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개를 물었다.’ 언론의 보도 기사 가치평가에서 흔히 의외성으로 인한 사건의 주목도를
 ▲김명전 대표이사
고려할 때 쓰는 말이다.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가 한국 자동차의 품질을 평가한 기사의 키워드로 이 비유를 인용했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가 품질지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만큼 한국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싸구려에 저품질의 차로 각인되어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JD파워는 매년 세계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새로 출시한 차를 대상으로 ‘신차품질지수(IQS)’를 조사한다. 2016년, 한국 차가 세계의 명차들을 제치고 품질 세계1위로 평가받았다. 기아차가 1위, 현대차가 3위에 오른 성과를 거두었다. 그들이 보기엔 놀라운 결과다.

IQS 조사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 출시된 세계의 유력 자동차 33개 브랜드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인 중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새 차를 구입해 3개 월 이상 보유한 2만 명을 선정해 233개 부문을 질문했다. 자동차 100대 당 몇 가지의 문제가 있는지 조사해 점수로 평가한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 자동차로 평가받는다.

1위는 기아차로 83점을 받았다. 2위 독일의 포르쉐(84점), 3위는 현대차로 86점을 받았다. 4위 일본의 도요타(93점), 5위는 독일의 BMW(94점)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전체 25개 차종에 대한 등급평가에서도 11개 차종이 상위 3위안에 올랐다. 고급차가 아닌 일반차가 JD파워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1989년 일본 도요타 이후 27년 만이다.

현대·기아차의 극적인 변신은 1998년 JD파워 조사에서 꼴찌를 차지하면서 부터다. 절치부심(切齒腐心) 18년 만의 대변신이다. 현대·기아 자동차의 최고 경영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품질경영에서 부터 출발했다.

연구개발과 생산 이라는 정형화된 프로세스로는 품질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품질이라는 기본중의 기본을 한 차원 높은 상위의 개념에 두고 리더십을 집중한 성과이다. 신기술, 새 디자인 모두가 품질 향상을 전제로 했다. 품질이 확보되지 않는 기술은 위험하다. 흉기나 다름없다. 자동차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품질을 간과한 디자인은 그럴듯하게 포장만 바꾼 고철덩이 자동차나 다름없다.

현대자동차는 1967년 코티나와 포드를 생산하면서 시작했다. 창사 50년을 앞두고 품질로 정상에 오른 경이적인 세계1등 기록을 세웠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 태양, 수소 등 연료의 혁신적인 진보에 이어 IT를 결합 한 미래형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곧 인공지능(AI)까지 겸비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자동차는 움직이는 사무실을 넘어 어떤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갈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시 유목의 시대 주거 개념이 신기술로 되살아나게 될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활 및 주거, 사무공간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시점,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자동차의 품질 1위는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좋아할 겨를이 없다. 이미 과거의 평가라는 데에 유념해야 한다. 이 순간도 경쟁사의 자동차들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앞질러 가고 있는지 경계하고 알아야 한다. 한국의 대표자동차 현대·기아의 비전은 과거가 아닌 미래의 기술과 품질을 겨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내일신문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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