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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숙 기자 treasure77@hanmail.net
“당신의 서울살이는 몇 해인가요” 뮤지컬 ‘빨래’

서울 달동네 옥탑방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뮤지컬 <빨래>가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해묵지 않은 감동과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다

명랑씨어터 수박의 추민주 대표가 연출한 뮤지컬 <빨래>는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로 서울살이에서 상처받은 아픔과 설움을 위로하고 있다.

이 작품은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의 화려함보다는 ‘빨래’라는 서민적 소재를 사용해 내가 사는 이곳, 나와 너의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무대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모여든 사람들의 애환을 펼쳐 보인다. 그 속에는 이주노동자, 서울로 상경한 자취생, 장애인 아이를 둔 노모, 아이가 딸린 과부, 버스 운전수, 비정규직 여성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꿈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이주노동자 솔롱고, 대학공부를 위해 강원도에서 서울로 옮겨 왔지만 비정규직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나영, 사지절단에 하반신 마비가 온 자식을 40여 년간 키워온 주인 할매, 돈도 많이 벌고 남자도 많이 만나고 싶다는 애 딸린 과부 희정 엄마가 그 주인공이다.

연극 속에서 ‘빨래’는 솔롱고와 나영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슬픔과 애환, 얼룩진 삶을 정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무대를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무대는 달동네, 빨래판, 서점 등으로 적절히 변한다. 한 치의 쉴 틈도 없이 이루어지는 무대전환과 다채로운 조명은 관객들을 작품에 좀 더 몰입하게 한다. 무대에 설치된 현실감 있는 배경들과 함께 배우들이 가지고 나오는 소품들 또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서민들의 애환을 소소히 잘 담아낸 뮤지컬 넘버도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담당한다. 가사에는 서민들의 생활과 정서를 적절히 표현하며 그들의 굳은 의지까지도 표현돼 있다. 또한 배우들의 1인 다역은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명랑하고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이 작품은 곳곳에 배치된 웃음 코드와 배우들의 현실감 있는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해묵지 않은 감동과 신선한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

작품 줄거리

-강원도 아가씨 나영과 몽골청년 솔롱고의 빨래이야기
서울, 하늘과 맞닿은 어느 작은 동네로 이사 온 스물일곱 나영은 고향 강원도를 떠나 서울의 한 서점에서 근무하며 살고 있다. 나영은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이웃집 총각 솔롱고를 만난다, 어색한 첫 인사로 시작된 둘의 만남은 바람에 날려 넘어간 빨래로 인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의 순수한 모습을 발견하며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애교 많은 사랑스러운 희정엄마와 구씨 이야기
한 눈에 나영의 속옷사이즈를 정확히 알아맞히는 능글맞은 이웃집 여자. 그녀는 동대문에서 속옷장사를 하는 ‘돌아온 싱글’이다. 애인 구씨와의 매일 같은 싸움에 몸서리를 치지만, 오늘도 구씨의 속옷을 빨래를 하며 삶의 애환을 털어버린다.

-서울살이 45년 할매의 빨래 이야기
나영과 희정엄마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 욕쟁이할매. 세탁기 살 돈이 아까워 찬물에 빨래하고 박스를 주워 나르며 억척스럽게 살지만 오늘도 빨랫줄에 나부끼는 장애인 딸의 기저귀를 보며 한숨을 쉬며 눈물을 참는다.

-우리 이웃들의 빨래 이야기
오늘도 사장 눈치 보는 직장인, 외상값 손님에 속 썩는 슈퍼아저씨, 순대 속처럼 메어터지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아줌마. 오늘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정겨운 인생살이가 빨래와 함께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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