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 (합뉴스 자료사진)

본인 금융내역 자료 요청하며 친·인척 계좌는 빠뜨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4월 진경준(49·구속)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할 당시 친인척 금융거래 내역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진 검사장이 넥슨측에서 무상으로 주식을 받은 사실은 검찰의 친인척 계좌추적 과정에서 포착돼 검찰 68년 역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으로 이어졌다.

윤리위가 고위공직자 재산 검증을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부실 검증으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는 올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넥슨 비상장 주식 매각으로 120억원대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4월 초 진 검사장의 재산증식 전반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

윤리위는 당시 진 검사장 의혹을 최우선으로 원점에서 재검증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진 검사장이 애초 2005년 넥슨 주식을 매입할 때 들인 4억여원의 출처부터 논란이 됐던 만큼 진 검사장 본인과 주변 계좌를 확인하는 일이 핵심 과제였다.

하지만 윤리위는 금융기관에 진 검사장 금융거래 자료를 요구하면서 친인척의 계좌는 제외했다.

공직자윤리법 제8조는 공직자 재산 검증을 위해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에 금융거래 내용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법원의 영장 없이도 특정인 계좌를 열어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법 조문엔 계좌 조회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지만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재산등록 의무자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윤리위는 조사에 들어간 지 한달여 만인 5월 진 검사장이 거짓 소명했다는 점만 지적하며 검증 절차를 끝냈다.

진 검사장이 애초 주식 매입 대금 출처와 관련해 자신이 갖고 있던 돈 또는 장모한테 빌린 돈 등으로 소명했으나 조사 결과 '넥슨에서 대여한 돈'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진 검사장 계좌를 보니 주식 매입 전 넥슨에서 4억여원을 빌리고 몇 개월 후 갚은 기록이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하지만 그가 빌렸다는 돈이 실제론 넥슨에서 무상 지급받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검찰은 진 검사장 고발 사건을 수사하던 중 그의 장모와 친모 계좌로 넥슨 측 자금이 2억여원씩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이달 초 특임검사팀 구성과 뇌물수수 혐의에 따른 진 검사장 구속의 단초가 됐다.

윤리위가 재산 검증 당시 권한대로 친인척 계좌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봤다면 이후 진상 규명이 한층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 규정상 장모는 그렇다 쳐도 친모는 계좌를 열어보고 수상한 자금이 있을 땐 직접 불러 소명을 받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리위는 통상 당사자 제출자료를 토대로 재산 검증을 하는데 진 검사장의 경우 이례적으로 직접 금융기관에 본인 계좌 자료를 요청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증을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도 왜 기본적인 친인척 계좌는 조사 대상에서 빠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리위는 "금융거래 내역 조회는 재산등록 대상자에 한해 필요할 경우에 하는 것인데 진 검사장 장모는 대상이 아니고 친모는 대상이긴 하나 고지거부를 해 계좌를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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