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3일 오전 고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하다 유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집행을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백남기 투쟁본부에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 영장) 집행 방침을 통보하고 장례식장 주변에 경비병력 800명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어 10시께 홍완선 종로경찰서장과 형사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투쟁본부 측 수백 명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정재호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모여 경찰을 막았고, 경찰은 입구부터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본부 측은 몸에 쇠사슬을 묶고 강하게 경찰을 막았고, 영안실로 가는 길목에는 장례식장 내부 집기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투쟁본부 측 반발이 거세지자 경찰은 진입을 중단하고 현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이 양측의 협의를 위해 중재에 나섰다.
 
홍완선 종로서장은 “법률대리인이 아닌 유족이 직접 부검 반대 의사를 밝히면 오늘 강제집행은 철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남기씨 딸 도라지씨는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를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누가 만나고 싶겠나”라며 “만나면 협의한답시고 명분을 만들 것이 분명하니 절대 응하지 않겠다. 모든 접촉은 법률대리인 측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의 뜻을 받아들여 영장 집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홍 서장은 “유족을 만나 충분히 협의하고자 했다”면서 “오늘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접 만나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은 백씨가 사망한 지 29일째이며, 경찰이 9월 28일 발부받은 부검영장 집행 시한(10월 25일) 이틀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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