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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이어 손자까지 키우는 이탈리아 할머니, 할아버지들
두 살배기 알렉산드로와 69세의 알도 할아버지는 완벽한 팀이다. 알도 할아버지는 부모 대신 어린 알렉산드로를 아침 일찍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다시 집으로 데려오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라 오후 7시 아들내외가 일을 마치고 손자를 데리러 올 때까지 알렉산드로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6월 15일자, 도이체벨레에 소개된 알렉산드로와 알도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이탈리아엔 독일과 같은 자녀수당 지급제도도 없고 저렴한 교육비의 공영 유치원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가정친화적인 기업도 적어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맡길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기 일쑤다. 이미 성인이 된 자식들의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 위해 백발이 성성한 부모님들은 손자 돌보기를 자청하고 나온다. 알렉산드로와 알도 할아버지와 같은 완벽한 팀들이 이탈리아에 무수히 많다는 얘기다. 아이를 돌볼 시간이 거의 없는 이탈리아의 부모들 젊은 시절 자식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던 연로한 부모님에게 마지막까지도 너무 과중한 임부를 부여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실제로 유럽심리분석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탈리아 노인 80% 이상이 손자와의 관계를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꼬마들 대부분은 아빠보다도 할아버지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니 결과의 또 다른 증명이다.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늘 출장을 다녀야했고 그런 이유들로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잘 지켜볼 수 없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되고 시간이 생기니 손자를 통해 내 자녀들의 지난 날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며 알도 할아버지는 손자 돌보기의 장점을 이야기 한다. 1990년대까지도 이탈리아 아버지들은 아이를 키우는 일을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으로만 여겼다. 요즘도 이탈리아 남성들은 생계비를 버는데 전력하고 있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것은 자녀양육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버지 혼자 벌어서는 밀라노와 같은 도시에서의 생활은 꿈도 꾸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들로 이탈리아에서는 해마다 전업주부의 수가 감소하고 일자리를 얻어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수가 늘어만 간다. 맞벌이 부부의 수의 증가만큼 할아버지 할머니 베이비시터도 더불어 늘고 있다. 노인들이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나라, 이탈리아!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하는 며느리를 위해 손자를 돌보고 있는 시빌라 할머니는 “손자를 돌봐주면서 자신의 지루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 좋고 자식들은 집에 남겨진 아이 걱정 없이 밖에 나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다”며 만족감과 함께 자부심을 내비친다. 이탈리아 노인들은 아이를 돌봐주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시간이 없이 며느리나 딸을 위해 요리를 하며 부엌일도 돕고 자식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주말에도 손자들과 함께한다. 인생의 황혼기도 부쩍 넘겨버린 노인들이 이렇게 가족들을 돌보며 가정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 노인들은 이탈리아의 대가족 내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한 신문이 “이탈리아에서는 노인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이탈리아 가정에서 노인들의 역할과 영향력에 비중을 실은 기사라고 하는데 이것은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 상황이 그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해 초래된 결과이기도 하다. 노인들이 받고 있는 연금은 그들에게는 위기상황에 든든한 고정 수입원임과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자식들을 위한 금전적 뒷받침이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보다도 아낌없이 모든 걸 나누어 주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있어 이탈리아의 가정이 흔들림 없이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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