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실태
 
우리 사회가 이른바 ‘가짜 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실을 가장한 거짓된 정보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대선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사퇴한 이유 중의 하나로 가짜뉴스를 꼽았을 정도로 가짜 뉴스로 큰 홍역을 치렀다.
 
최근에는 개헌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형태를 바꾸어서 연임을 하려고 한다든지, 지방분권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라든지, 토지공개념은 소유권을 박탈하는 공산주의 체제라든지 전혀 사실과 다른 가짜 뉴스들이 횡행하고 있다.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우리 사회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가짜 뉴스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정치 이슈를 타고 확산력을 높이는 가짜뉴스 특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가짜 뉴스 등 비방 흑산 선전관 관련해 신고 전용 사이트를 운영하는 가운데, 위법성·고의성·목적성을 따져 삭제요청·권고·경고·고발·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밟을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가짜뉴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선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언론사의 오보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가짜 뉴스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기준을 정하고 범위를 좁히지 않으면 비생산적인 논란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작년에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가짜 뉴스 관련 세미나에서는 가짜 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가짜 뉴스란 잘못되거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뉴스의 형식으로 사실인 양 보도하는 루머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더 쉽게 떠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양극단의 주장이 곧잘 힘을 얻는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일단 한번 루머가 만들어지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고, 루머가 틀린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이미 사람들 뇌리에 박힌 루머의 이미지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실로 엄청나다.
 
특히 최근에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편집 툴 기능이 빠르게 발달하며 가짜뉴스를 더 쉽게, 더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가짜 뉴스는 매체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하기가 매우 어렵고 아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의 문제점
 
이러한 가짜 뉴스의 문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항간에 떠도는 루머나 괴담 수준이 아니라 정식으로 발행되는 신문 기사나 동영상으로 보도되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것이 사실과 다르거나 심지어는 조작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넘쳐나는 정보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검증하듯이 살펴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한 국회의원이 미투 관련 가짜뉴스를 사실로 잘못 알고 장관을 공격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주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 판단하고 그것을 근거로 의미 있는 행위를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 자체가 거짓과 허위로 왜곡되어 버린다면 인간의 삶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를 진실로 믿은 사람들이 인터넷과 SNS에서 퍼 나르면서 사람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고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엄청난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가짜 뉴스는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 중의 하나인 민주주의를 근본으로부터 뒤흔들어 버릴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대중들의 건전한 사고와 올바른 판단에 기초해 다수의 의사를 따르는 방식을 표방하는데 대중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면 대의 민주주의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짜 뉴스를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끝내 소통할 수 없게 되면 갈등을 해결할 수 없게 되고 헌법과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까지 난무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매우 무질서해지고 끝없는 갈등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교회도 가짜 뉴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한 유명 대형 교회 목회자가 가짜 뉴스로 곤욕을 치른 일이 있거니와 교계 안에서도 이런저런 괴담들이 SNS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서로의 삶을 나누고 교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SNS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아침마다 보내져 오는 묵상 내용과 함께 현 시국에 대한 내용들이 기도제목이라는 신앙적 명분으로 포장되어 오기 때문에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 장로님이, ‘영적 지도자’인 목사님이 보내오는 내용이기에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교회 안의 다양한 모임들이 SNS 그룹으로 짜여 있다 보니 확산도 더 빠르다. ‘긴급 속보’, ‘널리 퍼뜨려 주십시오’라고 시작하는 글들이 찌라시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지거나 뉴스 형태로 전달된다. 성도들의 ‘단톡방’에 가짜 뉴스들이 흘러넘쳐 올바른 판단을 도리어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안의 가짜 뉴스를 막으려면
 
최근 교계에서 이러한 가짜 뉴스가 생성되고 유포되는 것은 일부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세계관 때문이다. 이들은 이 세상을 기독교 왕국으로 만들려는 기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세력화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적대시 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세력을 만들어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선교 역사에서 기독교가 비난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기독교가 제국주의 방식으로 타 문화권을 접근했기 때문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과 같은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각각의 종교인들의 자기 종교의 이익만을 위해서 경쟁한다면 우리는 종교 전쟁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성장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교회 성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성장주의를 표방하게 되면 성장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걸림돌로 여기거나 심지어 적대시하게 된다.
 
교회 성장에는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고는 도움이 되지 않고 교회 성도들이 한 마음이 돼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복잡한 사회 현상을 그 자체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피아를 구분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시일에 해결하기 어려우나 우리 신앙을 스스로 성찰하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교회의 이익이나 세력화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공교회로서의 입장을 확립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한국 교회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종교 단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공신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보에 대해 이것이 우리 공동체가 바로 서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깊이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 신앙적인 내용으로 포장되었다고 해서 주위 기독교인들에게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일도 삼가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문화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감각 없는 자와 같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감각의 날을 세워 이 시대의 지성인이자 예언자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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