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영주 총무의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 한국준비위원회(KHC) 상임집행위원장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일까? 결론은 그렇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만, 당사자인 김 총무는 ‘아직 생각 중’이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교회협 제 61회기 제3차 실행위원회 회의 말미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신복현 위원은 “김 총무가 상임집행위원장에 조건 없이 복귀해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박수로 정리하자”고 제안했고, 위원들이 이에 대해 박수로 화답했다.
 
실행위원회서 김영주 총무 복귀 공식 제기

 
▲김영주 총무가 KHC 상임집행위원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 ⓒ뉴스미션
물론 이 제안이 실행위원들에 의해 박수로 받아들여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김 총무 자신은 이에 대해 어떤 분명한 입장도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회의 후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겠다”고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을 뿐이다.
 
김 총무가 상임집행위원장에 복귀한 다는 것은, 이른바 ‘공동선언문’ 사태로 촉발된 교회협을 포함한 에큐메니칼 진영과 KHC 사이의 ‘결별’이 공식적으로 종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결별’은 그동안 ‘투 트랙 구조를 통한 부산 총회 준비’와 이를 전제로 한 ‘WCC 총회를 위한 협력위원회’를 교회협이 구성한 것으로 구체화됐다.
 
따라서 김 총무의 상임집행위원장 복귀가 거론되기 위해서는, 공동선언문 사태가 종식되기 위한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런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총무의 복귀가, 그것도 교회협 실행위원회라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김 총무의 상임 집행위원장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퇴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의 발원지는 주로 KHC 상임위원인 국내 4개 WCC 회원교단 교단장들이었다. 그리고 일부이긴 하지만, 4개 교단 총무들 중에서도 ‘협의회적 과정의 복원’을 이유로 복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김 총무 자신은 이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이었다. 근본적으로, 복귀를 한다 해도 자신과 4개 교단 총무들이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 총무의 이같은 생각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교회협 실행위원회가 ‘WCC 총회를 위한 협력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것은, 적어도 교회협 주변에는 ‘복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협력위원회’는 김 총무가 상임집행위원장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에큐메니칼 진영과 함께 총회에 필요한 준비를 해 나가기 위한 일종의 ‘공동전선’이었던 셈이다.
 
이 ‘공동전선’이 가능했던 이유는, 국고보조금을 비롯한 부산 총회 준비를 위한 예산이 교회협의 재단인 한국기독교 연합사업 유지재단의 통장을 통해 입출금되고, 따라서 유지재단 이사장인 김 총무가 예산의 인출과 집행에 대한 ‘결재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KHC의 조바심이 표출된 사건이 바로 ‘2600만원 무단 인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주 총무, 이미 마음 굳힌 듯
 
그런데, 이 ‘공동전선’에 어느 날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동전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협력위원회에서 김총무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윤길수 위원장마저도 공식적으로 ‘복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김 총무의 ‘복귀 불가’를 외치던 4개 교단 총무들 역시 ‘복귀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18일의 실행위원회에서 김총무의 ‘복귀 제안’ 발언을 한 인물이 바로 가장 강하게 ‘복귀 불가’를 외쳤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것은 결국, KHC 측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김 총무의 복귀를 위한 ‘포위작전’을 시작했고, 그 대상은 협력위원회 주변을 비롯한 ‘복귀 불가론자’들이었으며, 이들이 차례로 그 포위작전에 의해 설득을 당했음을 의미한다. 김 총무 역시 이런 부분에서 많은 외로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총무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분위기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른바 ‘2600만원 사건’ 이후 여론은 오히려 김 총무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다시 말해서 ‘대사를 앞두고 돈을 갖고 대범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는 식의 여론이 형성돼 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무는 국고 보조금 사용과 관련해서 일말의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 책임을 모두 교회협이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차라리 자신이 상임집행위원장에 복귀하는 것이 오히려 그런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무는 18일 실행원회 직후 개인적인 자리에서 ‘그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복귀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김 총무는 사실상 2600만원 사건 이후 상임집행위원장 복귀 쪽으로 상당부분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 직후 김삼환 KHC 상임위원장과 박종화 준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세 가지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조건은 첫째, ‘공동선언문’에 대해 김삼환 상임위원장과 김 총무가 함께 유감을 표명하는 ‘공동의 문서’를 발표하자는 것과 둘째, 상임집행위원장에 복귀할 경우 4개 교단 총무가 공동집행위원장 등의 형식으로 함께 참여하는 것, 그리고 김 총무가 지명하는 실무자 한 사람이 KHC 사무국에 동행하는 것이었다.
 
한편, 실행위원회 당일인 18일 아침에 열린 교회협 회원교단장 회의에서 김 총무는 상임집행위원장 복귀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김 총무의 발언에서 ‘공동의 문서’와 관련된 이야기는 빠져 있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말하자면 ‘복귀’는 기정사실화 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공동선언문에 대한 입장 표명은 복귀 조건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행위원회 석상에서 마침내 ‘김 총무의 조건없는 상임집행위원장 복귀’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사실상 마음을 굳힌 김 총무는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아직 생각중’이라는 입장만 공식적으로 내놓았을 뿐이다. 과연 김 총무의 복귀는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방식’의 복귀가 지니는 의미와 파장은 무엇일까?
 
결국 이렇게...‘모양 빠지는’ 복귀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총무의 복귀는 이제 ‘누구나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것이 됐다. 하지만, 김 총무 스스로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에 의해 ‘조건 없는 복귀’가 제안됐다는 점에서, 복귀를 하더라도 ‘상당히 모양이 빠지는 복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공동의 입장 표명’이 빠졌다는 점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사실 김 총무가 공동선언문의 폐기를 선언하고 상임집행위원장을 사퇴한 것은 스스로 ‘속죄염소’가 돼 에큐메니칼 진영을 위로하는 동시에, 투 트랙의 준비구조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 총무가 상임집행위원장에 복귀한다는 것은 투 트랙의 구조가 ‘원인무효’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공동선언문 사태에 대한 정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이로 인해 상처를 받았음에도 김 총무라는 ‘속죄염소’를 믿고 총회 준비에 참여했던 에큐메니칼 진영에게 계속 참여할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총무는 이 과정을 생략하려 하고 있다. 이는 에큐메니칼 진영에게 상당한 혼란과 상처를 동시에 안겨 주는 일이다. 이에 대해 김 총무는 ‘만일 김삼환 위원장과 함께 공동선언문 문제를 다시 거론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자신이 김 위원장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복귀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결정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공동 문서를 발표함으로써 김 상임위원장의 복귀 요구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 총무가 사태와 상황을 ‘정 반대로’ 해석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김 총무는 복귀가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도 이를 자신의 분명한 입장으로 발표하지 않고 실행위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그것도 현장에서 가타부타 분명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채 ‘아직 생각 중’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이는 어쩌면 김 총무 자신도 복귀의 ‘명분’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에 복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지금이라도 복귀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목표와 전략을 분명하게 수립하고 복귀를 선언해도 늦지 않다. 지금 김 총무의 복귀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쪽’은 오히려, ‘명분’과 ‘돈 문제’를 함께 챙겨야 하는 KHC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주변의 목소리에 떠밀리는’ 형식으로 은근슬쩍 복귀하고 넘어가는 것은 KHC의 ‘포위 작전’에 항복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전략도 이념도 없는 백기 투항’이라는 불만이 교회협 실무진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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