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장기판·나막신 등 생활용품도 공개

 1323년 중국 저장(浙江)성 경원(慶元, 오늘날 닝보)에서 일본 하카타(博多, 오늘날 후쿠오카)로 향하던 배가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 침몰했다.

길이 34m, 폭 11m, 높이 8m인 이 배에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도자기와 동전, 금속 공예품, 칠기, 자단목 등이 실려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서해안의 개펄에 파묻힌 선체와 교역품은 650여 년의 깊은 잠에 빠졌다.

14세기 중국 무역선의 잠을 깨운 것은 1975년 어부의 그물에 걸린 중국 도자기 6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부터 수중발굴이 시작됐고, 10여 차례의 조사를 통해 1984년까지 유물 2만4천여 점과 28t 무게의 동전 800만개가 나왔다.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가 된 배에는 '신안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신안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신안선 유물 2만200여점과 동전 1t, 중국과 일본의 유물 60여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26일부터 연다.

전시 개막에 앞서 25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그간 5%만 공개된 신안선 유물의 전모를 보여주는 자리"라면서 "박물관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유물을 진열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3부로 구성된 전시에서 1부는 일본 상류층의 문화적 취향을 알 수 있는 유물이 전시된다. 다도, 꽃꽂이, 향 피우기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도자기들을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일본 가마쿠라 막부의 권력자와 상급 무사는 자신의 거처를 중국제 물건으로 장식하고 싶어했다"면서 "일본 사람들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차를 즐겨 마시고 꽃꽂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2부는 신안선이 출발한 경원 항을 중심으로 한 교역 활동과 신안선 선원들의 선상 생활을 조명한다. 신안선에서 나온 목간과 인장, 글자가 새겨진 저울추 등이 공개된다.

특히 300여점의 신안선 목간에는 화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겼는데, 이를 통해 중국 경원에서 1322년 4월 22일부터 6월 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하카타와 교토에 보낼 짐이 선적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선원들의 생활용품으로는 최고(最古)의 일본식 장기판(가로, 세로 각 15줄)을 비롯해 일본식 장기말, 붉은 칠을 한 그릇, 나막신 등이 전시된다. 박물관은 이들 용품이 신안선에 일본인 선원이 탑승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3부에는 신안선 유물이 모두 출동해 장관을 연출한다. 14㎏씩 담긴 동전 꾸러미 약 70개와 신안선 유물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 도자기들이 넓은 공간에 펼쳐진다.

또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서 고급 가구나 불상을 만드는 데 사용된 자단목, 정향과 후추 같은 향신료, 각종 약재도 살펴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유물의 양이 워낙 많아 하나씩 정리하고 전시하느라 매우 힘들었다"면서 "신안선 유물을 거의 모두 보여주는 전시는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안선 유물을 보면 당시 동아시아 삼국의 교역 규모가 상당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삼국의 관계가 밀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은 "비록 전시 기간은 짧지만, 신안선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관람하면 좋을 것"이라며 "이번 특별전이 신안선 연구가 활성화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9월 4일까지 열리며, 10월 25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는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