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브렉시트의 충격

최근 브렉시트의 여파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브렉시트란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말이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일컫는 그렉시트(Grexit)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됨에 따라 온 유럽이 당황해하고 있고 그 여파는 우리나라에까지 미치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가 급등하면서 국가 재정 악화를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주가 폭락 스트레스로 70대 노인이 돌연사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브렉시트 여론은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촉발됐다고 본다. EU의 재정 악화가 심화되자 영국이 내야 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졌고, 이에 영국 보수당을 중심으로 EU 잔류 반대 움직임이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취업 목적의 이민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2015년 말 시리아 등으로부터의 난민 유입이 계속되자 EU 탈퇴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됐다. EU에서는 인도주의적으로 난민 수용을 요구하는데 무상의료 혜택 등의 복지가 뛰어난 영국에서 난민은 놀고 먹으며 자국민들이 낸 국가 세금으로 혜택 받고 자국민의 부담은 늘어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실업률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자 영국 내 장년층과 저소득층의 불만이 높아진 것이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하고 범세계화의 영향으로 외국인의 유입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것이 자국 내에 여러 가지 갈등 상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유럽을 표방하며 유럽 공동체를 추구했지만, 경제력이 높은 국가의 부담이 커진 데 대한 압력을 떨치기 어려워 결국 브렉시트 찬성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공동체에 대한 가치보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시되었다는 것이고 이것이 전세계적인 극우 움직임과 맞물릴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이미 영국에서는 외국인 차별과 혐오 범죄가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대선에서도 극우 발언을 서슴치 않는 트럼프 후보가 의외의 지지를 얻고 있어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캐나다로 탈출성 이민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는 그저 흘려보낼 내용이 아닌 것이다.

다문화 사회의 문제

이것은 외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역시 2007년에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백만 명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백만이라는 인구는 한국 전체 인구에 비하면 2.2%에 불과한 적은 수치이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수천 년 동안 단일민족이라고 여겨왔던 것을 생각하면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불과 십여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그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특징을 띄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외국인 수는 2.2%가 더 증가하여 2015년 말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90만 명으로 우리나라는 빠르게 다출신국이자 다인종사회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근거로, 2020년 경에는 20%에 육박하는 700~800만 명 정도의 이주민이 한국에 살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도 이제 서구 국가들에서만 논의되었던 다문화·다인종 문제를 사회 현상의 주요한 변화 중의 하나로 논의하게 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되었고,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순수 혈통의 단일민족이라는 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외국인이 밀려들어오고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이들과 부닥치게 되었을 때 예기치 않았던 여러 가지 갈등 요소가 수면 위로 떠올라 우리 사회를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외국인들에게 적대감을 표시하는 단체들이 등장하여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수천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고 최근에는 외부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무분별한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외국인 범죄를 증가시키고 있고 외국인에 대한 우대 정책 때문에 오히려 내국인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도 외국에 나가면 똑같은 입장에 처하게 되고, 실제로는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 범죄율보다 높지 않으며 외국인 때문에 내국인이 차별을 받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들의 주장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우리 사회의 약자인 이주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해소하려는 측면이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주민들은 다문화 가정을 특별하게 대하는 차별정책보다는 다문화 가정도 여느 한국 가정의 하나로 대하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전쟁 이후에 출생한 다수의 혼혈아들을 외국으로 입양시킨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외 입양으로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까지 갖게 되었으나 본래는 전쟁고아들 중에 특히 혼혈아들에 대한 차별과 냉대가 심해 그들을 외국으로 입양보내기 시작한 것이 해외 입양의 시초였던 것이다. 이러한 좋지 않은 역사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다문화 가정을 품을 수 있는 사회적 포용성을 길러야 할 것이다. 더구나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국민 영웅시 하면서도 우리나라에 돈 벌러 오는 외국인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은 이율배반에 다름 아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문화 사회에 걸맞은 시민 교육이다. 반만년 역사 동안 단일 민족을 지켜왔다고 자랑처럼 학교에서 가르쳐왔던 한국 사회는 공동체의 성격이 변화하는 데 대해서 사회적·교육적 차원에서 대비를 해야한다. 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정책적이고 법적인 문제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각 개인이 외국인 또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와 함께 어떻게 갈등 없이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문화 사회에서 바람직한 시민의 자질을 갖추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교계에서는 최근에 다문화 사회에 관심을 갖고 ‘다문화 사역’ 또는 ‘다문화 선교’라는 이름으로 교회의 역할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다. 현재 많은 대형 교회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나 국제결혼 가족을 위한 다문화 관련 부서를 갖추고 여러 가지 다문화 사역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다문화 사역만을 위해 교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어 교회 이름 자체가 다문화 교회인 경우도 생기고 있다. 다문화 사역에서는 무엇보다도 타문화와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들과 함께 공동체 사회를 이루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그들의 어려움에 동참하여야 한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무시당하거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주민들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국내 기독교인들이 이주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교회 안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교회는 성심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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