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사학도가 한국기독교를 정면으로 비판한 책을 출간했다. 책에는 식민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기독교의 치부를 담아냈다.
 
강성호 작가는 <한국기독교 흑역사>를 통해 '제도화된 기독교'가 어떻게 본질을 잃어버리는지를 집중 추적했다.
 
▲3일 새물결아카데미에서 <한국기독교 흑역사>를 출간한 강성호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뉴스미션
 
1차 사료로 살펴보는 한국기독교의 '흑역사'
 
한국기독교의 '흑역사'라는 도발적인 제목이 눈에 띈다. 교육과 인권, 의료 등 많은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기독교가 저지른 잘못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강성호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권력에 아부했던 교회 지도자들의 치부를 밝히고, 기독교가 왜 '개독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는지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의 부제인 '열두 가지 주제로 보는 한국개신교 스캔들'에서도 느껴지듯이 근ㆍ현대사 속에서 나타난 한국기독교의 과오를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막 대학원에 입학한 2007년이었을 거에요. 한국 개신교의 추문을 집약적으로 보게 됐죠. 개신교가 공헌한 부분도 적지 않을 텐데, 왜 긍정적인 부분은 보여주지 못하고 어두운 부분이 부각되는지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문제의 기원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한국기독교의 흑역사가 기존에 출간된 비판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풍성한 1차 사료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요청하고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자료를 발굴하는 등 공들여 수집한 사료를 비판의 근거로 삼았다.
 
국가조찬기도회를 시작한 김준곤 목사가 총재로 있던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구 러시아 공관을 얻게 된 과정이 담긴 문서를 발견한 것도 이런 노력 끝에 가능했다.

또 장로교 총회장을 지낸 전필순 목사가 과거에는 '친일목사'로 불렸다가 사후에는 '독립운동가'로 둔갑한 사실도 책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한 신학도서관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50년대 기독교 신문을 발굴한 적이 있어요. 그 자료로 50년대 당시 부정선거에 협력한 기독교의 실상을 보여줄 수 있었죠.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신청한 경우도 있었는데, 몇 백장에 달하는 자료를 살펴보다가 CCC 관련 공문서도 찾을 수 있었어요."
 
▲조선일보는 1949년 3월 12일자 신문에서는 반민특위에 검거된 전필순 목사의 기사를 내보냈다.ⓒ뉴스미션
 
"한국기독교 과오 회개하는 '죄책고백' 나와야"
 
책은 크게 △식민지 경험과 한국기독교 △한국기독교의 왜곡된 정치 참여 △한국기독교의 사회적 추문 등 3부로 구성됐다. 일제 협력, 민간인 학살, 부정선거 등에 가담한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의 모습을 추적했다.
 
"책을 집필하는 내내 붙잡았던 문제의식이 있다면, '제도화된 기독교'였어요. 어떤 신앙공동체든 제도화되고 조직화되는 순간 신앙의 동력이 상실되죠. 그리고 윤리와 역사의식이 실종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기독교 역시 제도적 교회를 지키기 위해 불의와 타협해 본질을 놓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강 작가는 한국전쟁 직후 민간인 학살에 가담한 기독교인들을 한국기독교의 가장 큰 스캔들로 꼽았다.
 
"전쟁을 전후해 기독교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에 앞장섰어요. 이 사람들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는커녕 회개하지도 않았습니다. 한국기독교의 천박한 회개신학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애써 부끄러운 과거를 기억하려는 이유가 있다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강 작가는 한국기독교가 저지른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피해야 할지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썼어요. 한국기독교의 과오를 총체적으로 반성하는 죄책고백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요즘 기독교가 혐오의 종교로 부상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독교인들이 타자에 대한 포용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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