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아이야/다시 한번 걸어라/ 뛰어라 젊음이여/ 꿈을 안고 뛰어라.' 1983년 대형 히트를 쳤던 '날개'(조운파 작사 작곡)를 부른 가수 허영란. 노래 발표 7개월만에 6개의 상을 휩쓸만큼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하나님께 시기를 못 박고 작정한 기도였기에 뒤따르는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홀연 떠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34년만에 리메이크 곡으로 전격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프로필에 추가된 것은 오로지 '목사'뿐이다.
 
▲198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 허영란 씨가 찬양사역 목사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현재는 '날개' 리메이크 작업을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굿뉴스

'날개' 부른 허영란...기억하시나요?

"활동을 접고 나서는 아예 대중 가요계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다시 활동해서 인기를 누려라'라는 유횩이 정말 많았지만 내 마음은 요동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날개를 만들어주신 조운파 선생님의 작곡 40년 콘서트를 위해 귀국했는데 작곡가님은 선교사가 되어 있었다. 내게 '좋은 달란트를 주님을 위해 쓰라'고 하셨고 거기에서 마음이 움직여 리메이크를 결정하게 됐다."
 
노래를 만든 작곡가는 선교사, 노래를 부른 가수는 목사가 되어 정확히 33년만에 만났던 것이다. 허 목사는 몇년전 목사안수를 받고 미국에서 R7비전교회를 개척했다가 현재는 남가주 빛과소금교회에서 선교목사로 활동 중이다. 대중 가수는 내려놨지만 찬양집회 등 달란트를 이용한 신앙사역은 한국을 오가며 꾸준히 해왔다.
 
가수 활동을 접고 사업가 남편을 따라 곧바로 떠난 미국에서 엄마와 주부로 충실했다. 하지만 몸 속에 흐르는 음악인이란 DNA까지 완전히 묻고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찬양 사역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어찌 보면 끼를 '달란트'로 바꿔보겠다는 개인적 간구와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자그마치 30년 넘게 이런 절제와 내려놓음을 통해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인기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 한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한다. 그 인기를 누렸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가정주부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생은 늘 즐거울 수만은 없다. 고난과 불만족한 상황일 때면 화려한 가수 생활에 대한 유혹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유혹에 작은 흔들림도 없다."
 
"인간 허영란으로만 있었다면 힘들었을 텐데 정말 하나님에 미쳐 살았다. 오직 하나님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신학생, 전도사, 선교사, 목사가 되어 있더라"(웃음)
 
허 목사는 자신의 가수생활에 날개를 달아준 '날개'를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리메이크 작업 중이다. 유혹에 흔들려서가 아니다. 자신이 자처해서 현대 감각에 맞게 편곡했으며 내년 상반기 정도면 앨범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과거 활동시절의 앨범 자켓

큰 인기 누린 '날개' 원래는 복음 성가

목적은 찬양사역. 재즈 블루스를 입힌 가스펠곡으로 재탄생시켜 대중과 성도들에게 동시에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가사가 그 만큼이 좋다는 점이 자신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날개'가 본래대로 복음성가로 쓰임받게 되길 바란다. 모두 신앙적으로 희망을 주는 메시지다. 작곡가도 당시에 곤고한 상황에서 천사의 음성 같은 꿈을 꾸고 난 후  바로 써내려 간 게 이 곡이라고 했다. 이 곡은 실제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도 돌려세울 만큼 힘이 있고 좋은 곡이다. 대중에게 여전히 인기가 있는 이 곡이 신앙적으로 재해석돼 사람들에게 넓게 퍼진다면 그게 복음이고 선교란 생각이다."
 
"조운파 선교사님의 '네 달란트를 하나님을 위해 쓰면 된다'란 조언을 듣고 리메이크를 결정짓는 순간. 내게 기쁨과 평안이 소름 끼칠 만큼 충만했다. 하나님이 또 다른 차원에서 일하시겠구나하는 확신과 기대감이 있다. 원곡 가수인 허영란이 부르는 가스펠 '날개'를 기대해 달라."
 
허 목사는 특히 날개가 희망을 잃고 교회를 떠나거나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다시금 일으켜주는 환한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저 앉았다면 다시 일어나 걷고 뛰고 날아오르길. 하나님을 떠났다면 결국 인생은 그분을 떠나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오길 말이다. 그 바램이 새롭게 만들어질 '날개'를 통해 이뤄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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