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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균 교수/ 성산효대학원대학교 효학과
[김덕균 칼럼] 화합의 한마당 민족 대명절 ‘설날’

▲김덕균 교수©뉴스미션
지난 달 이미 새해맞이를 했다. 새해인사도 했다. 하지만 또다시 우리에게 새해가 찾아왔다. 양력이 일상화 되었어도 명절만큼만은 음력을 기준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설은 한해를 시작하는 날이다. 우두머리, 시작이란 뜻을 담고 있는 원(元)자를 써서 원단(元旦)이라 하기도 하고 정월(正月) 초하루라고도 한다. 어찌 됐든 1월 1일 아침이다.

그런데 역사속의 원단은 꼭 1월을 기준하진 않았다. 하(夏)나라는 음력 1월, 은(殷)나라는 12월, 주(周)나라는 11월, 진(秦)나라는 10월을 정월로 삼았다. 현재처럼 음력 1월을 정월로 삼은 것은 한무제(漢武帝) 이후다.

한나라의 월력체계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면서 오늘날의 정월 초하루가 새해의 시작으로 정착되었다. 시대마다 달랐던 원단이 부동의 음력 1월 1일로 고착된 것이다. 한 때 이중과세방지라는 명목으로 새해를 양력 1월 1일로 통일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명절로서의 정월 초하루 개념은 바꿔 놓지 못했다.

새해를 두 번 치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새해가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경건하게 맞이하고 새로운 계획과 포부로 1년을 설계하며 우리를 낳아준 조상과 부모님께 감사하고 가족간 친목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차례상이 흥미롭다. 차례(茶禮)란 글자그대로 차로써 조상에게 예를 표하는 의식이다. 하지만 붕어빵에 붕어 없듯 차례상에 차가 없다. 차대신 술이 오르면서 주례(酒禮)가 된 것이다.

중국에서 전래된 차례가 우리나라에 와서 차대신 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차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생활습관도 그 한 이유이다. 茶禮라 써 놓고 ‘다례’라 읽지 않고 ‘차례’라 읽는 것도, 茶道를 ‘차도’라 하지 않고 ‘다도’라 하는 것도 재밌다. 국한문을 섞어쓰면서 역전(驛前)보다는 역전앞이 편해진 것처럼 때론 한글로 때론 한자로 때론 둘 다 혼용하면서 생긴 일이다. 중국의 영향은 받았으되 우리 식대로 받아들인 현상이다.

중국인들에게 차는 제사의식 뿐만 아니라 고관들의 만남이나 결혼식과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의전용 음료였다. 중국인들이 늘 마시는 것이 차지만, 실제 의식에 사용되는 차는 일상적인 차와는 비교할 수 없다. 중국인 가정이나 차관(茶館)에서 고급차를 대접 받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맛도 가격도 평소 음용하는 것과 의전용 차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얼마나 차를 소중히 했으면 차의 경전인 다경(茶經)이 나오고, 족보를 기록한 다보(茶譜)가 나오고, 그에 따른 다도(茶道)가 나왔을까?

차 빠진 차례상에 우리는 차대신 술을 올렸다. 그러곤 “술이 없으면 모임이 성립하지 않고, 술이 없으면 의식을 치를 수 없다.”(無酒不成席, 無酒不成禮)는 말을 회자시켰다. 모임과 의전에서 술은 필수가 되었고, 다도 대신 주도(酒道)가 자리잡았다.

특별한 모임과 의식에서의 음료가 차에서 술로 바뀐 것이라면 차례의 형식적 의미는 이미 희석된 셈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함께 마실 수 있는 수정과나 식혜같은 우리의 전통음료로 대신하는 것도 잘못은 아닐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의 화목의 자리에 주류(酒類), 비주류(非酒類), 주당(酒黨), 비주당(非酒黨) 나눌 것도 없이 말이다. 술판으로 인한 후유증 걱정도 필요 없을 것이고.

다양한 종교간의 만남으로 인한 갈등이나 충돌을 지양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풍토 속에서 온가족이 화합하는 즐거운 민족대명절 설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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