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는 김영란법은 시행령 확정과 매뉴얼 마련 등 후속 작업을 거쳐 오는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법을 적용 받게 될 이들이 4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나라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진행됐다.(연합뉴스 제공)

핵심 쟁점 모두 '합헌' 판결…오는 9월 28일 시행
 
헌법재판소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4개 쟁점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인을 적용대상에 포함한 점 △배우자도 접대나 금품을 받으면 자진 신고를 해야 한다는 점 △식사 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등 상한액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명시한 점 △김영란법에서 말하는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헌재는 이날 법 적용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규정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라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배우자가 법이 금지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법 적용 대상자가 이를 신고하도록 한 조항 역시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 조항과 제재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강의 사례금의 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정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합헌으로 판정했다. 재판부는 "외부 강의 등의 사례금이나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와 선물, 음식물 등의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으므로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과 규제 행위 유형이 명확한지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형법 등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으며, 입법 과정에서 직접 개념을 정의하는 대신 14개 분야의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요건을 상세히 규정하게 돼 명확성이 인정된다는 것.
 
"일시적 어려움 있겠지만 부패 관행 방치할 수 없어"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권력이 법을 남용할 것을 두려워해 사학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도 있으나, 이러한 염려나 제약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이 부정청탁 금지조항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은 지난 2012년 8월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영란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석좌)에 의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란 이름으로 처음 발의됐다. 이후 처벌 조항 및 제재 대상이 추가 되는 등 몇 차례 수정을 거쳐 지난해 국회에서 공포됐고, 올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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