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든지 퇴직 이후의 삶에 관심을 갖고 준비한다. 갈수록 고령화 시대로 나아가는 현 상황에서 앞으로 더욱 논의돼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목회자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아직까지 한국교회의 은퇴 목회자들의 현실은 녹록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목회자들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책 없는 목회자 은퇴 이후 삶 지적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 이하 한목윤)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교회에서 ‘바람직한 은퇴문화 정립을 위한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발표회는 목회자들의 퇴직 이후 삶의 현실을 조명하고, 각 교단별 은퇴목회자 지원 제도와 정책을 점검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 전체의 고민을 모으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현해춘 목사(등마루교회 원로)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가 가져다 주는 상실감, 두려움, 고립감 등을 언급하며, 은퇴를 둘러싼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활동에 따르는 제반 문제들과 영향에 대해 전달했다.
 
현 목사는 “한국교회는 성장을 거듭한 선교1세기 목회자 양성에 붐을 이뤘지만, 2세기에 들어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산적한 문제들을 떠안게 됐다”며 “은퇴 목회자들이 대책 없이 은퇴를 맞는 일도 오늘 교회문제 중의 하나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의 기관 목회자들이나 중대형 교회 목회자의 경우 은퇴 후 노후 생활비 혹은 연금 혜택을 받지만, 그런 수혜자는 극히 한정돼 있다”면서 “은퇴 목사의 6, 70%가 대책 없는 은퇴를 경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교단마다 은급제도를 마련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개 교회적 입장에서 목회자들의 노후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 교회와 은퇴 목회자 모두에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음을 토로했다.
 
“’교단ㆍ개 교회ㆍ목회자’ 모두의 노력 필요”

그렇지만 어느 분야든지 퇴직금이나 연금이 오랜 시간 갈등과 시행착오 끝에 제도화되고 정착되는 만큼, 한국교회도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목회자 은급 문제에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려는 태도가 중요함을 피력했다.
 
현 목사는 “한국교회가 은퇴자들을 위한 은급방침을 세워감에 있어서 단순히 재정 문제뿐 아니라 전문 인력의 문제와 국가 지원 문제 등 다방면에서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연구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 교회들 역시 목회자들의 노후와 은퇴 계획에 대해 더 깊은 배려와 함께 권위를 인정하는 자세와 이에 대한 공통체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면서 기도와 협력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노후를 설계하는 목회자들에게는 스스로가 노후의 경제적 안정과 재무자산만을 기대하는 은퇴설계가 아닌, 자신이 갖고 있는 풍부한 인생 경험 등 비재무자산들을 남은 생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인식의 변화를 제안했다.
 
은퇴 후 사회에서 받아야 할 예우나 대접을 생각하기 보다 생각을 바꿔 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잠재돼 있는 또 다른 자산을 개발해 생의 활력을 되찾아보자는 것.
 
그는 끝으로 “현재 한국교회의 환경이 더욱더 성직의 존엄성과 품위를 지키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어떻게 성직을 지켜낼 것인가, 더 나아가 한국교회의 영성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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