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ㆍ박영효ㆍ서재필과 함께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화파의 거두 서광범(1859~1897)이 번역한 요한복음 3장 16절 원고가 발굴됐다. '현존하는 한국인이 번역한 가장 오래된 성경번역 원고'로 추정되며, 개화파와 기독교의 연관성을 알려줄 단서로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개화파 서광범이 번역한 요한복음 3장 16절. 한국인이 번역한 성경 원고로는 가장 오래됐다.ⓒ뉴스미션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성경번역 원고
 
최초의 한글 성경은 존 로스 선교사에 의해 1882년 출간됐다. 한국인이 번역한 최초의 성경은 1885년 2월 출간된 이수정의 마가복음으로 알려졌지만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서광범의 친필 원고는 <한국: 은둔의 나라>, <한국의 안팎>을 저술한 동양학자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 목사의 컬렉션에 담긴 것으로, 총신대 박용규 교수(한국기독교사연구소 소장)가 미국 뉴저지 러커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 고문서실에서 발굴했다.
 
박용규 교수는 "비록 요한복음 3장 16절 한 구절에 불과하지만 현존하는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성경번역 원고"라며 "개화파와 기독교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883년 6월 고종이 미국으로 파견단 사절단인 보빙사의 일원이었던 서광범은 이 무렵 그리피스 목사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1884년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으로 망명을 떠난 서광범은 조선 선교를 준비 중이던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친분을 쌓는다. 언더우드는 자신의 형인 존 언더우드(미국 북장로교 해외선교부 이사)에게 편지까지 써주며 서광범의 미국 정착을 도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서광범이 성경을 번역한 것은 그가 미국에 도착한 1885년 6월 이후인 7~8월경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서광범이 미국에 도착한 시기와 시기별로 정리된 그리피스 컬렉션을 통해 성경을 번역한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며 그리피스 박사의 요청에 의해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 정착한 서광범은 세례를 받고 1894년까지 워싱턴에 위친한 웨슬리교회라는 감리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했다. 또 선교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감옥에 갇힌 가족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가르쳐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교회를 다니면서도 신지협회라는 불교계 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불교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은 그의 성경 번역에도 드러난다.
 
"하나님이 이렇게 세상을 사랑하시는 고로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내려 보내서 세상의 모든 사람을 옳은 말로 인도하여 지옥의 괴로움을 면하고 반대로 극락세계로 인도함을 미리 알려주시니라. (요3:16, 서광범 역)"
 
박 교수는 "서광범은 영생을 얻는다는 사실을 극락세계로 올라가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기독교 신앙을 가진 초기에 번역했거나 여전히 불교적인 용어와 시각을 가지고 기독교를 이해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 구절의 성구 번역을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초기 번역 과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임에는 틀림없다"며 "서광범의 번역은 당시 기독교 용어를 이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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