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8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는 등 다양한 대책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맛봤다. 특히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한 게 큰 역할을 했다. 경유차 배출 미세먼지가 평소의 37% 가량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경유나 휘발유 차량보다 환경오염이 적은 LPG 차량을 권장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 등 관련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LPG 차량이 미세먼지는 줄일 수 있어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섣불리 법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에 본지는 현재까지의 정부 정책 상황과 관련 내용을 살펴봤다.
 

정부, LPG 규제 완화 정책에 적극성 보여

현재 LPG 차량은 택시나 렌터카 등 일부 차종의 사용자만 구입이 허가된다. 여기에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은 LPG 차량을 구입할 수 있고, 일반인의 경우에는 5인승 이상 RV(다목적 승용차) 차량이거나 출고된 지 5년이 지난 중고 승용차에만 허용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정책은 LPG 차량 구입을 제한했던 이 항목들을 완화하거나 전면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LPG 차량이 경유나 휘발유 차량에 비해 환경 오염이 적다는 점이 규제 완화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종별 환경 피해 비용이 LPG가 리터당 246원으로 휘발유나 경유보다 크게 낮았다. 같은 조사에서 휘발유는 601원, 경유는 무려 1,126원을 기록했다. LPG 보다 약 4.5배 높은 수치다.

정부 뿐만 아니라 국회도 수년간 계류하던 LPG 유류 제한 완화 및 폐지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약 올해 안에 통과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고, 3년 뒤엔 모든 차량에 대한 제한 조치가 풀리는 내용의 법안이다.
 

"또 다른 환경오염…충전소 확충 등 대안도"

하지만 정유사 등 관련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가 않다. 정부가 규제개혁이나 친환경을 앞세워 부정적인 측면을 숨기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정유업계는 LPG는 경유나 휘발유보다 연료 효율이 낮기 때문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거라고 주장했다. 또 LPG 차량이 질소산화물 등을 적게 배출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물질과 결합해 초미세먼지를 생성하는 암모니아는 더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등 관계 당국은 "LPG 차량이 배출하는 암모니아는 양이 매우 적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무엇보다 사용 제한 폐지로 얻게 될 환경적 이득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모습을 볼 때, 올해 안에 LPG 규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부족한 LPG 충전소의 확충과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의 수급 문제 등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제조업체들은 "해외 수요가 거의 없는 LPG 전용 차량을 더 만들어 내기에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상호 보완적인 대책이 나와야만 원활한 규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클린 디젤 정책 되풀이 말아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 하지만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클린 디젤' 정책을 펼치며 경유차를 친환경차에 포함하기도 했다. 휘발유 보다 싼 가격에 연비가 좋아 정책이 시작된 이후 6년 만인 지난 2015년엔 디젤 차량이 전체 차량 중 52.5%로 절반을 차지했다.

클린 디젤 정책으로 저공해 경유차는 공영주차장 주차료와 혼합통행료, 남산 터널 등지에서 요금 감면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경유가 공해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해당 정책은 전면 폐기됐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 이야기만 믿고 경유차를 샀던 소비자들의 분통을 사고 있다. 정부의 탁상공론이 오늘날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LPG 규제 완화 정책. 클린 디젤 정책과 같은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심층적이고 세부적인 연구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LPG의 환경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가 계속 완화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 당국이 실제적인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국민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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