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가운데 한국교회에 공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류영모 신임 총회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 교회의 공공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위해 진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본지는 류 총회장을 만나 이번 회기 주요 계획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9일 경기 파주 한소망교회에서 만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류영모 총회장(사진제공=한소망교회)

신임 총회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코로나19 위기 속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은 것에 감사함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하지만 옛말에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세상의 영웅은 자기가 얼마나 잘 났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못난 사람들이 위대하신 하나님의 손에 붙들릴 때 얼마나 비범한 일들을 이루어 내는가를 보여준다. 하나님께서 작은 자를 들어 큰 역사를 이루실 것을 기대한다.

코로나 속 총회, 진행하면서 어땠나.
지자체와 수차례 소통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총대들은 사전에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PCR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총회 참석이 가능했다.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총대들의 협조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준비했기에 1,500명이 모였음에도 무탈할 수 있었다. 단 한 명의 확진자 발생 없이 은혜 가운데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다.

임기 중 특별히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106회기 총회 주제는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다. 여기에 맞는 주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 지 모르고 더 독한 바이러스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교회는
언제나 교회됨을 지켜야 한다. 디지털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뉴노멀을 준비하는 다양한 위원회도 꾸리고 있다. 기후위기와 저출산, 고령화 등 위기 국면 속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목회 전
략 역시 재점검하고 있다. 무엇보다 위원 임명 방식을 새롭게 바꾸려 한다. 당장 280여 명의 위원들을 임명해야 하는데, 자원이나 추천 방식을 취할 것이다. 또 다양하게 위원을 구성할 계획이다.
우선 위원에 청년들을 포함하고 전문위원으로는 신학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1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각계 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교회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좋은
시너지가 나길 바란다.

한국교회 신뢰 회복을 위한 우선과제는.
한국교회 사회 신뢰도는 오래 전부터 낮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 급격히 추락해 가고 있다. 위기는 하나님께로 돌아가라는 음성이자 본질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다.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3.1운동을 준비하던 남강 이승훈 선생은 교회의 공공선을 강조하며,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3.1운동 참여를 요청했다. 당시 이 선생은 “온 국민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사는데 우리만 예수 믿고 천당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회의 공공성은 한국 기독교 초기부터 강조돼 왔다. 하지만 번영신학·물질주의·성공주의가 교회 안에 만연하기 시작하면서 교회들이 공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공교회성 회복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교회 공적 회복을 위해 먼저 힘쓰겠다.

차별금지법, 동성애 등 반기독교적 흐름에 대한 견해는.
반기독교적 가치나 법들은 한국교회가 철저하게 막아내야 한다.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중요하다. 하나님의 창조 원리와 가정의 의미 등 올바른 성경적 가치를 정
립해 다음세대에 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총회는 양성평등 및 성경적 가정 회복 운동 등을 펼쳐갈 계획이다.

최근 총회에서 교단 신학의 정체성에 대한 책을 냈다.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은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신앙 정신을 주축으로 한다. 에큐메니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NCCK(한국교회협의회)와 WCC(세계교회협의회)다. 이들 단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저마다 엇갈린다. 흐름을 같이 하거나 철저하게 반대 입장에 서 있는 교단도 있다. 통합총회는 그 중심에 있고자 한다. 잘못된 점은 바로 잡으며 세계 교회의 중심에 서는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 비판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세계 교회 운동에 참여하는 것, 이것이 교단이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한 신학이다.

다음 세대의 교회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원인과 대안은.
2018년도부터 저출산·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다음 세대가 한국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는 현상을 보여왔다. 통합 총회만 하더라도 지난 10년 동안 교회학교가 35~36% 마이너스 성
장률을 보이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중기·장기별로 위원회를 꾸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출산·돌봄 문제는 장기적 관점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지금 당장 주일학
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작은 교회들에는 교육 방송을 제작·배포하려 한다. 기독교 방송들과 연계하거나 큰 교회 플랫폼을 활용해 작은 교회들에 송출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생각은.
복음주의에 서있는 교단들이 화합되는 것은 모든 교회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 많은 이들이 수고하고 있고 연말 내 통합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연합 기관들이 각각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에 등재돼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 연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
야 한다. 연합의 목적이 교회들의 덩치 키우기에 있지 않고 겸손함으로 세상을 섬기는 십자가 정신에 부합해야 한다.

대정부·사회 소통을 위한 노력은.
화합과 일치가 반드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갈등과 분열이 난무한 시대인만큼 교회는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힘써야 한다. 교파와 이념을 초월해 서로 다른 생각이 어우러져 시대를 품고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회는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추고 사회적 소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교회가 약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복음의 진리를 선포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한 말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은 주로 약자다. 한국교회가 이들의 울타리가 되어 줘야 한다. 자영업자와 소외계층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직접 행동으로 나서 도와야 한다. 세상과 교회가 하나로
어우러져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희망을 전하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류영모 총회장 약력
- 現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총회장(106회기), 한·중 기독교 교류회 상임대표회장, 사단법인 나부터 공동이사장 겸 공동대표, 호남신학대학교 객원교수, 사단법인 한국교회지도자센터 이사, 넘버스(목회데이터연구소) 후원 이사회 회장
- 前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부총회장(105회기),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서기(97회기) 등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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