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과 한기총의 WCC 대회 공동선언문 발표가 뜨거운 이슈가 된 가운데, 한기총은 실행위원회에서 공동선언문 발표를 환영,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한편 다락방 류광수 건과 관련해서는 한기총 이대위의 ‘이단성 없다’는 보고를 67명 중 44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예장합동의 반발이 거세 차후 논란이 예상된다.

“공동선언, 극비로 신중히 진행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이하 한기총)는 14일 오전 11시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중강당에서 제24-1차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한기총은 하루 전인 13일 저녁 WCC 부산총회를 앞두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공동선언문을 발표, ‘2013년 WCC 부산 대회를 이해하고 2014년 WEA 총회를 한기총과 교회협이 상호 협력해 치룰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다음날 공동선언문에 대한 회원 교단들의 추인을 받기 위한 실행위원회를 연 것이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오늘 신문에서 한기총이 WCC 대회 공동선언 한 것을 보고 당황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교회협의 김영주 총무와 나, 길자연 목사, 김삼환 목사, 이광선 목사, 조용기 목사 등이 은밀한 가운데 극비로 진행해 왔다. 피차간 결렬되면 한국 교회 다툼의 불씨가 될 수 있기에 결렬될 것에 대비해 비밀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명서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며 “교회협이 주장해왔던 일들을 무효로 돌려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었고, 한기총 역시 협상에서 하나라도 밀리거나 문제가 되면 기독교 백년사에 기록될 문제이기에 신중히 추진해왔다”고 덧붙였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WCC 공동선언문에 대한 총대들의 찬반 가부를 물었으며, 만장일치로 선언문 추인을 통과시켰다.

“한기총 정체성 고수해야” vs “한기총이 승자”

한기총은 그간 WCC를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라고 비판하며 WCC 부산총회 개최를 강력히 반대했던 터라, 실행위원회에 참석한 몇몇 총대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손선영 목사는 “대표회장이 연합을 위해 애쓰는 것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며 “그러나 한기총은 그동안 보수신앙을 지키며 WCC 반대를 고수해왔다. WCC의 브랜드는 좋지만 한기총의 역사적 정체성은 고수해야 맞지 않나”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총대들은 이번 공동선언문에 ‘하자가 없다’는 데 동의했다. 선언문은 △종교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애 반대 △개종전도 금지주의 반대 △성경이 하나님의 특별 계시임을 인정하는 4대 선언을 포함하고 있다.

이승렬 목사는 “우리는 그동안 WCC가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동성애, 선교무용론을 주장했기에 그들을 적그리스도 단체라고 규정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선언문을 보면 알겠지만 한국 교회가 일치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 한 총대는 “선언문을 읽어보면 WCC를 찬성하는 이들이 자기 신앙을 포기한 것과 같다. 한기총이 승자라고 볼 수 있다”며 홍재철 목사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한국 교회 전체가 합의한 이 선언문은 영어로 번역돼서 WCC 총회로 간다. WCC 총회가 이 선언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회는 부산에서 치루지 못할 거고, 받아들이면 총회는 한다”며 “이 선언문은 WCC 총회 석상에서 낭독될 것이며, 이로서 WCC도, 한기총도, 교회협도 복음주의자가 되며 좌파도 진보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광수 이단 해제 통과…예장합동 ‘반발’

한편 이날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는 교계 안팎으로 논란이 됐던 다락방 전도운동 류광수에 대한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이단성이 없다’는 보고와 관련, 총 투표자 67명 중 44명 찬성(19명 반대)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투표 전,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특히 당시 그의 소속 교단으로 그를 이단으로 규정했던 예장합동은 한기총 이대위의 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항의했다.

예장합동 증경총회장이며, 한기총 명예회장인 김준규 목사는 “한기총에서는 이 보고서를 그대로 받으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장합동과 고신을 비롯해 건전한 교단에서 류광수에 대해 이단성을 천명했기에 한국교회가 아직 이해하기 어렵다”며 “우리 교단에서도 이것을 계기로 반 한기총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예장합동 총대들은 찬반 가부를 묻는 투표를 유보하자고 주장했으나, 홍재철 대표회장은 대표회장의 직권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강행했다. 투표 전 찬성측인 개혁교단 총대들과 합동교단 총대들의 신경전으로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김준규 목사는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한기총 명예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김준규 목사는 류광수에 대한 이단 결의가 있었던 81차 예장합동 총회 당시 총회장직을 역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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