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이단해제 면죄부를 남발하며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키고 있다. 한기총은 17일 통일교와 전도관 교리를 혼합한 사상을 가르쳐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에 대해 ‘이단 해제’를 결의했다. 다락방 류광수 목사에 이어 또다시 이단 해제에 나선 한기총의 무차별적 행보에 교계 안팎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기총 실행위에서 특별위는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에 대해 '이단성 없다'고 보고했다. 실행위는 만장일치로 특별위 보고를 통과시켰다.ⓒ뉴스미션

“박윤식 이단성 없다…타 교단 이단 규정은 ‘조작’”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이하 한기총)는 17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중강당에서 제24-4차 실행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이건호 박사, 이하 특별위)는 과거 예장통합, 예장합동 등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바 있는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에 대해 이단성 여부를 재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특별위는 검증 보고서에서 “박윤식 목사의 신앙 및 신학사상을 철저히 검정한 결과, 박윤식 목사는 이단성이 없으며 그를 이단으로 규정한 기존의 발표는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장통합과 합동에서 박윤식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내용들은 대부분 조작된 것이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왜곡된 것들이었다”며 “박윤식 목사는 자신의 신학과 신앙 사상을 점점 발전시킨 결과 구속사 시리즈 9권을 발간하여 자신의 성경 중심적 개혁신학 사상을 밝히 드러냈다”고 치하했다.

그리고 홍재철 대표회장은 20여분 간 박윤식 목사 재심을 위한 특별위를 구성하게 된 경위와 과정을 길게 설명했다. 이어 즉시 회원들에게 가부를 물었으며, 특별위의 박윤식 목사 이단 해제 보고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부 실행위원 특별위 보고에 반발

하지만 특별위의 이같은 검증 발표에 몇몇 실행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합동보수 강창순 총회장은 “내가 박윤식 목사에 대한 이단 조사를 3년 넘게 했다. 특별위의 발표는 잘못된 발표다. 책이나 글로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진짜 문제는 신학 사상”이라고 반박했다.

한기총 이대위원인 김창수 목사도 “특별위를 구성하려면 이대위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절차상 문제가 많다. 나는 이대위원임에도 한 번도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홍재철 대표회장이 “그런 말은 하지마라”며 발언을 중단시켰다.

또 박윤식 목사에 대한 재심 요청에 따라 이단성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했다는 한기총 특별위 구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제기된다. 한기총 내부에 이대위가 존재함에도 불구, 임시총회 결의도 없이 외부 인사를 위원으로 영입해 특수 기관을 구성하고 단 며칠 만에 임원회와 실행위를 열어 이단 해제를 순식간에 통과시켰다는 지적이다.

김창수 목사는 “공청회나 전체모임 등의 절차를 전부 무시했다. 행정적으로는 신학박사보다 더 나은 목사님들이 많다. 이대위를 통해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대위 회칙에도 그런 내용이 있지 않은가” 반문했다.

이에 대해 홍재철 대표회장은 “목사님들이 이 문제를 다루면 편협해진다. 신학적으로 밝지 못하다. 제3자인 신학자에 의해 검증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강변했다. 

박윤식 목사 이단해제가 알려지자 한기총 대표회장을 세 번 역임한 길자연 목사도 17일 오전 교계 일간지에 성명을 내고, 한기총의 이단 해제와 관련 모든 한기총 공직 사임을 밝혔다.

길 목사는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연합 기관이지 이단의 해제를 주된 업무로 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한기총 소속 교단의 동의가 없이 한기총이 단독으로 이단을 해제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신앙과 신학적 입지를 뒤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이단 해제된 다락방과 이날 실행위에서 해제된 박윤식 목사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히며 “해제를 원할 시 한국교회와 각 교단의 합의하에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길 목사는 홍재철 대표회장의 취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런 성명을 내면서 한기총의 이단해제에 대해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특별위는 한기총 이대위와는 별도로 외부인사로 구성된 이단 조사 기관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뉴스미션

문광부 “정관 변경 허가 취소, 지금 정관은 모두 무효”

한편 이날 실행위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일 한기총 정관 변경 허가를 ‘직권 취소’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 논의가 있었다.

문광부는 한기총 정관 제39조(정관개정) 3항에 ‘전항의 정관 변경은 총회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하며 추후 행정적인 절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는다’라고 규정된 것과 부칙 44조 ‘개정 정관은 임시총회에서 의결된 즉시 시행한다’는 조항이 잘못됐다며 기존에 정관 변경을 허가한 것을 직권 취소했다.

위 정관 내용은 민법 제42조 2항에서 ‘주무관청 허가가 없으면 정관변경 효력이 없다’는 규정과 정면 충돌한다. 때문에 문광부는 주무관청 허가 없이도 정관 효력이 ‘즉시’ 발생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한기총 정관 39조와 44조 내용이 ‘무효’임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홍재철 대표회장이 임기 연임을 위해 지난 해 10월 개정한 정관부터 이후 정관 모두 법적으로는 현재 효력이 없게 됐다.

문광부 이동희 행정사무관은 이와 관련해 “정관 변경 허가를 직권 취소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2011년 7월 7일 정관이 유일한 합법적 정관”이라고 설명했다. 단, “지난 2년 간 홍재철 목사의 대표회장직 수행과 결의는 유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광부의 이같은 결정으로, 당장 홍재철 대표회장의 연임 시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표회장 임기를 ‘2년 단임’에서 ‘2년 연임’으로 바꾼 정관 개정안이 내년 1월 한기총 정기총회 일자까지 문광부 허가를 받지 못하면 대표회장 후보 출마조차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이에 따라 이날 실행위에서 이날 정관 39조를 ‘전항의 정관 변경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는다’로 개정하고, 부칙 44조는 ‘삭제’하는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한편, 문광부에 다시 허가 신청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문광부 내 조율이 필요하고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어 1월 정기총회까지 주시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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