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 온 교회가 있다. 경북 봉화에 위치한 척곡교회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109년 된 척곡교회는 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교회로, GOODTV 선교방송 회원교회이기도 하다.
 
최근엔 수년간 담임목회자 없이 고령의 노장로가 교회를 이끌고 있단 소식이 GOODTV를 통해 보도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추석 특별기획으로 ‘한국교회의 뿌리’인 척곡교회 현장을 찾아,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생생하고 흥미로운 역사를 취재했다.
 
▲109년 역사를 지닌 봉화 척곡교회는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군을 돕는 민족교회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교회 건물은 현재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뉴스미션

109년 역사 척곡교회…92세 노장로가 이끌어
 
경상북도 봉화군 법전면 척곡리. 산골 마을을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작은 교회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109년 역사를 지닌 척곡교회다. 한국선교 초기 언더우드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접한 고 김종숙 목사가 세운 척곡교회는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군들의 자금을 대주고 피난처 역할을 하는 민족교회였다.
 
“김종숙 목사의 동생인 김종옥 장로는 독립군 자금을 모아 만주의 용정 쪽으로 송금하는 역할을 했어요. 그러다 1910년 경술국치일이 되고부터는 일제의 억압이 심해져서 만주에서 은둔 생활을 하기도 했죠. 척곡교회 창립자인 김종숙 목사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투옥돼 해방 다음 날인 1945년 8월 16일 새벽에 출옥했어요.”
 
척곡교회의 역사가 GOODTV를 통해 알려지면서 찾아오는 손님도 부쩍 늘었다. 지역 목회자들과 함께 교회를 한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희준 목사는 딸과 사위, 손녀까지 온 가족을 이끌고 교회를 다시 찾았다. 김영성 장로는 이렇게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직접 교회의 역사를 들려주며 척곡교회를 보존해야 할 의미를 전하고 있다.
 
이러한 김영성 장로의 헌신에 대해 한희준 목사는 “연세가 많으신데도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한 모습으로 복음과 나라 사랑 정신을 전하시는 모습에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영성 장로의 부인인 안난희(87) 권사는 내조를 통해 김 장로의 사역을 돕고 있다. 2년 전부터 허리가 굽어 방바닥은커녕 의자에 앉기도 힘이 들지만, 이 또한 하나님의 계획 하심이라고 생각하며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장로님 뒷받침하는 게 힘이 들 때도 있어요. 이제는 나이도 많아 봉화 땅을 떠났으면 하는데 ‘그래도 사명이라면 감당해야지’ 하는 생각에 매일 회개기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척곡교회,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
 
▲척곡교회 김영성 장로.ⓒ뉴스미션

14년 전 고향 땅 봉화로 들어온 김영성 장로 부부. 당시 척곡교회는 성도 몇 명이 주일 오전 예배만 드리고 떠나는 건물에 불과했다. 마치 폐가처럼 잡초가 무성하고 교회 물품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나뒹굴고 있었다. 김 장로는 손수 교회를 정리하면서 ‘100년이 넘은 역사의 척곡교회를 문화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으로 ‘척곡교회를 잊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당시 저는 인천에서 학교 교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는데, 도통 그 시골 마을로 왜 다시 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죠. 그렇게 억지로 척곡교회를 찾았을 땐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어요. 그때도 78세의 고령이었기 때문에 ‘내가 죽은 후에도 척곡교회를 유지하려면 국가의 힘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문화재 등록을 신청했죠”
 
교회를 문화재로 등록하고 김 장로에게 남은 사명은 담임 교역자를 청빙하는 일이다. 아직 목회자를 모실 사례비나 사택 등이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에는 노회 소속 여 전도사가 담임 교역자로 오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 장로는 교회를 돌보는 사역뿐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교인들을 직접 심방하는 일도 하고 있다. 대부분 노환으로 쓰러진 분들이어서 심방 갈 때마다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라고 권면한다.
 
“교인 중에 두 분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여든둘, 여든아홉의 고령이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길 바라진 못하지만, 임종 시에도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누워있는 교인들의 손을 꼭 붙잡고 구원의 확신을 묻기도 하고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전합니다.”
 
▲척곡교회는 김영성 장로 부부를 포함해 총 7가정이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 교회 근처 법전초등학교에 다니는 10명의 아이들도 예배에 참여한다.ⓒ뉴스미션

“한국기독교 역사 담은 척곡교회, 더욱 발전하길”
 
척곡교회에는 현재 김영성 장로 부부를 포함해 총 일곱 가정이 출석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오십 대 젊은 집사 두 가정이 오면서 교회도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성도들의 자녀들도 함께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린다.
 
홍성진 집사는 “고령의 장로님 부부가 교회 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모습에 감동해서 이 교회를 출석하게 됐다”며 “척곡교회의 역사를 이어가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는 점이 보람된다”고 말했다.
 
김영성 장로는 매주 수요예배에서 직접 설교를 전한다. 처음에는 주일예배 설교도 김 장로가 준비했지만, 예장통합 영주노회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두 교역자가 순회하며 주일예배를 섬기고 있다.
 
“신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 행여나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수십 년간 들었던 설교 말씀을 토대로 성도들에게 전하고 있어요. 어릴 적 우연히 배웠던 피아노도 예배 찬양을 연주하는 데 쓰이고 있으니 하나님 예비하심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제는 92세, 당장 내일 천국으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의 김 장로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감사 기도를 드린다.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척곡교회를 돌보라’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로 생각하며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절실한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23년밖에 안 된 그 시절에 세워진 척곡교회가 예수님 오시는 그날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담임자로 오실 교역자께서도 사심 없이 오직 교회와 성도를 생각하며 사역해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다시 예전처럼 발전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척곡교회는 현재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257호 △경상북도 지방문화재 문화재자료 제590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록문화재 제1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사적 제3호 등으로 지정돼 있다.
 
척곡교회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GOODTV 보도국(02-2639-6463)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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