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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비난에 가난까지 업고가는 개장수들
아직 동이 트기 전인데도 울산장에는 가축을 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5일 마다 열리는 울산장은 유난히도 개를 파는 장사꾼들이 많은 가축시장이다. 장사꾼들은 저마다 가지고 온 개들을 앞에 진열하는데, 의외로 옷을 말끔히 입은 부부들이 개를 사기위해 구경중이다. 여기서 반전은 말끔히 입은 부부가 살 것은 애완견이 아닌 몸보신용이라는 데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아직도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논쟁은 둘째 치고 이 일은 참 고되고 힘든 직업”이라고 말한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여전히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고민은 논쟁이 아닌 바로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드디어 동이 조금 틀 무렵, 의자에 앉아 개를 팔 고 있는 김병수(63)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이 일을 한지는 약 20년 정도 되었어요. 처음에는 재미삼아서 취미로 개를 사육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잘린 뒤 재취업이 되지 않았고 또 시장을 오가다보니 장사를 해도 될 것 같아서 하게 되었어요. 대부분의 개 판매업자들도 저 같은 이유로 하게 되었을 겁니다.” 그는 동이 트기 전 일찍 깨어나 시장에 팔 개들을 차에 싣는다. 그리고 새벽 5시쯤 되면 시장에 도착하여 아침식사를 한 뒤 해가 질 때까지 장사를 한다. 그는 개를 사는 주 고객층들이 의외로 엘리트직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개고기는 의사, 판사, 검사 등 의외로 고위직 사람들이 선호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와 달리 지방질이 적고 영양이 많다고 합디다. 동의보감에 보면 여름에 사람들이 몸이 허실할 때 황구 스물닷근짜리 한 마리를 푹 고아 먹으면 원기를 회복한다고 적혀 있다고 합니다. 동남아시아 중 한국, 중국, 필리핀에서는 개고기를 먹지만 일본에서는 안 먹죠.” 새벽부터 장사를 하는데도 하루에 파는 개는 손가락에 꼽는다. 개는 강아지 때부터 다 클 때까지 꼬박 1년이 걸리고 또한 여름에만 그나마 수요가 많기 때문에 결국에는 일 년 내내 키워서 여름만을 기다려야 한다. “해마다 매출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IMF가 오고부터는 완전히 하락했다고 볼 수 있죠. IMF가 오기 전에는 시장에 나가면 최소 10~20마리 정도 팔았는데 올해는 5마리도 팔까 말까입니다. 옛날에는 한 마리 팔면 마진이 3만 원 정도는 되었는데 지금은 겨우 만원밖에 안됩니다. 거기에다가 시장 자릿값 만원, 기름 값 빼면 겨우 2~3만원이 남게 되는데 참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또 시장에서 경쟁까지 해야 하니……. (한숨)” 한편 개고기는 현행법상 작년부터 축산법에 가축으로 포함되었다. 이제는 도축시 허가를 받고 행해져야 하기 때문에 개고기 논란시 항상 문제 되었던 비위생적 환경은 한풀 꺾일 듯하다. 점점 개고기를 향해서 조여 오는 법의 제제에 대해서 개 판매업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예전보다 도살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까다로워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개를 키우는 장소마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데 있죠. 개를 키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땅도 가지고 있지 않고 경제적 자립도도 낮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이 방치해 둔 땅이나 쉬고 있는 땅을 임대료를 조금 주고 그곳에다가 개를 키우게 되는데, 자신의 땅이 아닌 다른 사람의 땅에 허가 받기가 어디 쉬운가요? 또 환경 정화조 시설까지 지으라고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듭니다. 그것도 꼭 지정 환경업체를 통해서 하라고 하니 말이죠. 우리는 소규모로 개를 한 마리 한 마리 늘여가며 꾸려나가는데 정부에서는 기업적으로 처리하려고하니 맞지가 않습니다.” “물론 법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을 다 들어줄 용의는 분명히 있죠. 해결책으로는 장기 융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장기 융자까지 안 된다고 하니 우리는 생계 수단을 아예 포기해야할 상태입니다.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처한 상태를 전혀 모르면서 갑자기 한꺼번에 실행하라고 하니 이것 참……. 땅을 사서 허가 받고 환경 시설물들을 다 설치 할 돈이 애초에 있었다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개 판매업자들이 대부분 가난하다고 말하는 김병수(63)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자녀 6명 모두를 교육시켰다. 생활비에, 등록금 등 지출해야 할 곳은 많았지만 돈을 모아서 자립할 여유는 도무지 가질 수 없었다. 수입은 적고 또 아이들은 점점 커가기만 했다. “우리 애들이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아버지. 허구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이면 개장사를 합니까. 다른 직업은 할 수 없어요?’ 근데 내가 대답을 못했어요. 실직 후 마땅히 취직할 곳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개를 키우게 되었는데 자식들이 내 심정도 모르고 그런 질문을 합디다. 그냥 웃고 말았죠. ‘이 자슥들아. 아버지가 가진 것이 있나, 배운 게 있나, 갈 길이 없다 아니가. 어쩔 수 없다. 너희들은 모른척하고 넘어가 다오.’ 아버지로써 자식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속이 찢어집니다.” 인터뷰 후 그가 피우는 담배 연기에는 인생의 고단함이 묻어나 보였다. 사람들은 개 판매업자들을 보면 잔인하고도 무서울거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말 한마디를 거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막상 인터뷰를 하고 나니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여름만 되면 논란이 되는 비난 대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누린내와 개의 털들로 가득한 참을 수 없는 여름 열기 속에서, 김병수씨는 인터뷰가 끝난 후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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