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각 영역을 흔들고 있는 와중에도 종교계 만큼은 유독 태풍의 눈처럼 잠잠하기만 하다. 한국교회는 지금 이 기나긴 침묵을 깨고 용기 있게 소리쳐 모든 불의와 폭력의 끈을 끊어낼 절호의 기회 앞에 서있다. 
 

 ▲교계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교회 내 '성문제'…"안전지대 아니다"
 

교회 내 '미투(#Me Too)'를 말하는 피해자들이 소수에 불과할지라도 한국교회는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가해와 폭력 등이 종교적 신념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든지 은폐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는가하면, 부인하고 싶지만 교회 안 성폭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이하 교회협)가 주최한 한 기도회에서는 S교회 조 목사 성폭력 사건의 추악한 이면이 들춰졌다.
 
피해자 L모 씨는 조 목사에게 3년간 성폭행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조 목사는 1999년 9월 경 피해자를 모처로 나오도록 해 차에 태워 임진각 근처에서 강제적으로 성폭행했다. 이후 협박을 통해 3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강행했고 이 일로 피해자의 가정은 해체됐다.
 
문제는 그 이후의 벌어진 일이다. L모 씨는 "이 일이 있은 직후 조 목사는 미국으로 도피했지만 2007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버젓이 일반적인 목회활동을 이어갔다"면서 "조 목사를 만나 성폭행을 사과하고 목회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나를 고발했다. 조 목사가 소속된 교단 노회에서는 J목사를 면직했지만 불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 안에서 자행된 더욱 경악스러운 사례들도 속출했다. 송모 목사는 두 교회에서 성 문제로 연이어 사임했다. 이 같은 송 목사의 사임 사실은 지난 6일 뉴스앤조이 보도를 통해 상세히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송 목사는 18년 전 서울 ㅇ교회를 비롯해 올해 초 용인 ㄷ교회에서 성 추문 때문에 사임했다. 송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 여성들만 해도 현재 7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제기된 공통된 진술은 송 목사가 강제적으로 '성교육'을 권했다는 것이다. 진술 내용에는 "같이 목욕하자고 하더라/남자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성교육을 해주겠다며 바지를 벗었다/가슴을 만졌다" 등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송 목사가 언론에 빈번히 노출될 만큼 북한 선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데다가, 한 신학대학교에서 북한 관련 강의를 맡는 등 활발한 이력을 보이고 있어 충격이 더욱 상당하다.

'처치투(#Church Too)'…"새롭게 거듭나는 기회"
 
이처럼 암암리에 행해지는 교회 내 성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사실상 교단 차원에서 이를 은폐하거나 뭉개버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미흡한 경우가 다반사다.  
 
2010년 한 여성 신도의 제보로 시작된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제보자가 '미투' 대열에 동참하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책이 발간됐고 법원에서도 성추행 혐의가 인정됐지만, 정작 전 목사의 면직을 요구하는 교계 내 목소리에 교단은 응답하지 않았다.
 
교계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시급하다는 데 목소리가 모아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교회가 성폭력에 대해 공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병행돼 피해자들이 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미국 내 교회에서는 이미 미투의 연장선상인 '처치투(#Church Too)'라는 해시태그가 곳곳에서 달리고 있다. 목회자·선교사의 자녀들인 두 여성이 미투를 계기로 과거 교회 내에서 경험한 성폭력 피해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이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실제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교회의 신속한 대응마련과 동시에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도울 방안을 이끌어 내고 있다.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 '#WITHYOU’ 김향숙 원장은 "지금의 상황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교회는 불의를 더 크게 외치고 정의를 추구해야 할 시대적인 사명이 있다"면서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작은 자들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면 이를 돌이켜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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