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배달원 故 김우수 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철가방 우수씨>(감독 윤학렬).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받은 월급으로 불우한 어린이들을 후원해 오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배우 최수종 등 출연 배우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회의 어두운 현실에 주목해온 윤학렬 감독이 영화 <지렁이>로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이번 영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 폭력과 장애인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윤학렬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지렁이> 스틸 컷 ⓒ데일리굿뉴스

 30여 건의 실제 사건 취재, 실화 바탕으로 제작
 
지렁이. 영화 제목부터 독특하다. 윤 감독은 이번 영화의 제목을 이사야서 31장 14절에서 찾았다. (버러지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이니라)
 
"한국어로는 버러지로 해석됐지만 영어 성경에는 'warm'이라는 단어를 쓰거든요. 지렁이라는 뜻이에요. 지렁이는 흙을 먹었다가 토해내면서 토양을 부드럽게 하고 비옥하게 하는 역할을 하죠.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거에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라는 말처럼 밟으면 꿈틀하는 지렁이의 외침이 장애우 인권과 집단 따돌림 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영화 <지렁이>는 청소년 성폭력 사건과 장애인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딸 자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뇌성마비 장애우 원술(김정균)의 외동딸 자야(오예설)는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다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결국 억울한 죽음을 택하게 된다. 원술은 자야에게 벌어진 잔인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공분을 일으킨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평소 청소년 문제, 소수 인권 등에 관심이 많았던 윤학렬 감독은 학교폭력 피해자를 만나기도 하고, 30 여 건에 달하는 자살사건 및 실제 피해 사례를 직접 취재해가며 영화를 제작했다.
 
"우리나라는 일주일에 1.2명이 자살을 하는데 대표적인 원인이 집단 따돌림이에요. 이런 부분을 우리나라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5년 전부터 영화를 준비했어요.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학교 폭력을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라며 방관하지 말아달라는 거에요. '나와의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영화 <지렁이>의 윤학렬 감독 ⓒ데일리굿뉴스

"지역교회, 청소년 문제에 각별한 관심 가져주길"
 
하지만 성경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공론화 시키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재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상업영화에 비해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배우 섭외부터 제작 과정 등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특히 영화 속에 꼭 들어가야 했던 성폭력 장면을 찍을 때는 심적으로도 육제척으로도 힘들었죠. 하지만 배우들이 그 신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묵묵히 믿고 따라와줘 고마울 따름이에요. 청소년 문제는 사랑과 배려, 대책이 없다면 해결할 수 없다고 봐요. 다음세대를 책임질 청소년들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윤 감독은 청소년 문제에 대해 각 지역교회들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학교 폭력 문제에 지역교회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청소년 문제에 관심 있는 지역교회가 그 지역의 학교와 연결해서 학교 폭력 상담소를 만드는 거죠. 아이들 입장에서는 친구나 부모님, 선생님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거에요."
 
함께하는 배우들과 스탭들이 하나님의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제자양육에도 힘쓰고 있는 윤 감독. 그는 앞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한편 영화 <지렁이>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스토리펀딩을 진행 중이며, 장애인의 날을 1주 앞둔 4월 13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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