보’, 여전히 무거운 그 이름

그러나 학내의 공식 언론매체로서 학보가 갖는 강점은 분명히 있다. 바로 학내 소통을 원활하게 이끌고, 공론을 형성하는데 용이하다는 점이다. 학생들 또한 학보의 이러한 강점을 높이 산다. 석승운(22)씨는 “대학언론은 언론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권익을 지켜줄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학보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박윤희(24)씨 또한 “학생회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학보는 보다 가까운 곳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학보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것을 기대했다. 학생들의 이러한 기대 아래 학생기자들은 ‘학보’가 지니는 여전히 무거운 사명을 자각하고 펜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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