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 청년 1인 가구 주거 빈곤율은 36.3%로 전국 주거 빈곤율(14.8%)보다 2배 이상 높다. 서울에만 229만 명의 청년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청년 주거 빈곤’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 도움을 보태기 위해 집을 공유하는 목회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일산의 작은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는 박인성 목사는 “청년들이 주거비 마련에 쏟을 에너지를 다른 유익한 곳에 쓰기 바란다”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청년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위치한 '셰어하우스'는 17평 방 2칸에 총 4명이 거주할 수 있다.ⓒ뉴스미션

청년 주거 공간 ‘셰어하우스’…“사랑 나누는 공동체 되길”
 
셰어하우스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제공하는 사역이다. 박인성 목사는 지방에서 상경한 큰아들의 친구들이 먹고 자는 문제를 고민하는 걸 직접 목격하면서 집을 공유하는 사역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은 특히 기숙사비가 비싸잖아요. 그곳에 못 들어간 청년들이 비싼 값으로 허름한 원룸, 고시텔을 전전하는 걸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때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충분히 생활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부모의 마음으로 작은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청년들을 돕겠단 생각으로 막연하게 시작한 셰어하우스 사역. 하지만 사역을 진행하기 위해선 먼저 집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당장 방을 구할만한 목돈이 없는 상황에서 답답해하던 차에 박 목사에게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서울 북아현동 지역에서 임대업을 하던 모 권사가 17평 방 2칸짜리 집을 선뜻 내준 것이다.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을 거예요. 근처에 대학이 많아서 월세 내놓으면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얼굴도 모르는 청년들을 위해 후원하신 겁니다. 정말 하나님이 돕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셰어하우스는 2인 1실로 마련돼 총 4명이 거주할 수 있다. 편의를 위해 침대와 책상,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밥솥 등 필요물품을 새로 구입해 비치했다. 특별히 도배, 장판 등 인테리어도 깨끗하게 바꿨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0만 원. 주변 원룸 월세가 평균 42만 원인 이 지역에서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박 목사는 내 아들이 거주할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직접 구슬땀을 흘리며 집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작지만 귀한 손길로 도움을 주셨어요. 월세가 저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만 꾸며놔도 사람들이 흉보진 않겠지만, 내 자녀가 살 집이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대충 넘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공사를 모두 마친 후 지인들을 초대했더니 ‘이 정도면 꽤 훌륭한 주거공간’이라며 칭찬하기도 했어요.”
 
박인성 목사는 꿈과 도전을 심어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을 거쳐 갈 많은 청년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진취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었다. 또한 ‘셰어하우스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랑을 나눠주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단 바람도 전했다.
 
“여기에 청년들이 들어오면 이렇게 말해줄 생각이에요. ‘여기서 받은 은혜를 나에게 돌려주려 하지 마라. 대신, 너희의 후배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이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청년 4명이 이곳에서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면 작은 다툼도 일어나겠지만, 나중에는 서로의 장례식장에도 찾아갈 만큼 친한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도시락 톡' 사역. 매주 두 차례 대학을 돌며 학생들에게 '엄마 밥'을 제공하고 있다.ⓒ뉴스미션

‘엄마 밥’ 그리운 학생에 점심밥 제공하는 ‘도시락 톡’
 
박 목사는 셰어하우스 외에도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연세대학교 학생들에게 직접 점심밥을 지어 제공하는 ‘도시락 톡’ 사역을 함께하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나 ‘엄마가 해준 밥이 그리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 톡’은 타지에서 고생하는 아들, 딸들을 위로하는 제2의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락 톡이나 셰어하우스 모두 결국엔 마음을 위로하는 사역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몰라요. 인내와 근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매일매일 경쟁 속에서 살다 보면 자연스레 지칠 때가 많겠죠. 저는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향해 따끔한 충고를 하기보다 먼저 위로를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얼마전 박 목사는 ‘도시락 톡’과 ‘셰어하우스’ 사역을 비영리 단체로 등록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청년들을 돕기 위해서다. 박 목사는 비영리 단체를 통해 청년 사역을 전국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을 갖고 있었다.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있다면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에서 밥을 제공하고 싶어요. 대학 주변 교회들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비영리 단체로 등록하고 나니 조금씩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 후원금을 모아서 셰어하우스 2호점도 조만간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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