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25 한국전쟁이 66주년을 맞은 가운데, 오늘날 극심해진 노년층과 청년층 간 세대 갈등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은 노인 세대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연구팀이 238명의 한국전쟁 체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년층은 내면에 경험과 기억의 수준을 넘어 한국전쟁이 '신념'이자 '시대정신'으로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노인 세대의 대표적 신념은 '결국 힘없는 사람이 당하므로 생존하려면 힘을 가져야 하고 '빽'(배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체험자들은 '돈이 없어 피난을 못 가고 억울하게 전쟁을 겪었다'는 인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부자에 대한 원망과 질타의 형태를 갖지만 사실 힘없는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분석됐다.

노년층은 이밖에도 '전쟁을 겪어야 세상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전쟁이란 총 쏘기가 아니라 먹고 살아감의 문제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가까운 사람이 더 무섭다', '어려울 때 도우면 평생 힘이 된다' 등의 경험적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전쟁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가까운 사람을 인민군에게 잃은 전쟁 체험 세대에게 북한은 그저 적으로 인식된다. 북한에 전향적 시각을 갖는 청년층이나 정치인의 언행이 단지 '이적행위'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노인 세대가 체험을 통해 몸에 새긴 이 무거운 신념은 우리 사회를 움직인 경험과 정신"이라며 "후세대가 고루하다며 밀치기에 앞서 포용적인 태도로 그 맥락과 의미를 짚어야 옳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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