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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 변경 밀어붙이는 親李 속내는…
113명 확보에 '자신감'…무산돼도 '압朴+퇴로' 효과 기대


'원안 추진'인 세종시 당론을 수정안으로 바꾸기 위한 한나라당 친이계의 '속도전'이 불을 뿜고 있다.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친박계가 똘똘 뭉치면서 '분당'(分黨) 얘기까지 나오는데도, 친이계가 정면 돌파를 불사한 건 일단 '자신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친박계의 '저지전'에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표 분석에 더해 "정해진 절차만 제대로 이행하면 명분에서도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 "친박계 일부도 수정안 찬성할 것"=당론 변경을 위해선 재적 의원 169명 가운데 3분의2 이상인 최소 113명 이상의 '참석+찬성'이 필요하다.

친이계가 1백명가량인 세력 분포상 '매직넘버'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당 안팎의 중론.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도 "인원 점검을 해보진 않았지만 간당간당한 것 같다"고 언론에 공개 언급할 정도다.

하지만 수정안에 긍정적인 당내 중도세력이나 일부 친박계 의원들을 아우르면 예상보다 쉽게 고지 점령이 가능하다는 게 친이계 내부 분석이다.

심재철 의원은 1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수정안 지지층이 1백여명, 친박계가 40~50명, 유보층이 20~30명 정도"라며 '마지노선 돌파'를 낙관했다.

"분위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을 못 하지만 비밀투표를 하면 분명한 태도를 밝히겠다는 친박계 의원도 적지 않다"는 것.

정두언 의원 역시 "가급적 많은 의원들이 당론 변경에 동의하도록 설득하고 설명하면, 어렵다고 하지만 가능하리라 본다"고 내다봤다.

◈ 친이 '朴의 명분' 노리나=친이계 일각에서는 실제로 당론 변경이 현실화될 경우 '정적'(政敵)이나 다름없는 박근혜 전 대표 중심의 차기 구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정안'이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으로 자리잡는 순간 '원안 유지'를 고수해온 박 전 대표의 입지는 그야말로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박 전 대표가 이미 "당론이 바뀌더라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결국 기존의 '원칙' 이미지를 '자가당착' 이미지로 끌어내리는 망외 소득으로 이어질 거라는 게 친이계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진수희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친박계가 당론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럴 때의 정치적 부담은 그분들이 안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도 "그런 상황은 일종의 무법 상황"이라며 "당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도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못박았다.

당내 '미쓰터 쓴소리'로 통하는 이한구 의원도 친이계의 강행 움직임 배경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후보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정안이 '강제 당론'으로 채택된다면, 이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 무산돼도 '득'이 더 많다?=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당론 변경이 무산되더라도 "여전히 얻을 게 더 많다"는 게 친이계측 판단이다.

정국 마비를 가져온 세종시 논쟁의 단초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공했지만, 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박 전 대표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친이계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그동안 '국가 백년대계' 차원임을 줄기차게 강조해온 것도 나름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략적 계산에 치중한 박 전 대표의 반대로 국가대사가 발목잡혔다"는 식의 또다른 '여론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자연스레 '퇴로 확보' 될까=여권 주류로서는 세종시 정국이 지나치게 장기화되는 것도 집권 중반기를 맞은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최종 수정안 발표 이후에도 당초 기대했던 '여론 급반전'이 사실상 물건너간 만큼, 이미 한차례 논란이 됐던 '출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따라서 당론 변경 시도는 그 성패를 떠나, '퇴로 마련' 차원에서도 상당한 유용성을 갖고 있다는 게 친이계측 판단이다.

친박계 중진인 이해봉 의원이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그렇게 밀어붙이다가 통과라도 되면 퇴로마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건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 '수정안 관철' 기류도 곳곳서 감지=그러나 친이계의 전체적인 기류는 여전히 '수정안 관철'에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도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진수희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 자체를 놓고 찬성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당론 변경'이 아닌 '새 당론 채택'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행여 친박계 불참 등으로 '매직넘버 113'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출석 의원 절반의 찬성만으로 '당론 교체'를 강행할 여지를 미리 남겨둔 것이다.

친이계 일각에서 '국민투표론'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도 '최후 수단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정상적 입법 과정을 통해서는 수정안 관철이 불투명한 만큼, '최악'의 경우 수도권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표 대결로 승부를 내자는 얘기다.

◈ 꺼지지 않은 '국민투표론'=그러나 친이 내부에서도 일단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국민투표를 주장했는데 지기라도 하면 '정권 심판론'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두언 의원은 "의총 표결에서 수정안 당론 변경이 무산될 경우 승복할 것"이라며 "그 다음 절차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내 당론 변경 과정이 세종시 논쟁의 최대 분수령이자 '마침표'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 언급이다.

다만 정태근 진수희 등 친이계 의원들은 "현 시점에서 국민투표 얘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경우에 따라선 최후 수단으로 논의해볼 수는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CBS정치부 이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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