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현행 소득세법 체계 내에서 종교인 과세를 하기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에 따라 수차례 세목 변경을 시도하면서 원천징수를 자진 신고·납부로, 가산세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종교인 개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배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소득세법상‘종교인 소득’을 따로 신설하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15년 새해예산안을 법정처리시한인 12월 2일 전까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새누리당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도있게 심의를 하자는 야당의 주장이 첨예하게 마주치는 가운데 여론의 추이와 관련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충분히 하자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종교인 과세 문제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몰라도 갑작스럽게 부상하였다. 2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종교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종교인 과세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세법을 다루는 자리에 각 종교계에 속하는 세무사 등 전문가들의 참여가 배제되고 종교인들만 초청하여 의견을 청취한 것이다. 이것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데 있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 공무원연금개혁에서 보듯이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고 당사자들의 정체성 훼손은 물론이고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커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인 과세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지난 4월 11일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와 한국교회’란 공청회를 한국기독공공정책개발연구원 주관으로 개최한바 있다. 그 자리에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함께 개진되었고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정부와 전문가 그룹의 정례 모임을 제안한 바 있었다.

이번 국회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새누리당 단독으로 종교인 과세방안을 계속 심의하며 밀어붙이는 모습은 종교인들을 마치 세수부족을 메우는 대상이나 지하경제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여 그 의도가 불순하게 여겨진다.

특히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의 법제화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조세소위가 심사 중인 세입예산 부수 법안과 함께 처리하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부가 오랫동안 종교인들에게 과세를 하지 않았던 것은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세금을 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자진 납세를 실천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다.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자발적 납부운동에 참여케 하여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 기독교 55개 교단의 의견이다. 정부는 자진납부운동이 확산되도록 종교계를 북돋아줘야 하고 종교인과세를 명분으로 종교의 고유 영역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의혹도 불식시켜야 한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시행을 미리 결정하고 강행 할 사안이 아니다. 종교계의 자발적 실천을 통하여 성직에 대한 높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납세의무를 지켜 나가도록 명분을 쌓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종교계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는데 시간이 필요함을 정부는 인정하고 지켜보아야 한다. 한국 교회도 종교인 과세 문제를 계기로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목회자들의 시대적 사명이 더욱 엄중해지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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