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추모문화의 윽박지름 앞에 선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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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교수©뉴스미션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십 여일이 지났다. 장례기간 국민의 10%에 달하는 500만의 인파가 참배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의 삶과 죽음에 동화되어 그를 지키지 못했음을 한탄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추모 열기는 대한민국의 특별한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때 보여주었던 모습과도 맥을 같이 해 보면 이제 이것은 한국의 ‘추모문화’라는 특별한 문화현상으로 자리하게 된 것 같다.
이러한 추모문화는 종교사회학의 관점에서 보면 ‘대체종교’의 현상으로 보인다. 종교는 아니지만 종교와 유사성을 갖는 것이다. 서양의 종교사회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스포츠나 유명 연예인들에게서 찾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사회 저명인사에게서 찾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바로 이러한 자리를 통해 영성을 경험하게 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교회와 같은 조직화된 종교에서 멀어진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영적인 갈급함을 이렇게 대체종교를 통해서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체종교의 현상들이 이번 추모문화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대체종교 현상은 이제 교회와 엇물리고 있다. ‘기독교인이 자살한 사람을 추모하는 것이 옳은가’, 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구원 받았을까’하는 상당히 종교적이고, 어떻게 보면 교리적인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추모의 열기가 이제 교회로까지 이어지면서 교회도 이 문화에 동참하기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할 부분이 있다. 신앙의 언어와 사회의 언어를 구분하는 일이다. 아니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서 ‘신앙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 부분’과 ‘사회의 상식에 따라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 부분’이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이러한 구분이 없어지면서 사회의 현상과 교회의 언어와 일들이 뒤섞여 있다. 추모문화라고 하는 현 시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특별한 문화현상이 지금 교회에 대고 너희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형태다. 교회는 지금 이 낯선 요구 앞에서 당황하여 제 각각의 옳은 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는 형국이고 신앙의 관점에서 옳고 그름이 아니라 너와 나의 구분으로 진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구원받았을까? 자살한 사람을 추모하는 것은 옳은가? 이러한 질문을 먼저 제기한 것은 천주교 사제들에게서였다. 그의 죽음은 자살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타살이기 때문에 구원의 여지가 열려있다고 정의했다. 일부 개신교인들도 이러한 관점인지 몰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구원받았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정답을 먼저 말한다면 그의 구원을 우리가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역에 속한 바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어렸을 때 교회를 다녔고, 가끔 목사들을 만나면 마음으로 신앙이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해서 그에게 구원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에게 믿음이 있었는가’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믿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무어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신앙의 부분이다. 그가 국가의 대통령이었고, 존경받는 인물이었고,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이 있었을지라도 그가 ‘예수를 구주로 믿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회적 상황을 들어 이 이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성경과 교회의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 역사를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섭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최근 기독교계에서 여러 가지 일들로 논의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기독교학교에서 분향소를 설치하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고 몇몇 목사들의 설교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관한 언급들이 언론에 드러나 비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 중에는 대형교회 목사도 있지만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목사들의 언급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이슈들이 기독교계와 맞물리는 것은, 그것도 신앙의 영역 가운데서 행해진 것들이 사회적 기준으로 논의되는 것은 분리되지 않은 우리 사고의 미성숙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러한 현상이 결국 교회의 세속화를 가져오게 되고, 설교를 신앙적 기준이 아니라 도덕적 언어유희로 몰고 갈 위험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대한민국은 충격과 슬픔에 깊이 빠져들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는 그 추모의 정에서 종교적 열정까지 느껴진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 속에서 교회는 그 중심을 잡으면서도 이 사회의 정을 외면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