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도 혼란 가중…서비스센터 문의 쇄도
"'항균'은 이제 잃어버린 말"…가전 전반 불신 퍼질까 우려


유해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린(OIT)이 함유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항균 필터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달 전 언론보도로 시작된 사태가 환경부의 공식 조사 결과 이후에도 국정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확산하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문제의 필터를 공급받아 제품에 적용한 가전업체들도 속을 끓이고 있다.

◇ 서비스센터 문의 쇄도…"차라리 안쓰겠다"는 이들도

2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 서비스센터에는 최근 며칠간 필터를 교체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 번에 많은 교체 요청이 몰리면서 길게는 몇 주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의 필터와는 관계가 없는 제품을 교체해달라는 요구도 있어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22일 환경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OIT 함유 항균 필터가 사용된 기기명' 공지글의 조회 수는 이날까지 15만 명을 넘었다. 부처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와 확인하는 수고를 감수하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여실히 보여준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부 지모(56·여)씨는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아예 에어컨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는 "한쪽에 밀어놨던 선풍기를 다시 꺼내 쓰고 있다"며 "정부도, 업체들도 이젠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공기청정기를 즐겨 사용했다는 주부 김모(35·여)씨도 "한동안은 공기청정기를 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부는 20일 OIT 항균필터 위해성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일반인이 확인하기 힘든 필터 모델명을 공개해 원성을 들었다.

이틀 만에 전자제품 모델명을 추가 공개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엉뚱한 제품을 넣는 등 오류를 연발해 혼란을 키웠다.

필터 제조사인 3M이 정부에 제출한 공급 업체 내역 자료에 의존한 채 개별 업체에 교차 확인을 하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

또 항균 필터가 '위해하다'는 것만 확인했지, 위해성 정도는 규명하지 않았다.

◇ "'항균'은 이제 잃어버린 말"…전자제품 전반에 불신 커질까 걱정

"이제 '항균'은 잃어버린 말이 됐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이렇게 정의했다.

몇 년 전부터 메르스, 사스 등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가전업체들은 항균 기능을 적극 채용하며 마케팅에도 활용해왔다.

업체들은 이제 "믿을만한 브랜드라 3M 제품을 썼던 건데, 우리도 위해성 여부는 몰랐다"고 말한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며 분위기를 관망하고 있다.

대다수 업체는 한 달 전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해당 필터 무상교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재 성수기에 있는 에어컨 시장이 대상이다.

중부지방에서 열대야가 시작하는 등 성수기인 8월 초까지 에어컨 주문량이 한창 몰릴 때이지만 안전에 의구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구매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황사·미세먼지로 급성장해 올해는 전체 매출 1조원까지 내다봤던 공기청정기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이달부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사면 구매가격의 10%를 돌려주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매출이 급증했지만,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한 중견 가전업체 관계자는 "이달 들어 '고효율 인센티브 지원책'으로 전반적인 제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며칠 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근본적으로는 기업 이미지 타격이 큰데 적극적으로 뭘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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